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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성경 속 도시72: 로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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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20 조회수3,476 추천수1

[성경 속 도시] (72) 로도스


지친 바오로 사도, 귀환길에 들러



로도스 기사단이 쌓은 성벽이 그대로 남아있는 로도스 섬 전경.


지중해는 예로부터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세 대륙을 잇는 중요한 통로였다. 성경에는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데에 지중해가 자주 등장한다. 바오로 사도와 관련한 열 개 남짓한 섬들이 언급되지만 이 지중해를 무대로 복음을 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도스 섬은 몇 번 가려고 시도했던 장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풍랑이 거세져 배가 정박하지 못했다. 멀리서 섬의 모습만 보고 아쉬움 속에 지나가야 했다. 그러면서도 2000년 전 바오로 사도 일행이 이 넓고 황량한 바다에서 작은 배를 타고 선교 여행을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드디어 몇 년 전 로도스 섬을 방문하게 되었다. 11월인데도 날씨가 너무 맑아 햇살에 눈이 시릴 정도였다. 로도스 섬은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었다.

에게해 섬 대부분이 그렇듯 로도스 섬도 터키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으나 그리스에 속해 있다. 이 섬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해 숲이 무성하고 농산물과 과일이 많이 생산된다. 해마다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그것은 아름다운 경치뿐만 아니라 이곳이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출생지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사도 바오로가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도중 에페소 원로들과 슬프게 이별하고 로도스 섬을 거쳐 파타라로 갔다. “우리는 그들과 헤어져 배를 타고 곧장 코스로 갔다가, 이튿날 로도스를 거쳐 거기에서 다시 파타라로 갔다. 그리고 페니키아로 건너가는 배를 만나 그것을 타고 떠났다”(사도 21,1-2). 항구 남쪽 해안에는 사도 바오로의 배가 정박한 것을 기념하는 교회가 세워져 있다.

로도스 섬은 고대, 특히 헬레니즘 시대에 지중해 교역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작은 섬의 도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부와 군사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로도스 거상이 세워진 것도 이때다. 또 로도스 섬은 용병으로도 유명해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로도스 섬 투석병이 지중해에서 최강으로 이름을 떨쳤다. 로마 제국이 통치할 때는 자치도시였다. 로마가 멸망한 뒤에는 오스만제국과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947년 그리스령이 됐다.

로도스 섬은 뚜렷하게 옛 도시와 신시가지로 나뉘어 있다. 14세기에 로도스 기사단이 세웠던 성벽으로 둘러싸인 옛 도시는 무역항을 에워싸고 있고 1912년 이탈리아인이 건설한 신도시는 옛 도시 북쪽으로 섬 끝에까지 뻗어 있다.

이 섬은 몰타기사단과 관련이 아주 깊다. 1080년 성지를 순례하는 순례자를 위해 예루살렘에 세워진 아말피 병원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 기사단이다. 제1차 십자군 원정 당시 1099년 예루살렘 정복 이후 가톨릭 교회의 군사적인 성격을 띤 기사단으로 성지와 순례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팔레스타인에서 그리스도교 세력이 축출된 이후 기사단은 로도스 섬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1522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다시 로도스 섬에서 쫓겨나 스페인 관할의 몰타로 이주해 자리를 잡았다. 몰타 기사단은 현재도 로마에 본부를 두고 존재하고 있으며, 영토를 제외하고 독자적인 헌법과 법원 등 독립국으로서 현재까지 국제법상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로도스 섬은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 독일군의 점령하에 있었다. 이탈리아가 패전하고 모든 해외 식민지를 포기한 1947년에서야 그리스에 반환됐다. 8000명 가까이 되던 이탈리아계 정착민들은 본국으로 되돌아가거나, 그리스에 동화됐다.

[평화신문, 2015년 12월 20일, 허
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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