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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성경 속 도시45: 키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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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4 조회수3,622 추천수1

[성경 속 도시] (45) 키레네


예수님 십자가 대신 진 시몬의 고향



리비아의 키레네는 고대 그리스 도시로 신전, 주거 지역 등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출처=heritage.unesco.or.kr


키레네는 리비아에 위치하고 키레나이카(Cyrenaica)로 불리는 중요한 고대 유적지 도시다. 현재 리비아에서 비교적 잘 보존된 고대 헬라(그리스) 도시로 신전, 무덤, 아고라, 원형경기장, 극장 등의 모습이 남아 있다. 가파른 절벽 아래의 지중해 바다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풍광이다. 키레네는 본래 헬라인이 아프리카 북쪽 해안에 건설한 식민도시였다. 지금의 리비아 동부 지역에 해당한다.

이 키레네가 성경에서 등장하는 것은 예수님의 마지막 십자가의 길에서다. 사형 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지고 가던 예수님은 너무 지쳐 있었다. 여러 번 십자가의 무게에 눌려 쓰러진 상태였다. 골고타를 향해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에서 로마 병사들은 한 사람을 불러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했다. “그들은 지나가는 어떤 사람에게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그는 키레네 사람 시몬으로서 알렉산드로스와 루포스의 아버지였는데, 시골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마르 15,21).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끝인사와 권고 중 자신의 선교 활동에 도움을 준 이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있다. 그중에서 “주님 안에서 선택을 받은 루포스, 그리고 나에게도 어머니와 같은 그의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로마16,13)라며 루포스와 그의 어머니에 대해 언급한다. 루포스의 어머니는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었던 키레네 사람 시몬의 아내이다. 그들 가족은 바오로 사도의 감사인사를 받을 만큼 초대교회의 열심한 교우로 활동하고 있었다.

키레네는 예루살렘에선 대단히 먼 곳이다. 그런데도 당시에 유다인이 많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키레네는 본래 헬라 신화에 등장하는 샘의 여신 이름이다. 키네레는 기원전 7세기에는 인구 20만이 넘을 정도로 발전했고 헬라 지역에 주로 곡물을 공급하던 곡창지대였다. 기원전 96년,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된 후 북아프리카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고 있었다. 로마 지배하의 2세기 동안은 번영을 누렸으나 서기 115년에 일어난 키레네 유다인의 반란 후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365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마침내 642년 아랍인들이 정복하면서 키네레는 유목민이 머무는 잊힌 도시로 전락했다.

리비아에서는 드물게 대추야자와 같은 열대나무와 오렌지 및 올리브 과수원이 산재해 있고, 주변 지세도 리비아 사막과는 다르게 굴곡이 이어지는 해안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현재 발굴된 유적지에는 헬라 로마 시대의 신전과 주거지역, 원형경기장을 비롯한 공공건물들이 많이 복원됐다. 유적지를 통해 당시의 화려한 모습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도시 북쪽에는 알렉산드리아의 카이사레이온을 본뜬 바실리카(교회)와 광장의 모습이 남아있고, 훌륭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2세기의 저택도 발굴됐다. 로마 시대 터의 중심지에는 기원전 6세기 후반에 세워진 거대한 도리아식 건물인 제우스 신전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대한 도리아식 기둥만이 남아 있다.

현재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한때는 화려한 영화를 누렸던 도시국가였던 이곳에서 과거의 영광을 드러내려는 듯 계속해서 화려한 유적들이 발굴되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2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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