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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이스라엘 이야기: 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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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07 조회수3,851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쿰란


이천년 품은 最古의 성경사본 간직됐던 곳



‘광야에서 외치는 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세례자 요한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에는 쿰란 공동체도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도 비슷한 시대에 메시아를 기다리며 ‘광야에서 큰길을 준비’했기 때문이다(이사 40,3 참조). 쿰란은 사해 북쪽에 위치한 유적지로, 1900여 년 동안 난파된 보물선처럼 광야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1947년 한 목동에 의해 존재가 드러난 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으로 유명세를 탔다. 게다가 쿰란에 살았던 옛 공동체는 세례자 요한과 여러 공통점을 보여 주어 흥미를 더한다.

쿰란은 ‘달 두 개’를 뜻하는 아랍어로서 유적지에 붙인 이름이다. 사해에 달이 뜨면 바다로 투영돼, 흡사 두 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정말 우연하게 발견되었다. 베두인 목동이 길 잃은 염소를 찾으러 다니다가 동굴 안에 돌멩이를 던졌는데, 쨍그랑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 안에서 발견한 것은 오래된 항아리와 두루마리들이었는데, 나중에 이천 년 된 성경 사본으로 밝혀지게 된다. 백 마리 양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목자는 그 하나를 찾아 나선다더니, 염소를 걱정한 베두인의 마음이 보물선으로 이끌었나 보다.

이 두루마리들을 남긴 공동체는 고대 에스엔느의 일부로 추정된다. 신약성경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에스엔느는 바리사이, 사두가이, 열혈당원과 함께 유다교의 한 분파였다. 이들은 성경 외에도 성경 주석과 율법 두루마리 등을 남겼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구절이 바로 이사 40,3이었다(“한 소리가 외친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곧,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불린 것처럼(마르 1,3), 이 공동체도 자기들이 같은 구절을 실현한다고 보아 광야에 보금자리를 꾸렸던 것이다. 타락한 예루살렘을 재건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제2의 가나안 입성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요세푸스에 따르면 에스엔느들은 여인이 유혹을 일으키는 두려운 존재라 생각해, 독신으로 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쿰란 유적도 남자만 살았던 공동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대신 고아들을 데려다가 친자처럼 키우며 후대를 양성했다고 한다(전쟁사 2,120 참조). 그런데 세례자 요한의 부모도 나이가 많았으니, 요한은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요한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광야에서 살았다’는 루카 1,80에 따라, 그가 이 공동체에 입양되었을 가능성을 꼽는다. 요한의 활동 반경도 요르단 강과 유다 광야이니 쿰란에서 멀지 않다.

성경 사본이 발견된 쿰란의 4번 동굴 입구(사진 중앙). 가장 많은 필사본들이 발견됐다.


공통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공동체가 메시아를 기다리며 종말론적 삶을 영위한 것처럼, 요한은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루카 3,9)는 경고로 주님의 날을 준비하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 공동체가 정결례를 중히 여겨 하루에 두 번 치렀듯, 요한도 회개의 세례를 강조했다. 다만 이 공동체는 자기들의 구원만 생각한 반면, 요한은 일반 대중을 끌어안았다는 차이가 있다(루카 3,3 등 참조). 게다가 이 공동체는 메시아를 두 명으로 보아, 요한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 구약성경에는 ‘기름부음받은이’가 둘 나오는데, 사제 출신(탈출 28,41 등)과 임금(2역대 6,42 등)이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신약성경에도 예수님은 ‘다윗’의 후손이고 요한은 ‘사제’ 즈카르야의 아들이니, 출발점은 비슷하다 하겠다. 그러므로 요한이 이 공동체에 연관되었을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어느 시점에 독립해 나왔을 것이다.

광야에서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던 이 공동체는 서기 66년 1차 유다 반란 때 사라진다. 열혈당원들을 진압하던 로마군이 쿰란 지역까지 쳐들어왔던 것이다. 이에 공동체 회원들은 성경과 율법 두루마리 등을 열한 동굴에 숨겼으므로, 가라앉은 보물선처럼 오랫동안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때가 차서 꽃망울을 터뜨리듯 극적으로 발견돼, 지금은 가치를 헤아리기 힘든 세기의 보물이 되었다. 이 공동체가 남긴 두루마리 가운데 성경 필사본은, 우리가 이어받은 성경과 매우 흡사하다. 곧,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느님 말씀을 한자 한자 적었을 그들의 신앙과 열정이 보이는 듯하다. 사실 이런 노력들이 성경을 자자손손 유지해준 원동력이 아니었겠는가? 결과적으로 이 공동체는 우리에게 귀한 보물을 남겨 주어, 세례자 요한과 함께 진정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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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소피아) -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12월 6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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