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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의 세계: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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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4 조회수3,750 추천수1

[성경의 세계] 라틴어

 

 

라틴어는 이탈리아 중부 지방 언어였다. 로마를 관통하는 테베레 강은 서쪽 바다로 흐르면서 넓은 평야 지대를 이룬다. 라티움(Latium) 지역이다. 로마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라틴어란 말은 이곳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이후 로마의 세력이 커지자 라틴어도 함께 알려지게 된 것이다. 제국이 된 로마는 라틴어 사용을 강제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 예술 분야의 공용어였기에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5세기 말 서로마가 무너진다. 그러자 변방의 큰 부족들은 자기네 말을 독립시켰다. 오늘날의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이다. 하지만 글자는 여전히 로마자였다. 자신들의 글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라틴어가 일상어였기에 많은 부분은 그대로 남았다. 그래서 이들을 묶어 로망스어(Romance Language)라 한다. 로마인들이 하던 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12세기 등장하는 링과 프랑카(Lingua Franca)도 라틴어와 연관 있다. 세계 공통어(共通語)란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직역하면 프랑크 말이다. 프랑크족은 게르만족 갈래로 프랑스와 남독일 그리고 이탈리아 북쪽을 장악했던 부족이다. 훗날 부족 이름이 오늘날의 프랑스가 된다. 당시 예루살렘은 이슬람 소유였다. 이를 되찾기 위해 십자군전쟁이 일어났는데 주역은 프랑크족이었다. 이렇게 해서 아랍인은 프랑크 말을 접했고 거래를 위해 배워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말이 링과 프랑카다. 로망스어에 아랍어, 그리스어, 터키어가 섞인 혼합 말이었다. 소통이 목적이었기에 문법도 상관없었다. 당시 상인들이 만든 국제 공통어였던 것이다. 

 

로마 전성기엔 라틴어도 전성기였지만 로마가 무너지자 함께 쇠퇴한다. 이후 동로마 시대에는 희랍어가 공용어였고 라틴어 사용은 줄어들었다. 그리스, 터키, 이집트에선 현지어가 중심이 되었다. 라틴어는 고전 라틴어와 민중 라틴어(Vulgata)로 구분되었는데 대중이 쓰던 불가타는 서로마 멸망 후에도 구어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8세기부터 로망스어로 분화되었다. 

 

전통적으로 교황의 문서는 라틴어였다. 유럽에서 학술과 법 분야 언어로 쓰이던 것이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다. 고전 라틴어 알파벳은 23자였고, J(제이)는 없었다. 구두점은 찍지 않았고 끠어쓰기도 하지 않았다. 소문자도 없었고 필기체는 있었다. 1962년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교회는 라틴어로 미사를 집전했다. 트리엔트 공의회(1545년)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2015년 3월 22일 사순 제5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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