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49) 베들레헴
아기 예수 탄생한 작은 마을
-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 탄생 기념 성당. 성탄을 앞두고 성당 앞마당에 성탄 트리가 세워져 있다. [CNS]
이스라엘의 성지순례 코스 중 가장 성스러운 순례지 중 하나는 베들레헴이다. 베들레헴은 히브리어로는 ‘빵의 집’, 아랍어로는 ‘푸줏간’을 의미하는데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7~8km 위치에 있다. 예루살렘에서 차량으로 20분 남짓 거리에 있는 베들레헴은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베들레헴으로 들어가려면 이스라엘군 초소의 검문을 받아야 한다. 검문을 통과하면 이스라엘이 설치한 회색빛 높은 콘크리트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 장벽을 지나가다 보면 왠지 모를 긴장감과 함께 서글픔이 밀려온다.
베들레헴은 해발 750m에 있는 높은 곳이지만 비옥한 땅으로 일찍이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다. 베들레헴은 역사가 5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고대 도시다. 베들레헴은 구약에서 야곱의 아내 라헬의 무덤에 등장한다. “라헬은 이렇게 죽어, 에프라타 곧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가에 묻혔다”(창세 35,19). 그리고 이곳은 이스라엘의 제2대 왕인 다윗왕의 고향(1사무 16,1-16)으로 유다인에게는 성스러운 땅으로 여겨졌다.
유다인들은 이스라엘을 구원해줄 메시아가 장차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그의 뿌리는 옛날로, 아득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미카 5,1).
룻기의 배경 역시 베들레헴이다. 룻의 자손인 다윗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거기서 사무엘에 의해 기름 부음을 받았다(1사무 16,1-13 참조). 한때 베들레헴은 필리스티아 사람들에게 점령되기도 했는데, 다윗의 용사 중 세 명이 적진을 뚫고 이곳의 우물물을 떠서 다윗에게 바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다윗이 간절하게 말하였다. ‘누가 베들레헴 성문 곁에 있는 저수 동굴에서 물을 가져다가 나에게 마시도록 해 주었으면!’ 그러자 그 세 용사가 필리스티아인들의 진영을 뚫고, 베들레헴 성문 곁에 있는 저수 동굴에서 물을 길어 다윗에게 가져왔다”(2사무 23,15-16). 이스라엘 남북 왕국이 분열된 뒤 르호보암이 예루살렘을 방어하기 위해 요새 성읍을 세우기도 했다(2역대 11,6). 그러나 1000년 동안 베들레헴은 예루살렘 근교에 있는 작은 마을로 남아 있었다.
신약 성경도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음을 선포한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마태 2,1-2). 이처럼 아기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지인 작은 베들레헴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성지가 되었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1993년 오슬로 평화 협정 후 1995년 12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 되어 현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영향권에 있다. 주민들은 팔레스타인인으로 대부분 무슬림이다.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 탄생 기념 성당’은 현재 가톨릭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교회가 삼등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2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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