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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욥의 세 친구들, 그리고 욥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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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1 조회수4,135 추천수1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욥의 세 친구들, 그리고 욥의 선택



욥의 친구들 이야기는?


엘리파즈, 빌닷, 초파르 등 친구들 셋이서 번갈아가면서 욥에게 위로하며 권고합니다. 친구들은 하느님 편에 서서 그분을, 하느님의 의로우심을 변론하기에 급급합니다. 견디다 못해 욥이 친구들에게 항변합니다. “자네들은 하느님을 위하여 불의를 말하고 그분을 위하여 허위를 말하려나? 자네들은 하느님 편을 들어 그분을 변론하려는가?”(13,7-8) 절망에 빠진 욥이 바라던 것은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은 하나같이 욥을 위로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한 예로, 친구 엘리파즈의 담론에 대하여 욥은?


한마디로 실망합니다.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욥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느님 편에 서서 당당하게 외치는 벗 엘리파즈의 말은 다 옳았습니다. 이제 욥이 엘리파즈에게 응답합니다. “절망에 빠진 이는 친구에게서 동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네. 그가 전능하신 분에 대한 경외심을 저버린다 하여도 말일세. 그러나 내 형제(벗)들은 나를 배신하였다네.”(욥 6,14-15ㄱ)


욥의 친구들 이야기를 종합한다면?


응보사상으로 요약됩니다. 곧 하느님 정의에 따른 응보입니다.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욥에게 받아들이기를 권하는 내용은 인과응보의 사상입니다. 친구들이 외쳐대던 진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의 선행에는 상을 베푸시고 악행에는 벌하신다는 기본교리입니다. 그러니까 욥 친구들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욥, 자네는 지금 어떤 형태로든 벌을 받고 있으니 무엇이 잘못인지 잘 생각하여 뉘우쳐 새 삶을 시작하게. 그러면 그분께서 상을 내려주실 것이네. 그리하면 틀림없이 그분께서는 욥, 자네에게 복으로 되갚아주실 것이야.’


인과응보의 교리를 정리해주는 욥 친구의 담론 한 구절을 꼽으라면?


“생각해 보게나, 죄 없는 이 누가 멸망하였는가? 올곧은 이들이 근절된 적이 있는가? 내가 본 바로는 밭을 갈아 불의를 심은 자와 재앙을 뿌린 자는 그것을 거두기 마련이라네.”(욥 4,7-8) 인과응보 사상은 지혜문학 곳곳에 나옵니다. “의인의 불행이 많을지라도 주님께서는 그 모든 것에서 그를 구하시리라. 그의 뼈들은 모두 지켜주시니 그 가운데 하나도 부러지지 않으리라. 악인은 불행으로 죽고 의인을 미워하는 자들은 죗값을 받으리라.”(시편 34,20-22) “의인은 아무런 환난도 당하지 않지만 악인은 불행으로 가득하게 된다.”(잠언 12,21) “누가 주님을 믿고서 부끄러운 일을 당한 적이 있느냐? 누가 그분을 경외하면서 지내다가 버림받은 적이 있느냐?”(집회 2,10) 인과응보 사상은 신약에도 나타납니다. “주님께서는 어떻게 신심 깊은 이들을 시련에서 구하시고, 불의한 자들을 벌하시어 심판 날까지 가두어 두어야 하는지 알고 계십니다.”(2베드 2,9)


당시 이스라엘에는?


아직 유다인들 믿음 속에는 죽음 이후에 이어지는 영원한 삶이나 부활희망이 뚜렷이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내세에 대한 희망이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스라엘인들은 하느님의 응보가 현세의 삶 안에서 다 밝혀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선행에는 반드시 이 세상 삶에서 축복이 따라야 하고 악행에는 화가 미쳐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당시 유다인들이 지녔던 저승에 대한 생각은?


옛 유다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모두 저승으로 가서 아주 소멸되지는 않고 그저 그림자와도 같이 희미한 생존을 이어간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처지를 일컬어 ‘셔올’이라고 합니다. 저승 곧 셔올에서의 삶은 이 세상 삶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보잘 것 없고 초라한 모습으로 이해됩니다. 셔올 안에서 죽은 이들은 그저 소멸되거나 꺼져버리지 않는 정도의 생존만을 이어간다고 보았습니다. 매우 미약하고도 축소된 형태의 삶으로 생각했습니다.


저승에 대한 구절은?


셔올(저승)을 묘사한 욥기와 그 외 성서구절 몇 가지를 뽑아봅니다. “그분 앞에서는 저승도 벌거숭이, 멸망의 나라도 가릴 것이 없네.”(욥 26,6) “멸망의 나라와 죽음도 ‘우리 귀로 그에 대한 풍문은 들었지.’ 한다네.”(28,22) “무덤에서 당신의 자애가, 멸망의 나라에서 당신의 성실이 일컬어지겠습니까?”(시편 88,12) “저승도 멸망의 나라도 주님 앞에 놓여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야!”(잠언 15,11) 저승 이야기는 신약에서도 나옵니다. “그것들은 지하의 사자들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히브리말로는 아비똔이고 그리스말로는 아폴리온입니다.”(묵시 9,11)


그밖에 욥 친구들의 담론에 나오는 악인의 운명은?


세 친구들이 각각 두 번에 걸쳐서 응보사상, 곧 불행으로 끝나는 ‘악인의 운명을’ 강조합니다. “나도 미련한 자가 뿌리내리는 것을 보았네만 그이 집안은 삽시간에 뿌리가 뽑히더군. …”(욥 5,3) “하느님을 잊은 모든 자의 길이 이러하고 불경스러운 자의 소망은 무너져 버린다네.”(8,13) “그러나 악인들의 눈은 스러져가고 그들에게는 도피처가 없어진다네. 그들의 희망은 마지막 숨을 내뱉는 것뿐이라네.”(11,20) “악인은 일생동안 공포에 시달리는 법, 난폭한 자에게 주어진 그 햇수 동안 말일세.”(15,20) “정녕 악인들의 불꽃은 꺼지고 그 불꽃은 타오르지 않네.”(18,5) “악인들의 환성은 얼마가지 못하고 불경한 자의 기쁨은 한순간뿐임을. 그의 높이가 하늘까지 이르고 머리가 구름까지 닿는다 해도 그는 제 오물처럼 영원히 사라져버려 그를 보던 이들은 ‘그가 어디 있지?’ 하고 말한다네.”(20,5-7)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친구들이 모두 올바른 말을 건넸지만 욥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는 그 누구도 못했습니다. 모두가 욥을 위로하며 설득한답시고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욥은 항변하고 싶었습니다. ‘자네들은 진정으로 나를 위로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변론하려고 나를 찾아왔는가?’(13,8 참조) 세 친구들의 담론 안에는 욥에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마음이 결여되었습니다. 상처 받은 욥의 마음을 달래주는 ‘함께 하는’ 동정어린 마음이 없었습니다.


욥의 고통은?


그가 겪는 아픔이 어느 정도였는지 다음 구절이 잘 묘사해줍니다. “파묻힌 유산아처럼, 빛을 보지 못한 아기들처럼 나 지금 있지 않을 터인데.”(3,16) 세상 삶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욥은 차라리 죽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에는 끝이 안 보이는 고난의 이승보다는 저승을 그리워하는 욥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토비트도 사라도 삶이 너무나 버거워서 차라리 죽고 싶어 했습니다. “자, 내가 죽음을 간청하였으니, 죽기 전에 내 아들 토비야를 불러 이 돈 이야기를 어찌 하지 않을 수 있으랴?”(토빗 4,2) “그날 사라는 마음에 슬픔이 가득하여 울면서, 자기 아버지 집의 위층 방으로 올라가 목을 매려고 하였다.”(토빗 3,10) 그러나 토비트도 사라도 죽고 싶은 감정을 기도로써 이겨내어 오히려 은총을 가득히 받아 전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욥의 선택은?


욥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극도의 고통 중에 죽고 싶은 유혹을 이겨냅니다. 그는 어떤 유혹이 들어도 결코 하느님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욥은 묻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어찌하여 죄 없이 고통 받는 사람에게 더 오래 살도록 생명을 이어주시는가? 그래서 결국 그는 고통의 늪에서 더 오랫동안 허덕이어야 한단 말인가?’ 답은 그분만 아십니다.

끊이지 않는 고통 속에 있는 신앙인은 욥과 함께 신비의 하느님을 끝까지 붙잡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 시편 22,2-5 참조)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2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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