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16: 모세의 등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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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4-09-26 | 조회수2,629 | 추천수1 | |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16) 모세의 등장
모세는 파라오의 공주 밑에서 곱게 성장한다.
“모세가 자란 뒤 어느 날, 그는 자기 동포들이 있는 데로 나갔다가, 그들이 강제 노동하는 모습을 보았다”(탈출 2,11). 그때 그는 이집트 사람 하나가 자기 동포 히브리 사람을 때리는 것을 보고는 분이 치밀어 단숨에 “그 이집트인을 때려죽이고서 모래 속에 묻어 감추었다”(탈출 2,12ㄴ). 이는 모세가 아직 주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모세는 무슨 생각을 했는가? 그는 히브리인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삶의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자신 또한 히브리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왕궁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그는 노예살이에 신음하는 자기 민족을 고역에서 해방시킬 결심을 하게 된다.
모세는 폭력을 써서라도 동포를 구하고자 했다. 자기 민족의 아픔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던 모세다. 그가 아직 하느님 체험, 곧 소명체험을 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그러나 모세는 이집트인을 죽인 다음날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히브리 사람끼리 싸우는 장면을 보고서 그중 하나에게 왜 동족을 때리느냐고 묻는다. 답변은 이러했다.
“누가 당신을 우리의 지도자와 판관으로 세우기라도 했소? 당신은 이집트인을 죽였듯이 나도 죽일 작정이오”(2,14).
깜짝 놀란 모세는 어제의 이집트인 살해사건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님을 알게 된다. 어제의 사건이 비록 신음하는 동족을 억압의 사슬에서 구해주려고 감행한 의로운 일이었다 해도, 결국 그 사건 때문에 오늘 자신이 동족으로부터 살인자로 낙인 찍혀버렸음을 깨닫는다. 어제의 폭력사건으로 인해서 모세가 오늘은 다른 사람도 아닌 같은 히브리인들로부터 ‘살인자’로 몰리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사건 후 두려움에 떠는 모세의 마음을 다음 구절이 잘 묘사해준다.
“모세는 ‘이 일이 정말 탄로나고야 말았구나’ 하면서 두려워하였다”(2,14ㄷ).
모세가 맞이한 위기는 무엇인가? 그 답을 보자.
“파라오는 그 일을 전해 듣고 모세를 죽이려 하였다”(2,15ㄱ).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는 말처럼 모세는 본의 아니게 폭력을 휘두른 자가 되었다. 그가 선택한 길은 일단 성난 파라오를 피해 멀리 달아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모세는 파라오를 피하여 도망쳐서, 미디안 땅에 자리 잡기로 하고 어떤 우물가에 앉아 있었다”(2,15ㄴ).
광야 한 가운데 있는 우물은 나그네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쉼터이며 유목민들에게는 모임 장소였다.
우물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마침 미디안 사제의 딸들이 물을 길으러 나와 양들에게 물을 먹이려 하였다. 바로 그때 다른 목자들이 다가와 그들을 쫓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강자들이 약자들을 몰아내는 불의함을 코앞에서 본 모세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전 같았으면 주먹을 휘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모세는 이미 경험했다. 폭력은 새로운 폭력이나 그에 상응하는 복수심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불의한 일을 목격한 모세가 이번에 취한 행동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평화로운 방법이었다. 모세는 아주 차분하게 대처했다.
“그때 목자들이 와서 미디안 사제의 딸들을 쫓아내었다. 그러자 모세가 일어나서 그 딸들을 도와 양 떼에게 물을 먹여 주었다”(2,17).
그가 이번에는 자칫 큰 싸움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갈등 상황을 아주 비폭력적인 방법, 평화로운 방식으로 깔끔히 해결했다. 그 덕분에 그는 엄청난 행복을 맛본다. 모세가 낯선 땅에서 미디안 사제의 딸 치포라를 아내로 맞이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으니까!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9월 21일, 신교선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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