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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이스라엘 이야기: 환희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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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5 조회수2,931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환희의 신비


구세주 탄생의 ‘환희’ 가장 먼저 체험한 마리아



예루살렘 성 안나 성당에 소재한 어린 시절의 마리아와 안나 성녀상.



올 한해 동안 필자는 ‘이스라엘 이야기’를 진행하며, 마음 한켠에 쌓인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그 가운데, 성탄 전야 베들레헴 야외에서 보낸 하룻밤은 지금도 날카로운 추위의 고통으로 짜릿하게 남아 있다. 이스라엘의 여름은 건조하고 뜨거우나, 우기로 접어드는 겨울에는 한기가 뼛 속까지 스민다. 여름이라 해도 광야가 많은 이스라엘은, 밤이 되면 온도가 서늘하게 떨어진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막연하게 더운 나라라고만 생각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예전의 고정 관념들을 많이 깨뜨려주었다. 차디 찬 베들레헴의 밤, 방을 못 구해 마구간으로 옮겨야 했던 산모의 안타까운 모습은(루카 2,7) 따스함이 지독히도 그리웠던 당시의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성경에서 성모님에 대해 읽다 보면,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하고도 환희에 젖어 하느님을 찬송할 수 있었던 용기가, 그 참된 기쁨이(루카 1,46-55) 가장 감동스럽다. 2000년 전이 어떤 시대였는가? 여자는 재산으로 여겨지던 가부장적 사회였으며, 처녀가 임신한 경우에는 돌팔매로 사형당해 마땅한 시절이었다(신명 22,21.24 참조).

게다가 예수님에 대해 의심을 품는 무리들이 누군가의 범죄로 생겨난 아이가 아니냐며 공격했을 때, 그마저 고스란히 견뎌냈을 어린 처녀의 강인함은 하느님의 섭리를 온전히 이해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강인함이다. 게다가 마리아는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나자렛에서 100킬로 이상 떨어진 유다 산골로 올라가 엘리사벳과 함께 기쁨을 나누려 했다(루카 1,39-40). 이 기쁨이, 평생 불임이었던 엘리사벳이 요한을 품게 된 기쁨에 맞먹고(루카 1,25),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오랜 기다림 끝에 사무엘을 임신한 한나의 기쁨에(1사무 2,1-11) 맞먹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제 마음이 주님 안에서 기뻐 뛰고 제 이마가 주님 안에서 높이 들립니다……”로 시작하는 한나의 찬송은 성모님의 ‘마니피캇’과 매우 비슷하다. 곧 구세주를 품게 된 성모님은 고통이 기쁨으로 바뀐 한나의 찬양을 당신 환희의 찬송으로 바꾸신 것이다.

신약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쓰였기에, 성모님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기 어렵다. 출생 장소만 해도 ‘예루살렘’, ‘나자렛’, ‘찌포리’ 등 여러 군데를 추정하며, 여생을 보내신 곳도 ‘에페소’나 ‘예루살렘’이라는 전승만 남아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신약 외경 가운데 ‘야고보 원복음’이 성모님과 그 부모님 시대까지의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베들레헴 예수탄생기념성지의 ‘예수님 탄생’ 제대 이콘.

 

 

우리가 성모님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부분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요아킴’이고 어머니는 ‘안나’였다는 전승도 바로 야고보 원복음에서 나온 것이다. 야고보 원복음에 따르면, 요아킴과 안나는 매우 신심이 깊은 부부였으나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고 한다. 자손 없음에 마음 아파하던 요아킴은 광야에 천막을 치고,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고 기도했다. 마치 예수님이 광야에서 사십 일간 단식 묵상하셨던 것처럼(마태 4,1-11). 마침내 주님의 천사가 요아킴과 안나에게 잉태 소식을 알리며 온 세상이 그 자손, 곧 ‘마리아’에 대해 말하게 될 것이라 전해주었다. 요아킴이 기도한 광야는 예루살렘에 인접한 ‘유다 광야’로 추정되며, 그곳에는 현재 ‘코지바의 성모님’이라는 정교회 수도원이 봉헌되어 있다. 이 수도원은 ‘테오토코스’, 곧 ‘하느님의 어머니’를 점지 받게 된 수태고지를 기념한다.

야고보 원복음에 따르면 요아킴과 안나가 살았던 거주지는 예루살렘 부근으로 여겨지는데, 잉태 소식을 들은 다음 날 요아킴이 성전으로 올라가 예물을 바쳤기 때문이다. 현 예루살렘 구 도시의 동쪽에는 요아킴과 안나가 살았다는, 곧 성모님의 출생지로 추정되는 유적이 남아 있다. 이곳은 성전에 매우 가까웠으므로, 야고보 원복음의 전승과 조화를 이룬다.

 

냄새나는 마구간에서 아이를 낳으면서도 그 신세에 절망하지 않았던 어린 산모. 구세주 탄생의 기쁨을 기념하는 이 시즌에 그 환희를 가장 먼저 맛보았던 성모님의 탄생 스토리도 같이 묵상해 본다. 야고보 원복음의 이야기들은 전승일 따름이겠지만, ‘그 부모에 그 딸’이라는 핵심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음을 온몸으로 확신하며 느낀 이 환희는, 어린 산모가 성자의 어머니로서 장차 견뎌야 했을 인고의 세월을 극복하도록 힘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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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씨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1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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