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44) 트코아
부정 · 불의 질타한 예언자 아모스의 고향
- 트코아로 추정되는 베들레헴 남동쪽 광야. 출처=「성경 역사 지도」, 분도출판사
트코아는 베들레헴에서 도보로 두 시간가량 걸리는 유다 지역 사막 부근에 있다. 예루살렘에서 남으로 약 15㎞ 거리에 있는 해발 1000m 가까운 고지다. 과거 전쟁 때 예루살렘 방어의 언덕이었던 이곳에는 물론 오늘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계곡의 낮은 지대에는 소규모의 경작지가 있고, 넓은 들판이 있어 양을 치기에 적합하다.
트코아가 성경에서 유명한 지역이 된 것은 아모스 예언자의 고향이어서다. “트코아의 목양업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아모스가 전한 말씀. 유다 임금 우찌야 시대에, 곧 이스라엘 임금 여호아스의 아들 예로보암 시대에, 지진이 일어나기 이태 전 그는 이스라엘에 관한 환시를 보았다”(아모 1,1).
모압 · 암몬 침입 막는 데 기여
예언자 아모스는 기득권 지배 계층의 부정과 불의, 부당한 억압과 수탈에 대해 용감하게 고발했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 욕심으로 순수성을 잃은 이스라엘 종교의 타락한 예배 행위와 이교도의 많은 영향을 받은 성소들을 비난했다. 특히 아모스는 뇌물을 받고 엉터리 재판을 하는 관리들과 가난한 백성을 착취하는 고리대금업자들을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미래가 하느님과의 관계에 좌우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떠나면 이스라엘 민족은 곧 멸망한다고 선포했다. 하느님 이외 어떠한 권세나 물질도 인간의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전했다.
유다 임금 여호사팟이 유다를 치러 온 암몬 자손들과 모압과 세이르 산 주민들에게 맞서 일어나, 그들을 완전히 전멸시켰던 장소가 트코아 광야였다. “그들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트코아 광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갈 때에 여호사팟이 일어나 말하였다. ‘유다와 예루살렘 주민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주 여러분의 하느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굳건해질 것이오. 그분의 예언자들을 믿으시오. 그러면 성공할 것이오’”(2역대 20,20).
또 성경에는 요압이 지혜로운 트코아 여인으로 하여금 다윗 왕에게 청하여 압살롬을 돌아오게 한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요압은 트코아에 사람을 보내어, 거기에서 지혜로운 여인 하나를 불러다가 말하였다. ‘그대는 애도하는 여자 행세를 하시오. 상복을 입고, 기름을 바르지도 말고, 죽은 이를 위하여 오랫동안 애도하는 여자인 체하시오’”(2사무 14,2).
르하브암은 트코아에 요새를 만들었고 예루살렘에서 엔게디로 가는 도로를 만들어 이 도시를 보호했다. “르하브암은 예루살렘에 살면서 유다에 요새 성읍들을 세웠다. 그가 세운 성읍들은 베들레헴, 에탐, 트코아, 벳 추르, 소코, 아둘람, 갓, 마레사, 지프, 아도라임, 라키스, 아제카, 초르아, 아일론, 헤브론이다”(2역대 11,5-6). 이 요새들은 여호사팟이 모압과 암몬 사람들의 침입을 막아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예레미야 예언자는 트코아에 적군들이 밀려들자 나팔을 불라고 외쳤다. 나팔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 것은 주로 전쟁 때 군인을 소집하거나 공격의 개시나 마침을 알릴 때 사용했다. 혹은 적들의 공격을 경고하기 위해서도 사용했다. “벤야민 자손들아 예루살렘 한가운데를 떠나 피난하여라. 트코아에서 나팔을 불고 벳 케렘 위에 봉화를 올려라. 북쪽에서 재앙이, 엄청난 파괴의 조짐이 보인다”(예레 6,1).
과거에 많은 역사를 안고 있는 지역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되었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1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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