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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이스라엘 이야기: 코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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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27 조회수4,017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코라진


기적 보고도 믿지 않는 사람들 태도에 예수님 한탄

 

 

코라진 회당 유적.


코라진은 갈릴래아 호수 북쪽 언덕에 있어, 전망이 매우 좋은 마을이다. 갈릴래아 호수는 해저 200미터고, 코라진은 해발 200미터니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있다. 예부터 밀농사로 유명해, 바빌론 탈무드에도 마을 이름이 언급된다(메나홋 85A). 예수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다가 바리사이들의 지적을 받은 곳도 이 근처가 아니었을까 싶다(마태 12,1-2).

코라진은 예수님이 말씀을 전파하신 삼대 고을에 속한다. ‘카파르나움’, ‘벳사이다’, ‘코라진’ 모두 유다인 마을로서,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모여 있었다. 호수 동·서쪽에 위치한 게라사나 티베리아스 이방인들과 섞이지 않도록 유다인들이 거리를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을들은, 주님께서 행하신 많은 기적과 복음에도 믿음 없는 태도를 고수해 한탄을 산다(마태 11,20-24 루카 10,13-15). 지금은 옛 세월이 무색하게 코라진이 공허한 유적으로 남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현무암으로 만들어져, 불타버린 느낌마저 자아낸다. 끝까지 주님을 거부한 이 검은 마을은, 다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우리 인간의 완고한 마음 색과도 비슷해 보인다.

메두사의 머리.



코라진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회당이 서 있다. 회당은 히브리어로 ‘벳 크네셋’, 그리스어로는 ‘시나고게’라 한다. 석회암으로 봉헌된 카파르나움 회당과 달리, 코라진 회당은 현무암으로 검게 지어졌다. 정면 입구는 멀리 예루살렘 쪽을 바라본다. 입구 안쪽에는 모세오경 두루마리를 보관했던 지성소 일부가 남아 있다. 오늘날 유다인들이 예루살렘 방향으로 기도하듯이, 이천 년 전 사람들도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향해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회당 안에 들어가면, 한구석에 메두사 얼굴이 눈에 띈다. 메두사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머리카락이 뱀으로 되어 있다는 여인이 아닌가? 이런 장식이 회당에서 발견될 정도니, 당시 로마 문화가 이스라엘 사회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엿볼 수 있다.

 

회당 안 앞쪽에는 ‘모세의 자리’가 놓여 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앉았다는 바로 그 높은 자리다(마태 23,2). 이들이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었음은, 모세 율법을 해석하는 권위자 역할을 맡았다는 의미다. ‘~의 자리에 앉는다’는 말은 그 사람을 계승한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율법학자가 모세의 자리에 앉으면, 다른 사람들은 서서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모세가 재판하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백성들이 그 곁에 서 있었듯이(탈출 18,13). 하지만 예수님은 늘 상석만 찾고, 말은 하되 실천하지는 않는 이 학자들의 위선을 보시며,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라’ 꼬집으셨다(마태 23,12).

모세의 자리.

 

 

회당은, 서기 70년에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뒤, 성전을 대신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이미 성전에서 멀리 사는 유다인들은 안식일마다 지역 회당에 모였다. 예루살렘 탈무드는, 성전 파괴 전후로 예루살렘에만 480여 개의 회당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신약성경에도 회당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마태 4,23 마르 1,21 등). 회당에는 회당장이 있어, 공동체 예배가 잘 진행되는지 보살폈다. 회당장은 종교 지도자가 아닌 일반인이 맡았으며, 매우 존경받는 자리였다고 한다. 주로 원로들이 회당장이 되었다. 회당장은 안식일에 성경 말씀 봉독할 자와 기도 인도자를 정하고, 설교자도 선택한다(유다교에서는 일반인들이 설교도 맡아 한다). 모세오경 일부를 먼저 봉독하고, 뒤이어 예언서를 읽는다. 루카 복음에(4,16-20) 따르면, 예수님은 나자렛 회당에서 성경을 봉독하셨다. 주님께 주어진 두루마리가 이사야서(61,1-2)였으니, 모세오경 봉독 이후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회당장은, 회당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루카 13,14 참조).

이제는 완전히 몰락해 검은 잔해로 남은 코라진 회당과 모세의 자리에서 우리는 겸양을 배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처럼, 겸양은 우리 신앙인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일 것이다. 불필요한 낮춤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만, 지혜롭게 섬길 줄 아는 겸양은 주위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지게 한다. 아카시아가 스스로 광고하지 않아도 향기로 존재를 드러내듯이, 은은하게 주님의 향기를 뿌리는 그런 신앙인이 되기를 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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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소피아) -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6월 28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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