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된 방대한 성경의 전체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의 그림으로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 즉 성경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올바른 관계, 즉 정의(正義)에 대한 이 야기이다.
창조, 죄, 구원
성경은 창조 이야기로 시작한다. 창조는 하느님, 인간, 자연 사이의 조화이다. 이 올바른 관계는 죄로 말미암아 단절된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다른 이들로부터,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된다. 이 단절된 관계가 다시 올바른 관계로 회복되는 것이 구원이다. 구원의 역사는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 안에서 펼쳐지고 마침내 예수님에 의해 완성된다. 이러한 창조, 죄, 그리고 구원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 바로 성경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성경의 핵심 내용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올바른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 정의(social justice),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생태 정의(ecological justice)이다.
사회 정의
성경이 말하는 구원은 인격적(personal)이고 개인적(individual)일 뿐 아니라 사회적(social)이고 공동체적(communal)이다. 성경의 구원은 인간이 어떻게 사회, 민족,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사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즉 구원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원은 정치적(political)이다.
구원은 불의로부터의 정의이다. 구약 성경의 예언자들은 구체적인 이스라엘 역사의 현장에서 생생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메시지는 종교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이었다. 예언자들은 사회 정의를 위한 하느님의 열정(passion)과 가난하고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를 선포하고 실천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불의한 사회 현실과 정치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역사의 예수님(Jesus of history)은 구약의 예언자를 많이 닮았다. 그분은 당시 세계 질서를 이루던 로마 제국의 평화(Pax Romana)와 이에 결탁한 헤로데 가문의 통치,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 체제라는 유다이즘의 현실 안에서 하느님 나라 운동이라는 전혀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대안으로 제시하셨다. 예수님은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사회 정의를 위한 하느님의 열정과 가난하고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함께 아파하기를 가르치고 실천하셨다. 따라서 그분의 가르침과 실천은 종교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이었다. 예수님은 당시의 사회-정치적 질서와 종교적 불의에 대해 비판적이셨다. 이와 같이 사회적 예언자인 예수님의 사상과 실천은 사회-정치적 차원을 가진다.
성경이 주목하는 사회 정의는 일차적으로 경제 정의(economic justice)이다. 왜냐하면 성경의 세계는 집단적인 경제적 불의라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경은 힘 있고 부유한 엘리트들이 사리사욕에 맞게 세계를 구조화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즉 경제적 불의는 제도화된 가난과 궁핍을 초래한다. 그래서 경제 정의를 위한 성경의 열정은 인간 삶에 필수적인 것들인 땅, 식량, 생존을 위한 물질적 토대와 관련된다. 사회 체제는 모든 이가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인간은 구조화된 경제적 불의로부터 구원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사회 정의는 가난하고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고 그것은 자비, 즉 함께 아파하기를 통해 실천된다. 정의는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과 그들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생태 정의
생태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성경은 우리에게 어떤 길을 제시하고 있는가? 환경과 생태적 차원의 문제 앞에서 우리는 성경에 길을 묻는다. 성경은 구약뿐 아니라 신약에서 오늘의 우리에게 생태적 차원에 대한 놀라운 가르침을 말하고 있다.
하느님은 천지의 창조주이시다. 그래서 모든 창조물은 하느님에게 소중하다. 성경은 하느님과 창조물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대하여 말한다. 창조를 다 마치시고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창조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인 시선은 성경 곳곳에 가득하다. 성경은 창조에 대해 기쁨으로 환호하고 노래한다.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에게 귀중한 창조물인 지구를 돌보신다. 그분은 당신이 만드신 인간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보살피시고, 그 고통에 함께 아파하신다(compassionate). 그분은 “들풀을 입히시고 하늘의 새를 먹이시는 하느님”(마태 6,25-34 참조)이시다. 이와 같이 하느님이 피조물을 돌보시는 이유는 그것을 당신이 손수 만드셨기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피조물을 보살피시는 돌보미 하느님을 닮는 삶에로, 즉 돌보미로 살도록 초대받았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생태 정의의 실현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을 돌봄으로써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를 살아야 한다.
성경의 핵심 메시지인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는 서로 연결되고 상호 보완적이다. 인간과 다른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다른 창조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구원이다. 해방 실천이 정치, 경제, 사회적 차원 뿐 아니라 생태적 전망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총체적인 구원을 말할 수 있다.
* 송창현(미카엘) 신부는 1991년에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침, 2015년 7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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