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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성경의 세계: 요한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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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25 조회수6,121 추천수2

[성경의 세계] 요한 묵시록 (1)

 

 

묵시록(默示錄)은 그리스어로 아포칼립시스(Apocalypsis)다. 라틴어도 같다. 희랍어를 로마자로 바꿔 썼을 뿐이다. 아포는 뚜껑을 뜻하고 칼립시스는 연다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다. 직역하면 뚜껑을 연다는 뜻이다. 그래서 초기엔 열 계(啓)자를 써서 요한 계시록이라 했다. 공동번역에서 묵시록이란 말로 바꿨다. 잠잠할 묵(默)자를 선택한 것이다. 묵시문학 작품임을 강조한 셈이다. 정확한 이름은 묵시록 1장 1절의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있다.

 

묵시록은 성경 가운데도 해석이 어렵다. 같은 문장이라도 해석관점에 따라 다르게 풀이될 수 있다. 전통적 입장은 희망의 책이다. 신앙인을 괴롭히는 악의 세력은 물러가고 새 세상이 열린다는 것이다. 박해를 견디던 초기교회 신자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던 책이었다. 사도 요한이 파트모스 섬 유배 때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세기 교부 디오니시우스는 요한과 연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현재는 요한과 제자들의 기록으로 보고 있다. 문헌 분석 결과 저자는 희랍어에 능한 유다인이며 구약의 전통을 충분히 이해하고 가르쳤던 인물로 판명되었다.

 

집필 시기는 90년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한때는 기독교를 박해한 네로 때 작품으로 여겼다. 유다 독립전쟁으로 예루살렘이 망하는 70년대로 본적도 있다. 하지만 도미티아누스 치세에 기록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91년에서 96년 사이다. 황제는 자신을 신(神)으로 선언하며 공포정치를 펼쳤다. 숭배를 강요해 반대 세력을 제거했던 것이다. 말년엔 측근을 의심하다 왕비에 의해 암살되었다(96년).

 

묵시록 주제 중 하나는 장차 도래할 그리스도 왕국과 황제 왕국 사이의 적대관계다. 이 사실을 논하고 있기에 도미티아누스 치세에 기록된 것으로 본다. 이렇듯 당시는 박해시대였다. 따라서 초대교회 신자들은 당황했다. 신앙인은 고통받아야 하고 박해자는 저렇게 건재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을 붙잡아 준 것은 재림사상이었다. 예수님께서 곧 오신다는 것이었다. 마라나타 - 주 예수여 어서 오소서. 이 외침으로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오시지 않았다. 이들을 격려하며 박해의 끝을 예언한 책이 묵시록이다. 그러나 명확한 내용은 박해의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기에 묵시문학 형태를 취한 것이다. 당시 로마에 굴복했던 여러 민족 작가들도 동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묵시문학 작품을 남겼다. [2015년 10월 25일 연중 제30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성경의 세계] 요한 묵시록 (2)

 

 

묵시록을 초기교회 박해시대와는 무관하게 보는 관점도 있다. 장차 일어날 말세와 재앙을 묘사한 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교회사에 등장하는 숱한 사이비 종교들은 대부분이 관점에서 출발했다. 공통점은 선민사상이다. 선택된 사람만이 구원된다는 생각이다. 이 소망에 재물과 시간을 아낌없이 바쳤다. 한국의 대표적인 예는 다미선교회다. 1992년 10월 28일 종말이 온다고 외치며 사람들을 모았다. 휴거설이었다. 주님께서 오시면 구원된 사람만 들어 올려진다고 했다. 10월 28일 아무 일도 없었지만 파란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마태 24,36). 분명한 말씀을 남기셨건만 말세론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묵시록에는 상징적 숫자와 이상한 언어 그리고 신비스런 환상이 자주 등장한다. 메시지 전달의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 전통적 관점이다. 예컨대 숫자에서 3, 4, 7, 12는 완전을 의미하거나 성스러운 것을 뜻한다. 3은 삼위일체, 4는 세상의 네 귀퉁이(동서남북), 3과 4를 더하면 7이기 때문이다. 10과 12도 신성한 글자로 여겼다. 10은 마지막이고 12는 열두 지파와 열두제자의 숫자인 까닭이다. 한편 10이 열 번 모인 1,000도 완성으로 봤다. 천년 왕국이란 말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12에 12를 곱하면 144가 된다. 여기에 1,000을 곱하면 십사만 사천(묵시 14,1)이 된다. 상징적 숫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6은 7에 모자라는 숫자며 12의 절반이기에 불완전한 글자로 사용되었다. 6이 세 번 반복되면 가장 불안전한 글자로 여겼다. 육백육십육(666)을 사탄의 상징(묵시 13,18)으로 사용한 이유다. 묵시록 대상은 당시 소아시아(터키)에 있던 일곱 교회다. 이 역시 상징이며 모든 교회를 향한 것이다.

 

마지막 싸움과 천년 왕국이 묵시록 끝 부분이다(묵시 19,11-22,21). 악의 세력은 패하고 새 하늘 새 땅이 열린다. 흰말을 타고 오신 분이 평정하신 것이다. 그리스도셨다. 승리의 결과가 천년 왕국이다. 영생을 뜻한다. 주님 앞에 시간의 길이는 의미가 없다. 시간도 피조물인 까닭이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 22,20). 묵시록은 기다림의 책으로 끝을 맺는다. 초대교회에서 묵시록은 공인된 책이 아니었다. 일부는 경전으로 봤고 일부는 의심했다. 사탄의 책이란 비난도 받았다. 397년 열린 3차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정경으로 확정되었고 1545년 열린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재확인되었다. [2015년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성경의 세계] 요한 묵시록 (3)

 

 

1장의 머리말은 주님 계시로 묵시록을 쓴다는 말이다. 요한은 자신을 소개하며 아시아 일곱 교회에 편지를 보내고 있다. 파트모스 섬에서 그분의 명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2장과 3장은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다. 지금의 터키에 있었다. 성경의 시대엔 이곳을 소아시아라 했다. 4장부터 하나의 주제가 일곱 번 반복된다. 박해자는 결국 망한다는 주제다. 어린양. 일곱 봉인. 태양을 입은 여인. 두 짐승. 바빌론의 패망. 마지막 싸움과 천 년 통치다.

 

어린양(4,1-5,14)은 예수 그리스도다. 주님께서 일곱 봉인이 찍힌 두루마리를 주시는데 누구도 뜯을 수 없었다. 두루마리 비밀은 고통(박해)의 신비다. 어린양이 일곱 봉인(6,1-11,19)을 뜯는다. 네 봉인은 전쟁과 폭력과 기근과 질병을 뜻한다. 다섯째는 순교의 공포며 여섯째는 우주의 이변이다. 일곱째 봉인이 떼어지자 하늘과 땅이 침묵한다. 주님 안에 삶과 죽음의 의미와 답이 있다는 응답이다.

 

12장은 태양을 입은 여인과 용龍 그리고 미카엘과 사탄 사이의 전투다(12,1-18). 구약성경에서 빌려온 표현이다. 교회와 교회의 적敵 사탄과의 싸움을 뜻한다. 태양을 입은 여인은 성모님이다. 넓은 의미론 교회를 가리킨다. 결론은 사탄의 실패다. 박해자는 결국 망하고 교회는 그리스도로 승리한다는 것이다. 다음 주제는(13,1-16,21) 두 짐승과 그리스도인이 받을 보상이다. 첫 짐승은 뿔이 열개고 머리가 여럿인데 주님을 모독하고 있다. 뿔은 권세를 뜻하며 여러 개의 머리는 로마 황제다. 둘째 짐승은 교회를 박해하는 관리를 가리킨다. 참고 견딘 신앙인은 보상받지만 짐승을 섬긴 이들은 벌 받는다.

 

바빌론의 패망(17,1-19,10)은 로마의 몰락을 뜻한다. 한때 이스라엘을 정복했던 바빌론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로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란 암시다. 탕녀로 묘사되어 있다. 태양을 입은 여인과의 대비로 교회와 박해자의 모습이다. 마지막 싸움과 천 년 통치(19,11-22,21)는 묵시록 결론이다. 악의 세력은 완전 패배한다. 하늘이 열리고 흰 말을 타신 분이 나타나 제압하신다. 그리스도셨다. 승리의 결과가 천 년 통치다. 천년 왕국은 영생을 의미한다. 하느님 앞에 시간의 길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분께는 천 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 년 같기 때문이다. 시간 역시 주님의 피조물인 것이다.

 

[2015년 11월 8일 연중 제3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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