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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여행21: 내가 집 지을 준비를 해 두어야 하겠다(1역대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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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09 조회수3,529 추천수1

[안소근 수녀와 떠나는 구약여행] (21) “내가 집 지을 준비를 해 두어야 하겠다”(1역대 22,5)


성전을 지었기에 ‘흠없는 왕들’로 기록



솔로몬이 지은 성전의 모형.


신명기에서부터 그리고 신명기계 역사서인 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열왕기를 거치면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한 분이신 하느님”이었습니다. 이제 역대기로 가면 같은 시대의 역사를 기술하면서도 강조점이 옮겨갑니다. 왜 그럴까요?

구약 성경의 역사서들에서, 신명기계 역사서가 첫 번째 계통이라면 두 번째 계통이 역대기계 역사서입니다. 역대기, 에즈라기, 느헤미야기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 사이에 차이점도 있지만 대략 공통점이 많고 전체 줄거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같은 역대기계의 책들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역대기는 아담부터 시작해서 키루스 칙령까지 이르고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키루스 칙령에서 시작하여 유배에서 돌아온 후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작성 연대는 빨라도 기원전 4세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저자가 역대기를 썼을 때에는 이미 사무엘기와 열왕기가 있었습니다. 역대기 저자는 그 책들을 많이 참조했고,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다른 책들도 참조했습니다. 왕조실록들이나 예언자들에 대한 기록도 사용했음이 본문에 나타납니다. 저자가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것은 사무엘기와 열왕기이고 다른 자료들은 현재 남아 있지도 않으니, 역대기를 그 책들과 비교하면 역대기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이미 역사서가 있었는데 또 하나의 역사서를 쓴 이유가 무엇일까, 차이점이 무엇일까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신명기계 역사서는 신명기 다음에, 곧 오경 다음에 이어졌지만, 역대기는 아담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하지만 다윗 이전의 역사는 족보만으로 처리합니다. 족보는, 가장 짧게 역사를 줄여 놓는 방법이지요. 이 족보에서는 열두 지파 가운데 유다 지파와 레위 지파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나타납니다. 유다 지파는 물론 다윗 왕조 때문이고, 레위 지파는 사제와 레위인들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족보와 죽음만 언급되고, 사무엘은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사울 왕국은 중요성을 띠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비교하기 좋은 부분은 다윗과 솔로몬에 관한 부분입니다. 역대기는 다윗과(1역대 10─29장) 솔로몬을(2역대 1─9장) 상세히 다룹니다. 다윗과 솔로몬은 신명기계에서도 물론 가장 중요했던 임금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이유가 다릅니다. 다윗에게서는, 전쟁 기록과 예루살렘 점령, 그리고 나탄의 예언 등이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성전 건축을 준비했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22장에서부터, 그 자신은 전쟁을 하며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성전을 지을 수 없고 평온한 사람(평화의 사람)인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지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아들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합니다. 금과 은과 목재를 쌓아두는 것은 물론, 사제단과 레위인, 성가대, 성전 문지기, 창고 관리인 등도 모두 조직합니다. 성전은 짓기도 전에!

열왕기와 역대기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솔로몬입니다. 열왕기에서 솔로몬은 훌륭한 임금이 아니었습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대기에서 솔로몬은 대단히 훌륭한 임금입니다. 성전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역대기에서도 솔로몬의 지혜와 부귀영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길게 서술되는 것은 성전 건축입니다.

이와 더불어, 다윗과 솔로몬에게서 부정적인 사건들은 기록되지 않습니다. 기나긴 다윗의 왕위 등극 설화와 왕위 계승 설화, 역대기에는 그런 흔적이 없습니다. 물론 사무엘기와 열왕기에서도 그 부분에서 다윗은 흠 없는 사람으로 나오지만, 역대기에서는 다윗 주변에서 칼부림이 나타나지 않게 합니다. 밧 세바 이야기도 빠집니다. 솔로몬의 경우는 그가 집권 초기에 정적들을 처단한 것이나 그의 정략결혼, 그에 따른 우상 숭배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성전을 준비하고 건축한 다윗과 솔로몬에게 오점이 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삭제된 셈입니다.

이후의 임금들에 대해서도, 성전을 보수하거나 전례를 개혁한 임금들은 긍정적 평가를 받습니다. 아사, 여호사팟, 요아스, 요탐, 히즈키야가 여기에 속합니다. 또한, 임금들과 별도로도 전례와 레위인들에 대해 자주 언급됩니다.

시험 문제에 신명기계 역사서와 역대기계 역사서를 비교하라고 하면 대개 여기까지 잘 씁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은 빠졌습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작성된 시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역대기가 작성된 시대에 성전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에는 이미 임금이 없었습니다. 왕정 시대에 중시되던 군사적, 정치적 업적들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성전과 그 사제들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로 존속하고 있었습니다. 역대기가 작성된 시기 이스라엘의 정체성은 성전에 근거하고 있었고, 역대기는 그 성전의 중요성과 정당성을 다윗과 솔로몬으로부터 이끌어옵니다. 왕국이 무너지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스라엘에게, 그 성전이 그들 가운데 하느님께서 계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역대기에서도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다스리신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하느님의 통치는 이제는 다윗 왕조를 통해서가 아니라 성전에 모인 백성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가운데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전례도 중요해집니다.

“주님, 정녕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고, 나라도 당신의 것입니다[…]. 저희는 지금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의 영화로운 이름을 찬양합니다”(1역대 29,11-12).

[평화신문, 2015년 5월 10일,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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