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57) 카파르나움
예수님이 기적 행하신 주 활동지
- 베드로의 장모 집터 위에 세워진 십자군 시대 성당 유적. 이 유적 위에 팔각형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카파르나움은 ‘예수님께서 사시는 고을’(마태 9,1) 또는 ‘예수님의 집이 있는 곳’(마르 2,1)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예수님은 주로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위치한 카파르나움을 중심으로 활동하셨다.
카파르나움은 비옥한 땅으로 둘러싸였고 중요한 무역로의 교차로에 있었다. 고대 카파르나움은 갈릴래아 북쪽 해안에 있었으며 당시에는 매우 번화하고 주민들도 꽤 많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카파르나움은 이른바 ‘해안길’(Via Maris) 길목에 있어 교통의 요충지였다. 가장 오래된 도로인 ‘해안길’은 바빌론과 이집트를 연결시켜 주었던 대로였다. 이 길은 이집트 고센 지역에서 시작해 시나이 반도 해안 지역과 필리스티아 평야를 지나 샤론 평야에 이른다.
그리고 예수님 당시의 카파르나움은 헤로데 필리포스와 헤로데 안티파스가 다스리던 땅의 경계 지역 길목으로서 국경을 지나는 많은 이방인에게 세금을 징수하던 곳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 세관 유적과 5세기경에 세워진 회당 유적이 남아 있다. 그 앞쪽에는 베드로 장모의 집터에 세워졌던 초기 가정교회의 유적이 남아 있다.
예수님 당시 갈릴래아 호수에는 10여 곳의 포구가 있었는데 그중 카파르나움이 가장 번성한 포구였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이 지역은 이방인과 유다인이 섞여 살았던 곳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나자렛을 떠나 카파르나움으로 가서 자리를 잡으시고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셨다.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기 시작하셨다”(마태 4,17). 그리고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어부 출신의 첫 제자들인 베드로, 안드레아와 야고보, 요한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다(마태 4,12-22 참조). 이곳 세관에서 일하던 세리 마태오가 예수님 제자로 부르심을 받기도 했다.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길을 가시다가 마태오라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마태오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마태 9,9).
카파르나움은 로마 군대의 주둔지였는데 그곳에서 근무하던 로마 군대의 백부장이 예수님을 만나 그 하인의 병을 고친 일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 들어가셨을 때에 한 백인대장이 다가와 도움을 청하였다”(마태 8,5). 예수님은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고 시몬의 병든 장모도 고쳐주셨다(마르 1,21-31 참조).
예수님은 중풍병자 등 많은 환자를 치유하시고 수많은 기적으로 행하셨는데도 회개하지 않는 이 도시가 멸망할 것이라 예언하셨다.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마태 11,23).
실제로 비잔틴 시대에는 카파르나움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몰려와서 살았지만 700년경 아랍의 점령 이후에는 도시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폐허가 됐다. 그 후 유적들이 발굴돼 베드로 장모의 집터에 세워졌던 초기 교회의 유적이 남아 있다.
1990년에는 이 터 위에 현재의 팔각형 성당을 세웠다. 성당의 중간 바닥에 있는 유리 바닥을 통해 아래에 있는 십자군 시대 교회 터가 보인다. 그 옆의 회당 주변으로 주거지들과 호수 쪽으로 베드로의 집터가 발굴됐다. 1894년부터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이곳을 관리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1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