[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이 두 성서에 대한 신자 분들의 관심은? 일반적으로 별로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신학적인 내용은 물론, 흥미를 끄는 인물 묘사나 이야기 줄거리도 찾기 힘듭니다. 정말 그것이 전부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두 성서의 주인공, 사제 에즈라와 총독 느헤미야의 활동 내용은 이곳 말고는 성서 그 어느 곳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볼 때 만약 이 두 권의 성서가 없었다면 바빌론 유배 이후에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한 유다교의 새로운 모습과 그들이 이룩한 사회복구 작업은 알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본디 둘이 아니라, 한 권으로 된 히브리말 성경으로 만들어져 내려왔습니다. 훗날 대중 라틴 말 번역본 성경의 영향으로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로 나뉘게 됩니다.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역대기 상권과 하권을 쓴 저자가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까지도 집필했다고 봅니다. 이들 네 권을 모두 같은 ‘역대기 사가’의 작품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에즈라기와 느헤미야에게서?
우리는 주요 관심사 셋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예루살렘 성전 재건이요, 둘째는 성전을 중심으로 한 예루살렘 도성의 복구이며, 셋째는 유다교 개혁 작업이었습니다. 하느님 백성 공동체 건설 곧 하느님 말씀(율법) 중심의 공동체 복원을 이스라엘의 재건이라고 보았습니다.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가 전해주는 시대는?
유다 왕국은 신 바빌론 제국의 침입으로 기원전 587년에 멸망합니다. 살아남은 유다인들은 바빌론 유배 길에 오릅니다. 역대기 상권과 하권은 유다왕국 멸망까지의 사건들을 다루는데 반해,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유다인들이 바빌론 포로생활을 끝내고 기원전 538년 고향으로 돌아온 다음, 그들이 겪는 삶의 모습을 전해줍니다.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한마디로 ‘유배 후 귀환에 얽힌 이야기’입니다(참조: 에즈 1,1-3ㄱ = 2역대 36,22-23).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칙령으로 유배생활에서 해방되어 유다 땅으로 돌아온 이들이 정통 유다인으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이로써 바빌론 유배기간 70여 년(페르시아 통치 기간 포함)은 사실상 이스라엘 역사에서 공백 기간으로 간주되는 셈입니다.
“칼대아 임금은 칼을 피하여 살아남은 자들을 바빌론으로 유배시켜, 그와 그 자손들의 종이 되게 하였는데, 이는 페르시아 제국이 통치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예레미야의 입을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이 땅은 밀린 안식년을 다 갚을 때까지 줄곧 황폐해진 채 안식년을 지내며 일흔 해를 채울 것이다.’”(2역대 36,20-21)
고향의 모습은?
유배에서 돌아온 첫 귀환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이 우뚝 서있던 자리에 무너져 내린 잔재만이 나뒹구는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합니다. 그들은 먼저 점령관리들과 유다교 재건 반대자들과 맞서 갖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이어서 폐허로 변한 옛 성전 터에 제단을 쌓는 일부터 합니다. 그동안 중지되었던 경신례 거행만이라도 서둘러 시작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때에 하까이 예언자와 이또의 아들 즈카르야 예언자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있는 유다인들에게, 그들 위에 계신 이스라엘의 하느님 이름으로 예언하였다. 그러자 스알티엘의 아들 즈루빠벨과 여호차닥의 아들 예수아가 나서서, 예루살렘에 있는 하느님의 집을 다시 짓기 시작하였다. 그들 곁에서는 하느님의 예언자들이 그들을 도왔다.”(에즈 5,1-2)
에즈라기-느헤미야기의 배경은?
이들 두 책은 페르시아 임금 키로스가 칙령을 내리던 기원전 538년부터 느헤미야가 다시금 총독 직을 맡던 기원전 433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요 주제는 바빌론 포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사건을 회고하는 내용입니다.
이집트 탈출 사건과의 관련성은?
에즈라기-느헤미야기 역사가는 ‘바빌론 탈출 사건’을 제2의 ‘이집트 탈출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배지 바빌론 땅으로부터 탈출하여 고향 유다 땅으로의 귀환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이 이집트 탈출 사건을 상기시켜줍니다.
유다민족을 해방시켜준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는 네부카드네자르가 기원전 587년에 빼앗아갔던 성전기물들을 유다인들에게 되돌려주도록 합니다. “키루스 임금은 네부카드네자르가 예루살렘에서 가져다가 자기 신전에 두었던 주님의 집 기물들을 꺼내 오게 하였다.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는 재무상 미트르닷을 시켜 그것들을 꺼내 오게 한 다음, 낱낱이 세어 유다 제후 세스바차르에게 넘겨주도록 하였다. 그 품목은 이러하다. 금 접시가 서른 개, 은 접시가 천 개, 칼이 스물아홉 자루, 금 대접이 서른 개, 이급 은 대접이 사백열 개, 그 밖에 다른 기물이 천 개였다.”(에즈 1,7-10)
특히 바빌론의 이웃들이 귀중품들을 선물하는 장면은 이집트 탈출 사건을 연상시켜줍니다. “그리하여 유다와 벤야민의 각 가문의 우두머리들과 사제들과 레위인들, 곧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그곳에 계신 주님의 집을 짓도록 하느님께서 마음을 움직여주신 이들이 모두 떠날 채비를 하였다. 그러자 이웃 사람들은 저마다 온갖 자원 예물 외에도, 은 기물과 금과 물품과 짐승, 그리고 값진 선물로 그들을 도와주었다.”(에즈 1,5-6)
탈출기에 따르면 이집트를 떠나올 때에 히브리민족은 이웃들의 도움과 재산으로 부유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세가 일러준 대로, 이집트인들에게 은붙이와 금붙이와 옷가지를 요구하였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인들에게 호감을 사도록 하시어, 요구하는 대로 다 내주게 하셨다...... ”(탈출 12,35)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가 주는 교훈은?
그 옛날 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가엾이 보심으로써 이집트에서 해방시키시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해주신 것처럼, 유다인들의 죄를 다 용서해주심으로써 바빌론 제국의 포로 생활에서 유다인들을 해방시키시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해주셨다는 것입니다. 영원하신 분의 자비(현존-성전)를 잊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귀환한 이스라엘인들이 시작해야 할 일은?
바빌론 포로 살이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은 이제 선민 이스라엘의 합법적 정통적 계승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새로 자리 잡은 예루살렘 성전예배를 성실히 또 꾸준히 이행해나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91세의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는?
지난해에 만 90을 넘긴 어머니와 자주 소중한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가보신 어머니는 친오빠의 도움을 바탕으로 틈틈이 우리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를 익힌 것이 학력의 전부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줄곧 교구 주보와 ‘월간 레지오 마리애’를 읽어온 덕분에 대화의 꽃을 피우는데 좋은 상대가 됩니다.
무엇을 전해 받을 수 있는지요?
어머니 주변에서는 주님 모습이 우러나옵니다. 많은 레지오 단원들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주일미사는 물론, 지금까지도 레지오 마리애에 가능한 참여하려 애쓰십니다. 그분(에즈라/ 느헤미야에서는 예루살렘 성전) 중심의 삶은 사제 어머니로서, 오랜 동안 몸담아온 레지오 단원으로서 당연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그들은 그 당시 그 누구보다도 세속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옮아가도록 온 정성을 기울였던 인물입니다. 예루살렘성전 재건 - 이는 한마디로 세속 중심에서 주님 중심의 삶으로 옮아감을 뜻합니다. 기도와 활동이 조화된 단원, 티를 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남모르게 기도하며 선교하는 신앙인의 모습이, 사제생활 35년을 맞이하는 저에게 오늘도 머리 숙여 배워야 할 모습이며 신학교육의 터전이라고 여긴다면 과장일까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월호, 신교선 가브리엘(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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