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69) 타보르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시다
- 이즈르엘 평야에서 볼 수 있는 타보르 산. 평화신문 자료사진
이스라엘의 이즈르엘 평야를 달리다 보면 둥근 종 모양 같은 높은 산이 나타난다. 해발 560m가 넘는 타보르 산이다. 길이 가팔라서 산길을 오르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내려 작은 차로 올라가야 한다. 타보르 산은 평지 위에 왕릉이나 고분처럼 우뚝 솟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로 이집트와 다마스쿠스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여러 지방도로가 마주치는 요점에 있어 예로부터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타보르 산을 오르다 보면 주변의 아름다운 전경이 눈앞에 펼쳐져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5세기경 예로니모는 “경이롭도록 둥글고 높은 산”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예례미아 예언자는 타보르 산을 산중의 대표적인 산으로 칭송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 그 이름 만군의 주님이신 임금님의 말씀이다. ─ 산들 가운데에서는 타보르 같고 바닷가에서는 카르멜 같은 자가 반드시 쳐들어온다”(예레 46,18).
타보르 산은 구약시대에도 많은 전쟁이 있었던 곳이었다. 일찍이 타보르 산은 이스라엘의 여 판관이었던 드보라의 파견을 받은 바락에 의하여 가나안의 시스라 군대와 병거들이 완패를 당하였던 장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타보르 산은 유다인들에겐 승리를 주는 동시에 꿈과 성공을 높여 주는 산으로 통해 왔다. 드보라는 타보르 산 부근에서 시스라와 전투를 벌여 군사 1만 명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때에 드보라가 바락에게 말하였다. ‘자, 일어나시오. 오늘이 바로 주님께서 시스라를 그대의 손에 넘겨주신 날이오. 주님께서 반드시 그대 앞에 서서 나가실 것이오.’ 그리하여 바락이 그 만 명을 거느리고 타보르 산에서 내려갔다. 주님께서는 시스라와 그의 온 병거대와 온 군대를 바락 앞에서 혼란에 빠뜨리셨다. 그러자 시스라는 병거에서 내려 달음질쳐 도망갔다”(판관 4,14-15). 한편 기드온은 자기 형제들에게 화를 입혔던 미디안의 두 왕 제바와 찰문나를 바로 타보르 산에서 처형하기도 했다(판관 8,18-21).
사울이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고 돌아갈 때에도 타보르 산이 언급된다. “거기에서 더 가다가 타보르의 참나무에 이르면, 하느님을 예배하러 베텔로 올라가는 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오. 한 사람은 새끼 염소 세 마리를 끌고, 한 사람은 빵 세 덩이를 들고, 나머지 한 사람은 술 한 부대를 메고 있을 것이오”(1사무 10,3).
또 신약에서 타보르 산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 등, 제자들과 함께 오르신 후 영광스런 모습으로 변모하신 산으로 생각되는 곳이기도 하다. “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마태 17,1-2).
타보르 산이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산으로 전해지는 곳이기에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모친인 헬레나 성녀가 기원후 326년, 정상에 교회를 지었으나 후에 파괴되었다. 다시 지은 교회들도 1187년, 아랍군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다.
현재 타보르 산 정상에는 1921년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 세워진 교회가 예수님의 변모를 기념하고 있다. 이 교회는 아마도 이스라엘에서 가장 아름답고 잘 건축된 교회당 중 하나이다. 십자군시대의 성벽과 건물의 유적이 있다. 또한 그리스 정교회 엘리아 기념 교회도 정상에 있어 순례객이 끊이지 않는다.
[평화신문, 2015년 11월 2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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