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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성경의 열두 주제8: 다윗 계약과 메시아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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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7 조회수6,147 추천수1

[구약성경의 열두 주제 08] 다윗 계약과 메시아사상



예수님의 생애를 노래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헨델이 파산한 뒤 건강마저 잃었을 때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작품이다. 에덴에서 나온 뒤, 영 · 육으로 파산한 우리 인류에게도 메시아는 그런 존재다.

메시아는 본디 히브리어로 ‘메쉬아흐’라 한다. ‘기름부음받은이’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스어로는 ‘크리스토스’라 하며, 우리말로 ‘그리스도’라고 옮긴다. 간혹 예수님의 성이 ‘그리스도’냐는 엉뚱한 질문도 받지만, 이것은 예수님께서 구원자이심을 드러내주는 칭호다.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윗의 후손이심을 여러 번 강조한다(마태 21,9; 루카 18,38). 태어나신 곳도 다윗의 고향인 베들레헴이다(루카 2,1-7.11). 신약을 인정하지 않는 유다인들 또한 메시아는 다윗의 후손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마태 22,42). 이것은, 하느님께서 다윗과 맺으신 영원한 계약이 다윗 후손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다윗 계약에서 다윗 후손 메시아로 이어진 믿음의 흐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다윗과 맺으신 영원한 계약

구약에서 발전한 메시아사상은 근본적으로 다윗 계약에 뿌리를 둔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계명을 성실히 지킨 다윗에게(1열왕 3,6) 후손 대대로 이어질 왕조를 약속하셨다(2사무 7,16; 시편 89,4-5 참조). 이것은 주님께서 선물처럼 내리신 “영원한 계약”(2사무 23,5)이므로, 아브라함 계약과 종류가 같다(「경향잡지」, 2015년 3월호 참조). 곧, 율법 준수가 요구되는 시나이 산 계약에 대조적으로, 계약 유지에 필요한 조건이 따로 붙지 않는다. 계약의 의무를 지는 쪽은 오히려 하느님이시다. 그러니 결코 깨어지지 않을 계약, 영원한 계약이다.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품으신 애정은 그를 시종일관 ‘당신의 종’이라 부르신 호칭에서 두드러진다(2사무 7,8; 1열왕 11,34). ‘종’이란 뜻의 ‘에베드’는 ‘섬기다’, ‘숭배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 어근 ‘아바드’에서 파생되었다. 일반 노예도 포함하지만(창세 24,2), 기본적으로 ‘섬기는 사람’, ‘숭배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님의 종’은 성경에서 성조나, 임금, 예언자들에게만 붙여지던 특별 호칭이었다(민수 12,7 참조 : “나의 종 모세”; 신명 9,27 참조 : “당신의 종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 그러다가 기원전 6세기 말에는 이 호칭이 대중화되어, 이스라엘 민족 전체가 ‘하느님의 종’으로 불린다(이사 41,8; 43,10 참조).

그런데 구약성경에는 다윗 계약을 조건부로 설명한 구절들이 있다. “다윗 자손들이 주님 앞에서 제 길을 지켜 성실히 걸으면, 왕좌에 오를 사람이 끊어지지 않을 것”(1열왕 2,4 참조)이라 한다. 그리고 “다윗 자손들이 다른 신을 예배하면, 이스라엘은 고향 땅에서 잘려 나갈 것이다”(1열왕 9,4-7 참조). 곧, 하느님을 성실히 섬겨야만 다윗 계약이 유지됨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 구절들은, 기원전 6세기에 다윗 왕조가 몰락해 바빌론으로 유배된 동안 계약의 효력이 정지된 까닭을 설명하려고 뒤늦게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본디 다윗 계약이 규정된 2사무 7,14-16을 보자.

하느님께서는 다윗의 아들이 죄를 지으면 채찍으로 벌하실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자애는 그치지 않을 것이며, 다윗 왕실은 영원토록 굳건할 것이다.

시편(89,4-5)에도 다윗 왕실이 대대로 이어지리라는 약속이 나온다. 다윗 왕실을 뒷받침해 준 이 계약은, 이스라엘이 분단된 뒤에도 남왕국 유다를 이끌어온 ‘시온 신학’의 주축이었다. (예로보암이 솔로몬의 아들 르하브암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뒤, 북왕국이 따로 떨어져나간다. 하지만, 예언자 호세아 [3,5]는 언젠가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윗 왕조로 돌아와 하나가 되리라는 희망을 전했다.)


시온 신학과 바빌론 유배

‘시온’은 다윗 성(2사무 5,7; 1열왕 8,1)과 하느님 성전이 있는 모리야 산(시편 78,68-69)을 가리키는 말이다. 히브리어로는 ‘찌욘’이라 한다. 어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메마른”(이사 53,2)이란 뜻을 가진 ‘찌야’와 같은 어근으로 본다. 예루살렘은 고도가 높아 나무들이 좀 자라지만, 올리브 산만 넘어도 메마른 광야가 나오는 까닭이다. 또는 ‘방어하다’라는 뜻의 ‘짜나’와 동일한 어근으로 추정한다.

시편(125,2)의 묘사처럼 고대 예루살렘, 곧 다윗 성이 산으로 둘러싸여 천연요새 같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성의 면적이나 위치는 시대마다 변천해 왔지만, 시온은 늘 예루살렘을 부르는 애칭이었다(2열왕 19,21; 이사 51,3 참조).

‘시온 신학’은 다윗 계약에 기초해, 예루살렘과 다윗 왕조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골자로 한다. 기원전 8세기 말, 히즈키야 임금 때에는 북왕국을 무너뜨린 아시리아가 남왕국을 호시탐탐 엿보았다.

그러나 예루살렘 정복에 실패함으로써, 성전이 있는 한 시온은 안전하다는 신념을 뒷받침해 주었다(2열왕 19,20-37; 이사 37,21-38 참조).

시온 신학은 그 뒤 크게 발전해 국제 정세가 악화되는 상황에도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7세기 후반부터는 아시리아를 꺾은 바빌론이 고대 근동의 새 열강으로 발전하는 중이었다.) 이것은 성전을 난공불락으로 본 백성들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예레 5,12; 7,3-4; 미카 3,11 참조 :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시지 않느냐? 우리에게는 재앙이 닥칠 리 없다”).

게다가 다윗 계약은 ‘무조건 계약’이었던 반면, 시나이 산 계약은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이스라엘 땅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조건 계약’이었다. 그런데 다윗 계약을 맹신한 시온 신학의 여파로, 준수가 까다로운 시나이 산 계약의 율법들은 무시되었다.

그 부작용으로 종교 · 도덕적 부패가 심화되어 나라가 썩기 시작하자, 예레미야는 시나이 산 계약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대로 지속되면, 예루살렘은 몰락을 피할 수 없다(예레 11,1-14 참조).

하지만 바빌론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에도, 다윗 계약에 의존해 태평성대를 주장한 예언자들이 주류였던 것 같다(예레 14,13-14 참조). 재앙을 선포하는 예레미야와 그에 반박하는 하난야의 대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예레 28,1-4.15 참조). 기원전 598(597?)년 첫 유배 때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다인들 사이에서도 태평성대 예언자들이 득세했던 것 같다(예레 29,4.8-9 참조).

그래서 바빌론 유배자로 살았던 에제키엘은 거짓 예언자들을 심판하는 신탁을 선포한다(에제 13장). 하지만 대부분의 유배자들은, 예루살렘이 무너진다거나 유배가 장기간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태평성대를 낙관하는 거짓 예언이 많았던 탓도 있고, 유배자들도 빨리 고향으로 귀환한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예레미야는 이들의 허황된 기대를 바로 잡으려고, 바빌론에 오랫동안 정착할 준비를 하라는 편지를 띄웠다(예레 29,4-16). 그러나 예레미야와 에제키엘의 신탁을 귀담아듣지 않은 대다수의 백성은, 기원전 587(586?)년 실제로 성전이 파괴되고 바빌론 유배가 전면적으로 현실이 되자 신앙적으로 깊은 충격을 받는다. 영원하다고 믿은 다윗 계약에도 하느님의 도성이 무너지니, 그만 방향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미래의 목자 다윗

이스라엘은 시나이 산 계약을 파기한 죄로 바빌론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으나, 그것이 종말은 아니었다. 다윗 계약도 효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예레미야와 에제키엘은, 예루살렘 몰락이 신앙에 모순된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계약파기에 따른 필연적 결과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두 예언자 모두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에, 이스라엘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다윗 왕실도 회복되리라 예언한다(예레 23,3-8; 33,20-22; 에제 34,23-24; 37,24-27 참조). 곧, 새 계약이 체결되면, 바빌론 유배로 중단된 다윗 계약이 효력을 회복할 것이다. 이 새 계약은 아브라함 계약의 효력도 갱신하며, 최종적으로 시나이 산 계약을 대체한다(「경향잡지」, 2015년 3 · 4월호 참조).

특히 에제키엘은 새 계약 선포에 앞서 다윗을 언급함으로써(에제 37,25-26 참조), 다윗 계약이 파기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몰락시킨 타락한 지도자들 대신, 다윗을 유일한 목자로 세워주실 것이다(에제 34장 참조). 물론 역사 속의 다윗이 되살아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윗 왕조의 재확립을 뜻한다.

실제로도 다윗은 베들레헴에서 양을 치던 목동이었기에(2사무 7,8 참조), 어진 목자의 심상을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목자는, 고대 근동인들이 임금의 역할을 빗대던 대표적인 동기가 되었다. (이집트는 ‘살아있는 호루스’ 파라오를 목자로 찬양했고, 바빌론에는 ‘임금 없는 민족은 목자 없는 양 떼와 같다.’는 속담이 있었다.)


다윗 후손 메시아

바빌론 포로기 동안 이스라엘은 첫 유배 때 끌려간 다윗 후손 여호야킨 임금에게 희망을 두었던 것 같다. 바빌론 임금이 여호야킨에게 친절히 대하며, 유배된 다른 임금들보다 높은 자리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2열왕 25,27-30).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이 바빌론을 정복해 유배가 끝난 뒤에는, 여호야킨(여콘야)의 손자 즈루빠벨이(1역대 3,17-19) 유다 총독으로 파견되었다(하까 1,1 참조).

하지만, 이스라엘 땅은 여전히 페르시아 식민지였기에, 다윗 왕실의 회복이 당장 실현된 것은 아니었다. 제2 성전기를 거치는 동안에는 미래의 다윗 예언이 다윗 후손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으로 발전한다. 메시아는 본디 ‘기름부음받은이’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이스라엘을 억압에서 구해줄 ‘구원자’로 그 의미가 발전한다.

그래서 신약도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다윗 후손이심을 여러 번 강조했다. 곧, 그리스도교는 예언자들이 예언해온 미래의 다윗을 예수님에게서 발견했던 것이다.

요한 묵시록은(21-22장) 새로운 시온으로서 천상 예루살렘을 미리 보여준다. 그리고 유다인들은 언젠가는 이 세상에 오시리라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다윗의 후손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

* 김명숙 소피아 -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구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5년 8월호,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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