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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이스라엘 이야기: 예언자 예레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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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4 조회수4,119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예언자 예레미야


실의 빠진 유다인에게 구원 희망 심어줘



바빌론 유배를 떠나는 유다인들을 묘사한 벽화.


예레미야는 ‘에브야타르’ 사제 가문 출신으로, ‘아나톳’이 고향이다(예레 1,1). ‘아나톳’은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4.8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에브야타르’는 다윗 왕실의 대사제였으나(2사무 8,17 참조), 솔로몬과 왕위를 두고 경쟁한 아도니야 편에 섰다가 축출되어 ‘아나톳’으로 쫓겨 갔다(1열왕 2,26-27). 대사제 자리는 솔로몬을 지지했던 ‘차독’에게 이어졌으므로(1열왕 2,35), 예레미야의 가문은 비주류 사제 집안에 속했다.

예레미야는 기원전 7세기 후반 요시야 임금 때 예언자로 세워져, 6세기 초 유다 왕국이 바빌론에게 멸망할 때까지 활동했다. 인생이 한편의 드라마 같았던 예레미야는 타락한 기득권층에게 직접 맞섬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예레미야만큼 예언자가 겪는 고충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람이 있었을까! 하느님의 말씀을, 그것도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혹독한 심판을 선포해야 했던 그에게 살아온 모든 세월이 고통이었다. 온 나라 백성이 그의 말을 거부하며,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예레 1,18-19).

그는 자기를 사람들 사이에 조롱거리로 만드신 하느님을 원망하고(20,7-10) 태어난 날을 저주하기도 했다(20,14-18). 그러나 이스라엘이 ‘바빌론 유배’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예레미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본디 지파 중심의 평등 사회였다. 그러나 사무엘이 경고했던 것처럼(1사무 8,11-18), 왕정과 함께 귀족층이 생겨난 이후 많은 변화가 일었다.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신 후 공정과 정의를 지키도록 율법을 주셨으나, 부유층들이 땅을 독식하고 약자들을 끊임없이 착취했기 때문이다(이사 5,8 아모 2,6). 그래서 마침내 야훼의 말씀을 찾아도 들을 수 없고(아모 8,12), 세상이 악해져 뜻있는 사람이 입을 다무는 암울함이 닥쳤다(아모 5,13).

이스라엘을 흔들기 시작한 부정부패는 경신례의 형식에만 집중하고, 도덕·윤리는 경시하는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곧, 성전에 비싼 제물만 바치면 죄를 용서받고 율법적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며(이사 1,11-17), 고아와 과부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억압당했다(이사 1,23 예레 22,3 에제 22,7). 이런 불공정이 극에 달하여 비판의 소리가 예언자들을 통해 터져 나왔고, 예레미야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시나이 산 계약은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고향에서 쫓겨나는 ‘조건부’ 계약이다(레위 26,14-39). 곧, 율법이 무시되는 한 멸망을 피할 수 없다(예레 11,8-14). 그러나 당시에는 하느님의 성전이 난공불락이라 믿으며(예레 7,4 미카 3,11) 태평성대를 선포하는 거짓 예언자들이 주류였다(예레 5,12-14 에제 13,10). 백성들도 예레미야의 꾸짖음을 멸시하여 귀담아 듣지 않았기에, 실제로 나라가 몰락했을 때 신앙적으로 큰 충격을 겪는다.

이스라엘로 귀환, 재건을 시작한 유다인들 모습을 재현한 그림.


그러나 예레미야는 유다 멸망이 계약 파기에 따른 필연적 결과임을 예고했었다. 예언자는 그의 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주님이 보내신 참예언자임이 드러난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바빌론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으나, 그것이 종말은 아니었으며, 예레미야 또한 ‘제2의 탈출’과 ‘새 계약’ 선포로 구원에 대한 희망을 심어 주었다(‘제2의 탈출’은 ‘바빌론에서의 탈출’을 뜻한다). 곧, 이스라엘이 유배지에서 죗값을 치르면 하느님이 그들을 고향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새 계약을 체결하실 것이라는 희망이다(16,15 29,14).

예레미야는 ‘새 계약’을 ‘영원한 계약’으로 선포했다(32,40). 곧, 시나이 산 계약과 달리 이제는 ‘조건부’가 아니므로, 다시는 깨어지지 않을 계약이다. 하느님이 백성들 가슴에 당신의 법을 새겨 주시면(예레 31,33), 율법 준수가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계약”(창세 17,7 2사무 23,5)은 바빌론 유배 동안 효력이 잠시 정지되겠지만, 백성들이 고향으로 귀환하면 효력을 다시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이 ‘새 계약’은 ‘시나이 산 계약’을 대체하고, ‘아브라함 계약’과 ‘다윗 계약’을 갱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미래에 세워질 이상적인 목자 ‘다윗’ 예언은 에제 34,23 등에도 선포되었으며, 바빌론 유배 이후에는 다윗 후손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군중들이 모두 다윗 후손께 환호했으며(마태 21,9), 예언자들이 선포해온 ‘새 계약’은 파스카의 마지막 만찬상에서 예수님을 통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마르 14,24).

* 김명숙씨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3월 22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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