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성경과 독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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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5-05-11 | 조회수5,594 | 추천수2 | |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성경과 독자
저자, 본문, 독자
읽기(reading)는 저자, 본문, 독자 사이의 상호 작용이다. 성경 읽기도 저자, 본문, 독자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성경 읽기의 방법론을 저자 중심적 방법론(author-centered method), 본문 중심적 방법론(text-centered method), 독자 중심적 방법론(reader-centered method)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헌 비평, 양식 비평, 편집 비평 등의 역사 비평적 방법론은 저자 중심적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은 저자의 의도에는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본문이나 독자에게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둘째, 본문 중심적 방법론에는 문학 비평 중에서 서사 비평과 기호학 비평이 대표적이다. 이들 방법론들은 본문이 저자로부터 독립하여 의미를 생산한다고 주장하여 본문의 자율성(autonomy)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 방법론은 저자의 의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비판을 받는다.
셋째, 문학 비평 중에서 독자-반응 비평은 대표적인 독자 중심적 방법론이다. 본문의 의미는 독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방법론들은 각기 장점을 가지는 동시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 본문, 독자의 관계에 있어 성경 읽기에 적합한 방향은 어떤 것일까?
성경 읽기의 목적은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 읽기는 본문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저자의 의도는 본문 가운데 표현된다. 즉 독자는 성경 본문 읽기에서 저자의 의도를 발견한다. 독자는 본문이 드러내는 의미를 파악한다. 따라서 본문의 의미는 독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본문은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율성을 가진다는 주장은 성경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본문의 의미는 독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지나친 독자 반응 비평의 주장도 성경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성경 읽기는 독자가 본문에 나타난 저자의 의도를 발견함으로써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읽기와 독자
말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런데 말이 쓰기에 의해 글이 되면 말하기와 듣기의 관계는 쓰기와 읽기의 관계로 바뀐다. 다시 말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즉 저자와 독자의 관계로 변화한다.
성경 이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야기(story)는 이야기꾼(storyteller)과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쓰기에 의해 글이 되면 이야기꾼과 듣는 사람의 관계는 저자와 독자의 관계로 바뀌게 된다. 즉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쓰여 진 글이 될 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이야기 글을 읽는 독자가 된다.
오늘날 성경을 읽는 독자(reader)는 종이에 인쇄된 책으로서 성경을 읽는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읽고 싶은 본문을 찾아 읽을 수 있다. 즉 성경 이야기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여기 저기 자신이 읽고 싶은 본문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종이에 인쇄되기 이전에 성경은 파피루스나 양피지 등에 필사되었다. 이러한 필사본들은 오늘날 우리가 성경책을 한권씩 가지듯이 그렇게 개인 소유가 아니었고 대중적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성경의 필사본은 그리스도인 공동체 앞에서 읽혀졌다. 즉 낭독되었다. 낭독되는 성경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낭독하는 사람이 읽어주는 대로 들었다.
독자는 자신이 읽는 성경 이야기가 먼저 이야기꾼에 의해 말하여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이야기가 가지는 말로서의 특성이다. 독자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다. 즉 독자는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세계 안으로 이끌려진다.
성경의 독자는 이야기꾼, 즉 저자가 이야기를 통하여 말하고자하는 의미, 즉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야기의 의미와 메시지를 파악할 때 독자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해석이고 읽기의 목적이다.
독자의 반응
독자인 우리는 성경 이야기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즉 그들이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인물 묘사(characterization)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성경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인 저자는 각각의 등장인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말하기(telling)도 하고,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관계 안에서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기(showing)도 하기 때문이다.
성경의 독자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만나는 여러 등장인물들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독자의 반응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다. 긍정적인 반응에는 첫째, 공감(共感, sympathy)이 있다. 이 반응은 독자가 어떤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관계를 가리킨다. 두 번째 긍정적인 반응에는 “하나 되기”(empathy)가 있다. 이 반응은 공감보다 더 강한 긍정적인 관계로서, 독자는 등장인물 안에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하나가 되는 동일화(同一化, identification)의 단계에 다다른다. 한편 독자의 부정적인 반응에는 반감(反感, antipathy)이 있다. 이것은 독자가 등장인물을 거부하는 부정적인 관계이다.
낯설게 하기
성경 읽기에서 독자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다. 이것은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본문을 보는 것이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성경 본문, 그저 그렇고 그런 뻔한 내용을 말한다고 여겨지는 본문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타성과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때 비로소 성경 본문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의 세계를 열어 보일 것이다.
* 송창현(미카엘) 신부는 1991년에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침, 2015년 5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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