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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의 세계: 바이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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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18 조회수4,778 추천수1

[성경의 세계] 바이블 이야기 (1)

 

 

성경을 뜻하는 영어의 바이블(Bible)은 희랍어 비블로스(Biblos)에서 왔다. 책을 뜻한다. 고대사회의 종이였던 파피루스에서 유래되었다. 원산지는 이집트다. 희랍인은 기원전 13세기부터 이집트 파피루스를 가나안에 있던 그발(1열왕 5,32) 항구를 통해 그리스로 가져갔다. 그발이 파피루스 항구를 뜻하는 비블로스로 불리어진 이유다. 책 항구란 별칭이다. 

 

그발(Gebal)은 레바논에 속한 항구로 현재 지명은 주바일(Jubayl)이다. 수도 베이루트에서 북쪽 40km 지점에 있으며 시돈과 티로와 함께 고대 페니키아 중심도시였다. 가나안을 정복했던 여호수아도 이곳만은 점령 못했다(여호 13,5).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전 건축 때 그발 주민을 고용했다. 레바논의 백향목과 토목기술을 도입했던 것이다(1열왕 5,32). 백향목은 해발 1500m 이상에만 서식하는 소나무다. 보통 나무는 나이테가 1~2cm지만 백향목은 1~2mm다. 그래서 곧고 단단하며 강렬한 향기를 풍긴다. 신전과 왕궁건설에 널리 사용된 이유다. 

 

알파벳은 고대 페니키아에서 시작되었고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그리스에 전해졌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 문자가 페니키아 알파벳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이후 파피루스를 가리키는 비블로스는 책을 뜻하는 말이 되었고 훗날의 성경 역시 ‘책 중의 책’이란 뜻에서 비블로스라 불리었다. 라틴어는 사끄라 스끄립뚜라(Sacra Scriptura)다. 직역하면 거룩한 기록이다. 이 단어에서 영어 Holy Scripture 독일어 Heilige Schrift 프랑스어 Sainte Ecriturer가 나왔다. 

 

성경은 구약(舊約)과 신약(新約)으로 나뉜다. 2세기 말 신약성경이 완성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일이다. 직역하면 오래된 약속(Old Testament)과 새로운 약속(New Testament)이다. 약속으로 번역된 테스트먼트(Testament)는 라틴어 Testamentum가 원형이며 말로 하는 약속(言約)을 뜻한다. 상대가 수락할지 거절할지 개의치 않고 제시하는 약속이다. 상대가 수락하면 쌍방계약이 되고 계약에 따른 책임이 부과된다. 유목사회에서 통용되던 약속이다. 

 

탈출기에 등장하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계약이 구약의 원형이다(탈출 24,8). 그리고 공관복음에 등장하는 최후만찬에서의 예수님 말씀이 새로운 약속의 시작이다(마태 26,26; 마르 14,27; 루카 22,20). 예수님의 출현으로 구약과 신약이 구분된 것이다. 구약의 언어는 히브리어며 아람어로 기록된 부분도 있다. 신약은 전부 희랍어다. 당시 지중해 전역에서 공용으로 쓰고 있던 코이네(koine)라는 희랍어다. 그리스어 koine는 영어의 common과 같은 뜻이다. [2015년 5월 17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성경의 세계] 바이블 이야기 (2)

 

 

마태오복음 17장 21절은 본문이 없고 주석만 있다. 그런 이유로 21절은 괄호로 묶여 있다. 주석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부 수사본에는, 그런 것은 기도와 단식이 아니면 나가지 않는다. 라는 21절이 있다.’ 훗날에 기록된 사본이 주석내용을 17장 21절에 첨가했다는 말이다. 이 구절은 마르코복음 9장 29절이다. 

 

따라서 마태오복음 17장 21절은 없는 구절이다. 없는 구절이 왜 지금의 마태오복음에 괄호로 묶여 남았을까? 3세기 사본에는 없지만 11세기 사본에는 있기 때문이다. 11세기에 성경을 필사하던 이들이 마르코 9장 29절을 마태오 17장 21절에 옮겨 놨던 것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렇게 했다. 현대 성경은 가장 오래된 사본을 번역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모든 필사본을 참고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3세기 사본엔 없고 11세기 사본에 있는 마태오 17장 21절을 주석을 통해 알린 것이다. 한편 성경의 장(Chapter)과 절(Verse)은 11세기 사본을 모델로 만들어진다. 3세기 사본에는 물론 지금과 같은 장과 절은 없었다. 고대사본에 현대의 장과 절을 매기다 보니 21절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괄호로 묶고 주석을 달았던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본은 바티칸 사본이다. 기원후 300년경 작품으로 추정되며 1475년부터 바티칸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기에 이렇게 불린다. 희랍어로 필사되었는데 지금 식의 장과 절은 없고 나름대로 구분법은 있었다. 성경이 처음 등장했을 땐 장절의 구분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성경구절을 찾을 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장과 절의 출현인 것이다. 바티칸 사본에도 그 시도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현대 성경의 장과 절은 12세기에 등장한 영국 신학자 랭튼(Langton 1150-1228)의 시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라틴어성경 불가타를 오늘날의 장으로 처음 구분했다고 한다. 이후 출판업자들에 의해 장과 절로 구분된 성경이 출판되면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랭튼은 1207년 영국 성공회의 중심인 캔터베리 교구의 교구장이 되었다. 한국의 성공회도 캔터베리 관구에 속한다. 성경에서 가장 긴 장(章)은 시편 119장이고 가장 긴 절(節)은 에스텔 8장 9절이다. 가장 짧은 장은 시편 117장이고 가장 짧은 절은 요한복음 11장 35절이다. [2015년 5월 24일 성령 강림 대축일(교육 주간)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성경의 세계] 바이블 이야기 (3)

 

 

지금은 성경(聖經)이지만 한때는 성서(聖書)였다. 공동번역 성서였다. 개신교에서는 아직도 성서라고 한다. 구약전서와 신약전서다. 중국은 처음부터 성경이라 했고 일본은 처음부터 성서라 했다. 한국은 경(經)과 서(書)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성경이든 성서든 본 뜻은 종교의 경전을 일컫는 말이다. 기독교가 보편화되면서 특수용어가 되었을 뿐이다. 

 

일본을 개화시킨 나라는 미국이다. 1854년 미국과 일본이 맺은 가나가와(神奈川) 조약을 통해서다. 일본은 쇄국을 풀면서 종교자유를 허락한다. 선교사와 함께 바이블이 들어왔다. 어떤 번역이 좋을지 망설이다 성서란 용어를 채택한다. 일본에서는 불경(佛經)도 성경이라 했기에 구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성서란 용어는 자연스레 한국 기독교 용어가 되었다.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성경은 성경직해광익(聖經直解廣益)이다. 역관 출신으로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최창현(요한)의 작품이다. 1790년경 번역을 시작했고 이후 여러 사람이 참가했다. 당시 조선엔 중국에서 들어온 성경직해(聖經直解)와 성경광익(聖經廣益)이란 한문책이 있었다. 주일과 대축일 복음을 해설한 책이었다. 최창현은 두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 한글로 번역한 뒤 책으로 묶었던 것이다. 직해와 광익에서 뽑았기에 직해광익이라 했다. 성경 전체가 번역된 것은 아니지만 첫 한글 번역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20권으로 되었으며 전체 복음서 3분의 1 정도가 실려 있다. 글을 깨친 이들은 읽음으로 복음을 접했고 깨치지 못한 이들은 들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직해광익은 신유박해 때까지 신앙생활을 이끄는 가장 소중한 책이었다. 박해로 초기 지도자들이 순교한 뒤에는 유일한 지침서가 되었다. 1882년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자 손으로 필사되던 직해광익은 활판본으로 간행되어 대량 보급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1801년 신유박해 때 형조에 압수돼 소각된 천주교 서적은 177권이었다. 한글로 쓰인 것이 111권, 한자책은 66권이었다. 한글성경은 성경직해 3권, 성경광익 1권, 성경직해광익 6권이었다. 한자 성경은 성경직해 5권과 성경광익 8권이었다. 서적은 당시 강완숙(골룸바)에게 교리를 배운 평범한 신자들 집에서 발견되었다. 미루어보아 일반 신자들에게 널리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5월 31일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성경의 세계] 바이블 이야기 (4)

 

 

한글 최초 성경은 순교복자 최창현(崔昌顯) 회장이 1790년경 번역 편집한 성경직해광익(聖經直解廣益)이다. 역관이었던 그는 한문 교리서도 많이 번역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서소문 밖 형장에서 순교했다. 한글 두 번째 성경은 1910년 한기근(韓基根 바오로) 신부가 번역한 사사성경(四史聖經)이다. 라틴어성경 불가타(Vulgata)에서 4복음만 한글로 번역한 뒤 해설을 첨가했다.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복음서다. 

 

한기근 신부는 말레이시아 페낭 신학교 출신으로 1897년 서품됐으며 김대건 신부 이후 7번째 사제다. 1922년 사도행전도 번역했는데 종도행전(宗徒行傳)이라 했다. 기존의 사사성경과 합본해 사사성경 합부 종도행전(四史聖經 合附 宗徒行傳)이란 이름으로 발간했다. 1939년 재판을 찍을 때는 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년)에 따라 띄어쓰기를 시행했다. 

 

1935년 조선 주교회의는 성경번역을 분도(베네딕도) 수도회에 위임한다. 수도회는 서간과 묵시록 번역을 먼저 시작했고 1941년 완성했다. 책임자는 독일 출신의 슐라이허(Schleicher) 신부였다. 한기근 신부의 사사성경과 종도행전에 슐라이허 신부의 서간과 묵시록이 더해졌다. 한글로 쓰인 가톨릭 첫 신약성경 출현이다. 

 

1955년부터 선종완(宣鍾完 라우렌시오) 신부는 구약성경 번역을 시작한다. 라틴어 성경 번역이 아니라 히브리어 원문에서 직접 번역했다. 1958년~1963년까지 창세기를 출발로 구약성경 16권과 바룩서를 발간했다. 한글 최초의 구약성경 번역으로 입문과 주를 달았다. 이후 최민순(崔玟順 요한) 신부는 1968년 불가타 성경에서 시편을 번역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시의 운율을 살린 명품 번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공동번역 성서가 등장한다.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 가톨릭과 개신교는 1968년 성서 번역 공동 위원회를 조직했다. 이어 1971년에는 신약성서를 번역했고 1977년에는 구약성서 번역을 완료했다. 그리고 그해 부활절엔 공동 번역 성서를 발간했다. 가톨릭과 개신교 공동 작품이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해 쉬운 언어로 번역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01년에는 한국 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성서가 발간된다. 가톨릭 성서학자들이 1974년부터 시작한 번역 작업의 결실이었다. 성경원어를 정확하게 직역했고 각 권마다 해제와 주석을 첨부했다. 2005년 주교회의는 1988년부터 준비한 새로운 성서를 공인하고 성경으로 부르게 했다. 그리고 그해 대림 첫 주일부터 일반 교우들에게 보급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성경’이다. [2015년 6월 7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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