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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집회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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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03 조회수6,250 추천수2

[성경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집회서는?



‘집회서’의 이름은?

초대교회에서 집회서는 새로 입교한 신자들을 가르치는데 중요한 책으로 여겼습니다. 성 치프리아노 때부터 이 책을 라틴어로 에클레시아스티쿠스(Ecclesisticus)라고 부르면서 새 신자 교육용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에클레시아스티쿠스’를 우리말로 옮긴다면 ‘교회의 책’ 또는 ‘모임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로 ‘집회서’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유다인들은 ‘벤 시라의 잠언’ 또는 ‘벤 시라의 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훗날 그리스말 수사본들은 ‘시라의 아들 예수의 지혜’ 또는 ‘시라의 지혜’라고 부르게 됩니다.


집회서 저자는?

사실 구약에서 저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드러나는 책은 예언서의 경우뿐입니다. 그러고는 집회서가 유일한 경우일 겁니다. 집회서 저자는 자기 이름을 ‘시라의 아들(히브리어로 ‘벤 시라’) 예수’ 라고 밝힙니다. “나는 지성과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이 책에 기록해 놓았다. 예루살렘 출신 엘아자르의 아들, 시라의 아들인 나 예수는 마음으로부터 지혜를 이 책에 쏟아 부었다.”(50,27)


벤 시라는 누구인지요?

벤 시라는 이미 젊어서부터 예루살렘의 이름난 율법학자였습니다. 율법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벤 시라는 학당을 세웁니다. “배우지 못한 자들아, 내게 가까이 오너라. 내 배움의 집에 와서 묵어라.”(51,23) 여기 ‘배움의 집’은 히브리말 ‘베트 미드라쉬’로서 우리말로 ‘가르침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이 ‘베트 미드라쉬(가르침의 집)’은 율법 연구에 전념하는 장소입니다.


율법 연구란?

율법을 연구가 무엇을 뜻하는지 다음에서 잘 나타납니다. “주님을 경외하는[주님의 뜻을 찾는] 이는 교훈을 받아들이고 일찍 일어나 주님을 찾는 이들은 그분의 인정을 받게 되리라. 율법을 찾는 이는 율법으로 충만하고 위선자는 율법에 걸려 넘어지리라.”(32,14-15) 이 두 구절 안에서 ‘찾다’에 해당하는 히브리말이 세 번씩이나 연거푸 나옵니다. 율법 연구는 다름 아니라 ‘주님의 뜻을 찾는 일’이며 ‘하느님을 찾는 일’입니다.


벤 시라는?

집회서를 저술한 벤 시라는 자신이 해오던 명상의 열매와 삶의 체험을 모아 다른 이들에게, 특히 예루살렘 성읍의 귀족집안 청년들에게 자기 삶의 체험을 나누어주려고 애씁니다. “나는 교훈을 새벽빛처럼 다시 밝히고 그 빛을 멀리까지 보낸다. 나는 가르침을 예언처럼 다시 쏟아 붓고 세세 대대로 그 가르침을 남겨 주리라. 보라, 나는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혜를 찾는 모든 이를 위해 애썼다는 것을 알아라.”(24,32-34; 참조: 33,18)


벤 시라는 어디서 그 많은 교훈을 얻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바는 그가 잦은 외국여행을 통하여 소중한 영적 자산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은 아는 것이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지각 있게 말하리라. 시련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아는 것이 적지만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은 모든 일에 능통하다. 나는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았지만 내가 배운 것을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다. 나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이런 경험 덕분에 무사하였다.”(34,9-13; 참조: 39,4)


벤 시라의 삶은 행복했습니까?

시라의 아들 예수(집회서 저자)가 현명한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들과 더불어 부유하고도 행복한 일생을 보냈다는 사실을 다음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여자는 어느 남자든 받아들이겠지만 어떤 여자는 다른 여자보다 낫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얼굴을 밝게 해 준다. 이런 아름다움보다 더한 것을 남자는 바라지 않는다. 여자의 말에 자비와 온유가 담겨 있으면 그의 남편은 어느 남자들보다 행복하다. 뜻이 맞는 협조자요 의지할 기둥이 되는 아내를 얻는 것은 행운의 시작이다. 울타리가 없으면 재산을 빼앗기고 아내가 없으면 떠돌아다니며 한숨지으리라.”(36,26-30)


벤 시라가 말하는 자녀교육은?

오늘날 수많은 부모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벤 시라의 조언을 들어봅니다. 올바른 인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자녀를 교육했음이 다음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자식의 응석을 받는 자는 상처를 싸매고 자식이 큰 소리로 울 때마다 가슴앓이를 하리라. 길들이지 않은 말은 거칠어지고 제멋대로 하게 버려둔 자식은 고집쟁이가 된다. 자녀의 응석을 받아 주기만 하면 그가 너를 섬뜩하게 하고 그와 놀아 주기만 하면 그가 너를 슬프게 하리라. 그와 함께 웃지 마라. 그렇게 하면 함께 고통을 당하고 말년에 이를 갈게 되리라. 그가 젊을 때 권한을 주지 말고 그의 잘못을 모른 체하지 마라. 젊을 때 그가 목을 숙이게 하고 어릴 때 그의 옆구리를 때려라. 그러지 않으면 그가 고집불통이 되어 네게 순종하지 않고 너는 그로 말미암아 마음의 고통을 받으리라. 네 자식을 올바로 교육하고 그에게 공을 들여 그의 수치스러운 행동 때문에 다치는 일이 없게 하여라.”(30,7-13)

“상인들과 거래하여 얻는 이득을, 자녀들을 엄격하게 교육하는 일을, 고약한 종의 옆구리를 때려 피를 흘리게 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마라.”(42,5) 여기서 시라는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자녀들을 어릴 적부터 철저하게 교육했음을 회고합니다.


벤 시라의 자녀교육 내용은?

집회서 머리글을 보면 그가 자녀들에게 율법에 따른 생활을 하도록 가르쳤다는 사실을 엿보게 됩니다. “나의 할아버지 예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와 다른 선조들의 글을 읽는 일에 오랫동안 전념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충분한 소양을 갖추시고, 교훈과 지혜에 대한 글을 몸소 쓰기로 결심하셨습니다. 그것은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이 글에 친숙해진 사람들이 율법에 따른 생활을 하여 더욱 진보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머리글 10)


집회서 저술 목적은?

알렉산드로스의 정복사업으로 인해 헬레니즘이 급격히 주변 여러 나라를 뒤덮습니다. 여러 나라에 산재해있던 고유한 문화가 헬레니즘으로 대치됩니다. 그리스문화가 주변 모든 나라의 고유한 문화들을 다 먹어버려 세계화 일로를 걷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세계화에 앞서, 기원전 3세기부터 이미 그리스문화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주변에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화(헬레니즘)는 문화뿐 아니라 종교까지도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의 힘을 찬미하며 인간을 숭배하는 그리스식의 신앙이 강요되었습니다(참조: 1마카 1-2장). 벤 시라는 그러한 위기 속에서 유다 문화와 유다교의 신관, 세계관, 선민사상을 지키고자 유다교전통과 보편적 지혜에 자신의 체험을 더해 집회서를 저술합니다.


집회서를 한마디로 줄여 말하면?

유다교 전통에 충실한 벤 시라가 집필한 일종의 ‘유다인 행동지침서’입니다. 집필자의 말을 직접 들어봅니다. “저는 이국땅에 살면서 배우기를 즐기고, 율법에 맞는 생활 습관을 익히고자 하는 이들을 위하여 이 책을 펴냅니다.”(머리글 30)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0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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