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어떻게 성경을 해석할 것인가?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이다. 성경은 인간의 언어로 쓰여진 하느님의 말씀이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이 하신 일에 대한 이야기이고, 하느님을 만나고 구원과 해방을 체험한 이스라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약성경은 하느님의 말씀(Logos)이신 예수님의 이야기이고, 예수님을 만나고 구원과 해방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 성경의 세 가지 특성
우리는 어떻게 성경을 읽을 것인가? 성경 해석을 위한 방법론은 무엇인가? 적합한 읽기의 방법론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읽으려는 성경 본문이 가지는 여러 특성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즉 성경 본문의 특성들에서 읽기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글이 가지는 다양한 특성에 적합한 방법론만이 글의 의미와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다음 세 가지 특성을 가진다.
- 첫째, 성경은 역사적 특성을 가진다. 성경은 역사 안에서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이다. 성경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내용으로 하며 역사 안에서 전승되고 편집된 책이다.
- 둘째, 성경은 문학적 특성을 가진다. 성경은 쓰여진 글이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문학이다. 성경 본문에서는 다양한 문학 양식, 문학적 구조, 문체, 문학적 기법들이 사용된다. 독자는 최종 본문으로서의 성경을 읽는다.
- 셋째, 성경은 신학적 특성을 가진다. 성경이 역사적이고 문학적인 다른 문헌들과 구별되는 것은 그 신학적 메시지 때문이다.
- 이와 같이 성경 본문이 가지는 특성을 세 가지 주제어로 표현하면, 역사(history), 문학(literature), 신학(theology)이다.
2. 성경 해석의 비평적 방법론
- 우리가 성경을 읽는 목적은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서이다. 즉 성경의 의미를 이해하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바로 해석의 비평적 방법론이다. 여기서 비평적 해석이란 엄밀한 방법론에 따른 객관적이고 학문적이며 분석적인 해석을 가리킨다. 이것을 우리는 성경 주석(註釋, Exegesis)이라고 한다. 주석은 독자와 본문 사이의 “거리두기”를 전제하는 비평적 해석의 방법이다. 그리고 주석의 과제는 성경 본문의 이해이다. 역사적 특성, 문학적 특성, 신학적 특성을 가지는 성경 본문을 해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론이 필요하다.
- 첫째, 성경의 역사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역사 비평적(歷史 批評的)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방법론은 성경을 당시의 역사적 상황 안에서 해석하고, 최종 본문 이전의 전승과 편집의 역사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통시적(通時的, diachronic) 방법론이다. 본문 비평, 문헌 비평, 사료 비평, 전승 비평, 양식 비평, 편집 비평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둘째, 성경의 문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문학 비평적(文學 批評的)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방법론은 전승과 편집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읽는 최종 본문에 이른 성경이 가지는 다양한 문학적 특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공시적(共時的, synchronic) 방법론이다. 수사학 비평, 기호학 비평, 서사 비평, 독자-반응 비평, 정경 비평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셋째, 성경의 신학적 메시지를 파악하는 신학적 해석학이 필요하다. 이것은 본문의 신학적 메시지가 성경이 쓰여질 당시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를 물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오늘을 사는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가를 묻는 것이다. 즉 신학적 해석학은 성경의 메시지를 독자의 현실에 적용 (application)하는 것이며, 본문의 의미를 ‘자기 것으로 하기’(appropriation)이다.
- 이와 같이 역사적, 문학적, 신학적 특성을 가지는 성경에 적합한 해석의 방법론은 역사 비평, 문학 비평, 그리고 신학적 해석학이다.
3. 성경 해석의 통합적 차원
- 성경 해석의 방법으로서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 우리는 성경 본문의 역사적 측면 뿐 아니라 문학적 측면을 함께 파악할 때 본문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 즉 역사 비평적 방법론도 성경의 문학적 특성을 살펴야 하고, 문학비평적 방법론도 본문의 역사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성경 본문의 해석을 위하여 우리는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 통시적 방법론과 공시적 방법론의 장점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으로 성경 본문의 의미를 파악한 독자는 신학적 해석학을 통해 본문의 신학적 메시지를 “자기 것으로 하기”의 단계로 나아간다. 이것은 본문의 의미를 독자의 신앙적 실존과의 관련성 안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학문적 성경 해석과 신앙적 성경 해석 사이의 만남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왜냐하면 주석과 신학은 분리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4. 성경 읽기의 전망
- 성경 본문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학문적 해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성경 읽기가 제멋대로의 해석, 즉 자의적(恣意的) 해석이 되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우리의 읽기가 학문적인 읽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한 신앙의 책이요, 교회 공동체의 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앙적 해석은 학문적 해석이 신앙과 교회 공동체와의 관련성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학문적 읽기와 신앙적 읽기 사이의 만남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 따라서 학문적인 읽기는 우리의 성경 읽기가 정확하게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도와주고, 신앙적인 읽기는 우리의 읽기가 올바른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 송창현(미카엘) 신부는 1991년에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침, 2015년 3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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