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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20: 모세(야훼)와 파라오의 대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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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20 조회수2,819 추천수1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20) 모세(야훼)와 파라오의 대결 (2)

 

 

거듭되는 재앙에도 파라오는 점점 더 완고해진다. 주님께서 재앙을 내리시어 궁지에 몰리게 될 때면 파라오가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켜주겠다고 모세와 아론에게 약속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재앙이 조금 수그러들면 ‘언제 그랬던가!’라는 식으로 변덕을 부려 ‘싸움’을 원점으로 되돌린다. 그러기를 아홉 차례나! “그리하여 파라오는 그들을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탈출 10,27ㄴ).

 

이런 이야기 이면에 숨어있는 탈출기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가? 주님께서 아홉 번씩이나 이집트 백성에게 견디기 힘든 재앙을 내리시지만, 파라오가 번번이 히브리 민족을 내보내준다고 약속해놓고서도 약속을 파기하여 해방시켜주지 않은 이유가 대체 무얼까? 이러한 서술 이면에는 저자의 특별한 의도가 담겨있다.

 

저자의 의도는 간단하다. 파라오에게 야훼가 누구신지 계시해주고자 함이다. 나아가 모든 이집트 백성들과 히브리인들에도 그분이 누구신지를 점차 깨우쳐주고자 함이다. 이집트인들은 물론 아직 히브리인들조차도 그분이 누구신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지금 파라오의 처지가 그러하다. 아홉 가지 재앙 앞에서도 번번이 일어선 파라오, 그는 이제 머지않아 야훼가 어떤 분이신지 가슴 저리도록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재앙 이야기의 핵심주제이다.

 

탈출기 저자의 의도를 드러내주는 몇 구절을 뽑아본다.

 

“이것으로 너(파라오)는 내가 야훼임을 알게 될 것이다”(7,17).

“이는 주 저희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 없다는 것을 임금님께서 아시게 하려는 것입니다”(8,6ㄴ).

 

파라오에게 고하는 모세의 말이다.

모세에게 그분께서 자신을 계시하시는 말씀이다.

 

“이는 나 주님(야훼)이 이 땅에 있음을 네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8,18ㄴ).

“내가 이집트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어떤 표징들을 이루었는지 네가 너의 아들과 너의 손자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며, 내가 주님(야훼)임을 너희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10,2).

 

겉으로 볼 때 모세(야훼)와 파라오가 벌이는 싸움이 탈출기(5-14장)의 주제다. 그러나 그 속에는 피라미드의 주인공 파라오까지도 야훼 하느님의 손 안에 있다는 진리가 들어있다. 그뿐 아니라 탈출기 저자는 여기서 태양신의 아들 파라오의 마음속 생각 하나하나까지도 빠짐없이 모두 야훼의 계획에 의해 전개되어 나갈 뿐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자 한다. 세상 권력 모두가 다 그분 손안에 들어있음을 계시해준다. 이집트인들의 눈에 피라미드의 주인공이며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파라오까지도 야훼 하느님 앞에서는, 무력한 인간일 뿐임을 계시해주고자 한다. 야훼 하느님이 인류역사의 주님이시며 참 하느님이심을 선포하고자 한다.

 

열 번째 재앙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집트 맏아들을 비롯한 모든 맏배의 죽음이다.

 

“한밤중에 주님(야훼)께서는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곧 왕좌에 앉은 파라오의 맏아들부터 감옥에 있는 포로의 맏아들과 짐승의 맏배까지 모조리 치셨다. 그러자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과 이집트인들이 모두 그 밤중에 일어났다. 이집트에 큰 곡성이 터졌다. 초상나지 않은 집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12,29-30).

 

드디어 파라오가 제정신이 든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자기 맏아들부터 모든 짐승의 맏배까지 다 죽었으니까.

 

“파라오는 밤중에 모세와 아론을 불러 말하였다. ‘너희도 이스라엘 자손들도 어서 일어나 내 백성에게서 떠나라. 너희가 말하던 대로, 가서 주님께 예배드려라…’”(12,31).

 

이스라엘을 전부 다 구원해준 파스카 축제는 무엇인가?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19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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