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성경, 문화와 영성14: 시메온과 아기 예수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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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2-09 | 조회수6,226 | 추천수1 | |
파일첨부 렘브란트_성전에서 아기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시메온.jpg [660] | ||||
성경, 문화와 영성 (14) 시메온과 아기 예수님
1669년 렘브란트는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은 루카 2,25-35의 이야기인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안고 하느님을 찬미한 시메온(Simeon)을 그린 것이다. 이 렘브란트의 유작(遺作)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것은 메시아를 안은 시메온의 모습을 통해서 인생과 신앙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천재적 화가 덕분이다. 먼저 우리는 시메온과 아기 예수님의 만남을 전하는 복음서의 본문을 읽고, 그것을 그린 렘브란트의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자.
■ 루카 2,25-35과 시메온의 노래
● 아기 예수님의 부모는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 성전으로 갔다.(루카 2,22) 레위 12,1-8에는 산모의 정결례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여자가 아기를 배어 사내아이를 낳았을 경우, 이레 동안 부정하게 된다. 월경할 때와 같이 부정하게 된다. 여드레째 되는 날에는 아기의 포피를 잘라 할례를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여자는 피로 더럽혀진 몸이 정결하게 될 때까지, 삼십삼 일 동안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몸이 정결하게 되는 기간이 찰 때까지, 거룩한 것에 몸이 닿거나 성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레위 12,2-4) 이 가르침에 따라 아들을 낳은 산모는 40일이 지나면 성전에 가서 정결례를 거행하였던 것이다.
● 성전에서 부모는 아기 예수님을 주님께 봉헌하였다. 그것은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루카 2,22) 그리고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루카 2,24)
●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갔을 때 시메온이라는 노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루카 복음서에서 그는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 곧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던 이라고 소개된다.(루카 2,25) 성령께서는 그에게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을 때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을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한다. 이것이 바로 “시메온의 노래”이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29-32) 구세주를 기다리던 시메온은 마침내 메시아를 두 팔에 안고 감격하며 노래한다. 그의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신 메시아를 알아 볼 수 있는 영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메온의 노래”(Nunc dimittis)는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 루카 1,46-55), “즈카르야의 노래”(Benedictus, 루카 1,68-79)와 함께 루카 복음서에서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하느님 찬가이다. 그래서 우리 가톨릭 교회는 매일의 성무일도를 바칠 때 아침기도에는 “즈카르야의 노래”, 저녁기도에는 “마리아의 노래”, 그리고 끝기도에는 “시메온의 노래”를 노래한다. “마리아의 노래”는 비천한 여종에게서 큰일을 하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질서의 재구성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루카 1,52-53) 그리고 “즈카르야의 노래”는 복음을 해방에 대한 약속의 실현으로 본다. “당신의 거룩한 예언자들의 입을 통하여 예로부터 말씀하신 대로 우리 원수들에게서, 우리를 미워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것입니다.”(루카 1,70-71) 이 소식은 하느님의 백성에게 복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메온은 마침내 구원을 보고 하느님을 찬미한다.
● 곧이어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과 어머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예언한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 렘브란트의 시메온
● 렘브란트의 〈성전에서 아기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시메온〉(Simeon with the Christ Child in the Temple)은 1669년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98× 79cm의 크기이며,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것은 렘브란트가 죽은 이후 화실의 이젤(easel) 위에서 미완성인 채 발견된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 그의 제자들에 의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렘브란트는 이전에, 즉 1628년과 1631년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시메온의 이야기를 그린 적이 있다. 젊은 시절에 그려진 앞의 두 작품에 비해 그의 유작에는 특징적인 차이가 발견된다. 1669년 당시의 렘브란트는 파산 상태에 있었다. 그의 시력은 약해져 있었고, 더 이상 그림 작업의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아내와 다섯 자녀들이 먼저 죽었다. 그의 집과 재산은 빚을 갚기 위해 경매에 넘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렘브란트는 인생과 신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메온의 모습 안에서 형상화했던 것이다.
● 이 그림의 어두운 배경은 검은 색이다. 이 배경 속에서 세 인물이 빛에 비추이며 나타난다. 백발의 노인이 두 팔에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고 있다. 그 옆에 한 여인이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 여인이 성모 마리아인지는 불분명하다.
●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주인공은 시메온이다. 그가 그린 시메온은 이미 앞을 잘 보지 못할 정도로 늙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구원을 보았다.” 그는 눈이 먼 듯 거의 감겨진 눈으로 아기 예수님을 보고 있다. 시메온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깊이 패어 있고 벗겨진 머리에 흰수염이 있는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메시아를 기다려온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인내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는 구원의 빛을 기다려온 예언자이다.
● 그림 속의 아기 예수님은 이러한 시메온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 아기 예수님에게 빛이 비추이고 있다. 늙은 노인의 두 팔에 아기가 안겨 있다. 사실 시메온은 예수님을 두 손으로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두 팔 위에 그분을 올려놓고 있다. 그가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은 기도하는 모습이다. 시메온의 두 손은 매우 거칠고 뼈마디가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아기 예수님을 손으로 만지기보다는 두 팔로 메시아를 받쳐 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메온의 겸손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메시아를 기다리던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을 만난 깊은 감동에 겨워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도하고 있다.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6년 2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r/rembrand/14biblic/68newtes.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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