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전통적 성경 읽기 거룩한 독서
계몽주의 이후 대두된 비평적 성경 해석은 가능한한 객관적으로 성경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인 학문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이 비평적 방법론은 성경 본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비평적인 학문적 해석은 그 한계도 드러내었다. 그것은 성경이 가지는 신앙, 교회 그리고 삶과의 관련성을 소홀히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학문적 성경 읽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전통적 성경 읽기인 교부들의 성경 해석과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에 주목하게 된다.
1. 전통적 성경 읽기
- 올바른 성경 해석은 성경 전체의 일체성과 내재적 단일성을 인정한다.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성경 전체의 저자이시기 때문에 성경 해석은 구약과 신약 전체의 맥락 안에서 본문을 이해해야 한다.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은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신약에서 구약이 성취되고 완성된다. 성경 전체는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었고, 성령은 성경의 통일성을 갖추게 한다.
- 성경은 교회 공동체의 책이고, 성경 해석은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을 고려해야 한다. 성령이 활동하시는 교회 안에서 전통은 살아있고,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다. 성경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교회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올바른 성경 해석은 교회의 전통 안에서 이루어지는 해석이다.
- 신앙의 유비(analogia fidei)는 성경 해석에서 고려해야 할 맥락이다. 신앙은 독자가 성경에서 읽고 찾아야 할 의미이다. 신앙의 유비에 따라 성경과 신앙 교리는 서로 모순될 수 없다. 이와 같이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는 성경을 신앙의 규범인 하느님의 말씀으로 해석해야 한다.
- 성경 전체의 일체성, 교회의 전통, 신앙의 유비를 고려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성경 읽기는 신앙 실존의 구체적인 삶, 기도, 전례, 사목 활동과의 상호 관련성 안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2. 거룩한 독서
전통적인 성경 읽기에서 대표적인 것은 교회의 오랜 역사 안에서 수행된 거룩한 독서이다. 이것은 다음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 첫째, 읽기(lectio) : 거룩한 독서는 본문 읽기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성경 본문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성경 본문은 그 자체로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둘째, 묵상(meditatio) : 묵상은 “성경 본문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를 묻는다. 즉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성경이 과거의 말씀이 아니라 현재의 말씀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를 찾는다.
- 셋째, 기도(oratio) : 청원, 전구, 감사, 찬미의 기도는 말씀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방법인데 “우리는 주님의 말씀에 응답하여 그분께 무엇을 말씀드리는가?”와 관련된다.
- 넷째, 관상(contemplatio) : 관상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지혜롭게 실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하고 또한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마음”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주님은 우리에게 정신과 마음과 삶의 어떤 회개를 요구하시는가?”를 찾는다.
3. 비평적 해석과 거룩한 독서
- 성경을 읽는 독자(reader) 는 본문(text)을 통하여 저자(author)와 만난다. 즉 성경을 통해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이루어진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이야기꾼인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반응 (reaction)에 영향을 주려한다.
- 성경 본문의 의미는 비평적이고 학문적인 해석 방법, 즉 객관적인 읽기의 방법에 의해 파악된다. 즉 우리는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에 의해 본문의 의미를 파악한다. 그러나 이것이 성경 해석학의 끝이 아니다. 즉 독자의 성경 읽기는 본문의 의미와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독자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 독자는 성경의 의미를 “자기 것으로 하기”(appropriation)의 단계로 나아간다. 이것은 달리 말해 성경 이야기의 메시지를 독자의 현실에 적용(application)하는 것이다. 독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현실에서 성경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것은 성경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독자의 오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가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독자는 성경의 이야기가 초대하는 새로운 삶에 응답하게 된다. 다시 말해 성경 메시지를 “자기 것으로 하기”는 독자의 삶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성경 읽기의 진정한 목표인 것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비평적이고 학문적 성경 읽기는 신앙적 읽기, 즉 전통적인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와 연결된다. 거룩한 독서의 첫째 단계인 읽기(lectio)에서 우리는 학문적 성경 해석의 방법론을 활용한다. 왜냐하면 비평적 읽기는 성경 본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성경 주석(Exegesis)의 다양한 방법론은 거룩한 독서의 “읽기”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성경 해석학의 완성인 “자기 것으로 하기”는 거룩한 독서의 둘째 단계인 묵상(meditatio)과 연결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비평적 성경 읽기의 한계와 약점을 보완하는 전통적인 성경 읽기, 특히 거룩한 독서와의 만남을 발견한다.
-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고 신학은 신앙의 이해이다. 성경은 모든 신학 작업을 지탱하고 동반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경 연구는 신학의 영혼이다.” 성경 해석이 신학이 아닐 때에 성경은 신학의 영혼이 될 수 없으며, 신학이 본질적으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경 해석이 아닐 때 그 신학은 기초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성경은 교회의 책이며, 교회의 삶 안에서 참된 성경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송창현(미카엘) 신부는 1991년에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침, 2015년 4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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