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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 문화와 영성13: 이집트로의 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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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9 조회수8,207 추천수1
파일첨부 렘브란트_이집트로의 피신.jpg [1,566]  

성경, 문화와 영성 (13) 이집트로의 피신



렘브란트는 유럽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이자 판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특별히 성경의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고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800여 점의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렘브란트와 함께 성경을 읽으려 한다. 그의 다양한 성경 그림을 통하여 우리는 렘브란트에게 있어 문화와 영성이 어떻게 만나고 대화하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성경이 문화에 어떤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며, 문화는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는지, 그리하여 성경과 문화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어떻게 영성을 형성하는지를 천착하려 한다. 여기서 우리는 먼저 여러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주제인 예수님의 가족이 이집트로 피난 가는 장면을 그린 렘브란트의 그림을 감상하도록 한다.


■ 렘브란트

·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년)은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 화가이다. 그는 1606년 7월 15일 레이덴에서 중산계급 제분업자의 아홉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렘브란트는 대학 시절 그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레이덴 대학교를 중퇴하였다. 그 후 그는 레이덴의 화가 야콥 판 스바넨뷔르흐(Jacob van Swanenburgh)와 암스테르담의 화가 피터르 라스트만(Piter Lastman)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1631년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하여 1669년 10월 4일 그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활동하게 된다.

· 활동 초기 렘브란트는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었다. 인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뚜렷한 음영의 대조는 그를 주목받는 화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룹 초상화를 통해 역동적인 구성과 빛과 어둠의 대조를 탁월하게 표현하였다. 빛의 화가라 불리는 그는 카라바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렘브란트 당시의 네덜란드는 종교 개혁 이후 칼뱅주의의 강한 영향력 아래 있었다. 그는 꾸준하게 성경의 이야기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가 80점의 자화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 렘브란트의 <이집트로의 피신>

· 사실 렘브란트는 이집트로 피신하는 예수님의 가족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유화, 에칭, 드로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십여 작품을 남겼다. 그의 젊은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주제에 대한 각기 다른 표현들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 렘브란트의 〈이집트로의 피신〉(The Flight into Egypt)은 1627년 패널에 그린 유화로 24×26cm의 크기이며, 현재 프랑스의 투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즉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전업 화가로 활동한 초기의 것이다.

· 캄캄한 어둠 속에서 예수님의 가족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초라하고 불안하며 지쳐 있다. 머리에 후광이 있는 아기 예수님은 나귀를 탄 성모 마리아의 품에 안겨 있고, 요셉은 자신의 발 앞을 비추는 빛을 따라 나귀를 끌고 가고 있다. 그의 왼손은 나귀의 끈을 잡고, 오른손은 빛을 따르는 지팡이를 잡고 있다. 빛은 단지 요셉의 한 걸음 앞만을 비추고 있다. 요셉의 행색은 가난하고 남루하며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이다. 그가 메고 있는 가방은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얼마나 다급하게 그들이 길을 나섰는지를 가히 짐작케 한다. 요셉은 고개를 돌려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아기 예수님은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고 여인은 요셉을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요셉의 오른쪽 어깨에 빛이 비춘다. 이처럼 요셉의 양 어깨에는 빛과 어둠이 대조를 이룬다. 마리아와 아기를 감싼 천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모자를 태운 나귀는 몹시 지쳐 있는 모습이다.

· 이와 같이 렘브란트는 헤로데의 위협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는 성가정의 다급하고 불안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난한 메시아와 그 가족의 모습이다. 그런데 아기 예수님과 가족은 하느님의 보호 아래 있다. 렘브란트는 그것을 어둠 속에 비치는 빛으로써 표현한다.


■ 마태 2,13-15의 “이집트로 피신하시다”

· 렘브란트의 〈이집트로의 피신〉이 표현하고 있는 성경 본문은 마태 2,13-15이다.

· 13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14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15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 우리 본문 바로 앞의 마태 2,1-12에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님을 방문한 동방 박사에 관한 이야기가 서술된다. 헤로데 대왕은 동방 박사들에게서 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예루살렘의 헤로데는 정치 권력자이고,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종교적 엘리트들이었다. 왕궁의 헤로데는 유다인들의 임금, 즉 메시아에 대하여 철저히 정치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정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그리고 성전과 그 주변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있어 메시아는 책 속의 존재, 경전 속의 인물이다. 그들은 경전에 대한 지식으로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예루살렘은 베들레헴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러나 헤로데와 이 종교적 엘리트들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것,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던 기득권을 버리지 않는다. 예루살렘을 떠날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아기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였다. 이에 반해 동방 박사들은 동방을 떠나 별빛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 먼 길을 왔다. 그들은 유다인도 아니었고 유다인들의 경전도 몰랐지만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 마침내 헤로데는 메시아이신 아기 예수님을 없애 버리려 한다. 꿈에서 천사의 전갈을 들은 요셉은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한다. 과거 이집트 종살이에서 이스라엘을 해방하신 하느님은 당신 메시아를 보호하시고, 당신 아들을 이집트에서 해방하신다.(호세 11,1)

· 헤로데는 결국 자신의 권력을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에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마태 2,16) 억압받는 이들의 해방에 관한 복음은 억압자들을 기쁘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억압자들은 가난한 이들을 계속 착취하기를 원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복음은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에 관한 기쁜 소식이다. 복음의 중심 메시지는 우리를 해방하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이다.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6년 1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f/fa/Rembrandt_Harmensz._van_Rijn_05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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