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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 이야기44: 예수님이 쓰신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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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6 조회수3,638 추천수1

[복음 이야기] (44) 예수님이 쓰신 문자


히브리어와 아람어 쓰고 말해



쿰란 유적지에서 발굴된 구약 성경 사본. 이 쿰란 사본에 쓰인 글이 성경 히브리어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예수님 시대 유다인들은 지역에 따라 히브리말과 아람말 두 가지를 공용어로 사용했다. 글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의 율법학자들이 글 쓰는 것과 쓰인 글을 해석하는 것을 주 임무로 했고, 회당에서 어린아이들을 교육했기 때문에 성경 시대에도 많은 유다인들이 글을 쓰고 읽었을 것이라는 게 성경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이러한 증거는 복음서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요한 세례자의 아버지 즈카르야가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글판에 ‘요한’이라고 쓰는 장면이 나온다(루카 1,63). 또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 약은 집사가 쫓겨나기 전에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불러 빚문서를 조작하게 하는 비유(루카 16,1-8)에서도 글을 쓰는 대목을 찾을 수 있다. 예수님 자신도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당신께 끌고 왔을 때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셨다(요한 8,1-11). 예수님과 요한 세례자의 아버지 즈카르야, 비유 속에 나오는 채무자가 쓴 글은 분명 히브리어나 아람어였을 것이다.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히브리어나 아람어를 알고 계셨다는 증거로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를 펴서 한 부분을 읽으시고 희년을 선포하신 것(루카 4,16-30)과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마태 5,18)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제시한다. 한국 주교회의가 펴낸 「주석성경」에 따르면 ‘자’에 해당하는 말은 헬라어 ‘이요타’(Ι)로서 여기에서는 본디 히브리말이나 아람말 알파벳에서 가장 작은 글자를 가리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히브리어에서 가장 작은 글자는 ‘요드’다.

구약성경은 기원전 1200년께부터 기원전 200년께까지 거의 1000여 년에 걸쳐서 기록된 책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구약성경 대부분은 히브리어로 쓰였다. 다니엘서 일부(2,4‘─7,28)와 에즈라기 일부(4,8-6,18; 7,12-26), 예레미야서 한 절(10,11)이 아람어로 쓰였다. 그리고 지혜서와 집회서, 마카베오기 하권은 헬라어로 쓰였다. 아울러 토빗기와 유딧기, 바룩서와 마카베오기 상권은 그리스어로 전해졌지만 원래는 히브리어나 아람어에서 번역됐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통설이다. 또 기원전 3~2세기께 이집트에서 히브리어 성경이 헬라어로 번역됐는데 이 번역본을 ‘칠십인역본’이라 한다.

성경의 문자인 히브리어와 아람어, 헬라어는 모두 페니키아 문자에서 나왔다. 성경 히브리어는 모음이 없고 모두 자음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자음 알레프, 바브, 요드, 아인을 경우에 따라 모음처럼 반자음으로 사용했다. 현대 히브리어도 성경 히브리어와 같아 별반 다름이 없어 예수님께서 오늘날 히브리어 신문, 잡지, 책을 읽고 해독하실 수 있다.

성경 시대 유다인들은 동물 뼈나 구리로 만든 첨필로 초를 바른 목판에 글을 쓰거나 갈대 펜으로 잉크를 찍어 양피지나 파피루스에 글을 썼다. 양피지는 소아시아 페르가몬에서 생산된 것이 제일 질이 좋았다. 그래서 양피지를 뜻하는 라틴말 ‘페르가메나’도 이 도시에서 유래됐다. 양피지는 값이 비쌌다. 그래서 양피지를 쓰는 사람들은 통상 외피와 내피를 분리해 사용했다. 그리고 얇고 깨끗한 내피 양피지보다 그렇지 못한 외피 양피지가 싸게 거래됐다. 하지만 유다인들은 성경을 필사할 때 양피지가 쉽게 찢어지지 않게 통가죽으로 된 양피지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도 양피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티모테오에게 로마 감옥에 갇힌 자신에게 올 때 트로아스에 있는 카르포스의 집에 두고 온 외투와 책들, 특히 양피지 책들을 가져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2티모 4,13).

갈대로 만든 파피루스는 양피지에 비해 가격은 쌌지만 쉽게 구해 쓸 만큼 결코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예수님 시대 때에는 로마가 이집트산 파피루스에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가난한 유다인들은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또 성경학자들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이 파피루스에 쓰였다고 하고 초대교회 신자들도 성경 본문을 주로 파피루스에 필사했다고 설명한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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