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29: 오늘날 더욱 그리운 임금 다윗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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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4-12-23 | 조회수3,172 | 추천수1 | |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29 · 끝) 오늘날 더욱 그리운 임금 다윗
사무엘기는 옛 라삐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그들은 사무엘 예언자가 이 책의 저자라고 여겼다. 그러나 사무엘기 상하권은 여러 세기를 거치면서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쓰인 성경이다. 사무엘이 저술한 책이 아니다. 사무엘기는 이스라엘 왕정의 기원으로부터 첫 임금 사울과 뒤를 이은 다윗 임금에 관한 내용을 전해준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독립된 여러 단편적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보완되는 편집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면서 이루어진 작품이 바로 사무엘 상하권이다. 특히 신명기계 역사가의 뜻이 많이 반영되어있다.
사실 사무엘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책이라기보다는 가르침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제일 먼저 손꼽을 주제는 왕정이다. 당시까지 이스라엘은 주 하느님을 임금으로 모시고 지내왔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사무엘이 고령에 이르자 그의 아들들은 판관 역할을 제대로 하기는커녕 뇌물만 받아 챙기는 등 타락의 길로 치닫는다. 그때 이스라엘 원로들이 사무엘에게 왕정을 요청한다. “이제 다른 모든 민족들처럼 우리를 통치할 임금을 우리에게 세워 주십시오”(1사무 8,5ㄴ). 이렇게 첫 임금으로 사울이 등극하여 이스라엘 왕정의 막이 오른다.
주님의 관심이 사울에게서 다윗에게로 옮겨간다(참조: 1사무 16,1 18,2). 다윗은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필리스티아인 장수 골리앗을 단 한방으로 물리쳐 전쟁영웅으로 떠오르며 왕궁에 발을 들여놓는다. 사무엘기 전체에서 가장 이상적 임금은 다윗이다.
다윗이 왜 최고의 임금인가?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사뭇 호감은 산다. 그의 삶이 늘 관대하며 겸손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대 최고의 권력을 누리던 사울 임금의 아들 요나탄과 나눈 우정 안에서 다윗의 인품을 잘 엿볼 수 있다. 요나탄은 가만있으면 머지않아 아버지 사울의 후계자로서 임금이 될 것을 빤히 내다보면서도 다윗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한다. 다음은 다윗에 대한 요나탄의 우정을 보게 해주는 장면이다.
“…요나탄은 다윗에게 마음이 끌려 그를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게 되었다”(1사무 18,1ㄴ).
이상적 임금 다윗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그의 겸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언제나 주님께 순종했으며, 그분께 탄원하거나 그분의 뜻을 찾는 자세를 지녔다. 그래서 그는 간음죄를 꾸짖는 예언자 나탄의 질책을, 내심 한없이 부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숨김없이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오늘 우리 현실은 어떤가? 우리 한국을 이끌어가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은 어떤가? 적잖은 지도자들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윤리적 경제적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나 몰라라’ 하지 않는가! 부정행위로써 또는 국민의 세금을 엉뚱한 사업 등에 투자함으로써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나서도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흔하지 않은가! 또는 윤리적 범죄를 짓고 나서도 도무지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어떤가!
다윗은 그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그가 당대에 뿐 아니라 3000여 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 모두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인물로, 시대를 초월한 이상적 임금으로 우뚝 서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를 모두가 그리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늘 겸손하고 가난한 자세를 지니려 부단히 애썼던 다윗이 그립다. 히브리문자로 ‘겸손한’과 ‘가난한’은 거의 같다. 획 하나 길이가 약간 짧거나 길 뿐이다. 아울러 그의 곁에는 늘 직언하는 가운데 임금을 더욱 존경받는 인물로 키워가던 예언자 나탄이 있었다. 아니 다윗 자신이 그런 예언자를 곁에 머무르게 했기에 그는 끝까지 주님으로부터 또 백성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제 예수님께서 그의 후손으로 오시어 우리 가운데 머무신다.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신교선 신부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2월 25일, 신교선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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