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엘리사와 수넴 여자(2열왕 4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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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4-12-15 | 조회수2,985 | 추천수1 | |
역사서 해설과 묵상 (119) “그래서 엘리사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그의 집에 들러 음식을 먹곤 하였다.”(2열왕 4,8)
엘리사는 엘리야와는 달리 수넴 여인과 같은 부유한 사람들의 후원을 받으며 예언활동을 했다. 수넴에 사는 부유한 여자가 엘리사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방도 마련해주었다(2열왕 4,8-10). 먹을 것이 귀하던 기원전 9세기에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수넴 여인은 나눔을 실천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부자라고 하여 반드시 다른 사람과 잘 나누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주 최부자는 유명하다. 최부자 집안의 시조 최진립은 곡식 8백석을 보관하는 큰 창고와 하인 백여 명을 거느리는 부자였다. 1590년부터 1950년까지 4백년 가까이 부자로 존경을 받았다. 부자는 3대를 넘기기 어렵다는데, 이들 최씨 가문은 3백년 이상 12대 동안 만석꾼을 이어갔다. 사람들에게 어떤 손가락질도 받지 않고 12대 동안 존경받는 부자로 살았던 비결은 것은 다음과 같은 가훈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1. 과거(科擧)는 보되 진사(進士) 이상의 벼슬은 하지 않는다. = 재물과 권력을 함께 추구하면 망한다.
2. 재산은 만 석 이상을 지니지 않는다. =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3. 흉년이 들었을 때는 땅을 사지 않는다. = 남의 눈에 피눈물을 내면서 재산을 모으지 마라. = 옛날 부자는 거의 땅 부자인데 많은 사람을 소작농으로 전락시키지 않는 한, 부자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부자 한 사람이 나오려면 열 고을의 백성이 가난뱅이가 되어야 했다. 결국 부자들의 행복한 눈물은 가난한 사람들이 흘린 피눈물의 대가인 셈이다.
4. 과객을 후하게 대접한다.
5. 며느리들은 시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는다. = 위화감을 주지 않고 검소하게 사는 습관을 들여라.
6.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 “하느님은 한 사람에게 부를 주어 많은 사람의 곤궁함을 건지려 한 것인데 세상에는 도리어 부자가 제 힘을 믿고서 남들의 가난함을 업신여긴다. 이는 참으로 하느님의 무찌름을 받아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채근담).
경주 최부자 집안의 시조인 최진립은 1592년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 전쟁터에서 사망했다. 조선시대 후기 많은 민란이 일어나 양반집이 털렸을 때도 최부자 집은 아무런 피해도 당하지 않았다. 평소에 나누고 베푸는 삶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12대 최부자인 최준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많이 도왔다.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했다는 죄로 감옥살이도 했다. 해방된 다음 최준은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을 설립했고, 여러 곳에 도움을 주는 등 재산을 처분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갔다.
존경받는 부자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최 부자 가문은 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즈 정신을 잘 실천했다. 나라와 사회에서 윗자리에 있으면서 대우를 받고 누리며 사는 것은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그 사회에서 받은 것이 있으므로 당연히 그 사회에 일부를 돌려주어야 할 의무를 상기시키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 정신이다.
묵상주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25). 주님의 이 말씀에 따르면, 경주 최부자 집안은 바늘귀를 빠져나간 부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나눔과 기부의 문화가 정착된다면 세상은 좀 더 복음적인 세상이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진 것을 나누는 습관을 익히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자.
[2014년 12월 14일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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