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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여행62: 대성전의 정화와 제단의 봉헌(2마카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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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7 조회수6,937 추천수1

[안소근 수녀와 떠나는 구약 여행] (62) “대성전의 정화와 제단의 봉헌”(2마카 2,19)


순교자 피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는 주님

 

 

- 루벤스작, ‘유다 마카베오의 승리’.

 

 

마카베오기 상권과 달리 하권은 하스몬 왕조 전체를 지지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 정화’만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이제부터 끝까지 ‘성전’에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유다 마카베오와 그 형제들의 이야기, 대성전의 정화와 제단의 봉헌,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와 그의 아들 에우파토르와 치른 여러 전쟁, 유다교를 위하여 용감하게 싸운 영웅들에게 하늘에서 내린 현시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들이 얼마 되지 않은 수로 이 땅 전체를 차지하고 야만스러운 무리를 몰아내어, 온 세상에 이름난 성전을 되찾고 이 도성을 해방시켰으며, 폐기되어 가던 법을 다시 확립한 이야기, 이렇게 주님께서 당신의 크신 자비로 그들을 대해 주신 이야기”(2마카 2,19-23).

 

모두 성전에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책의 첫머리는 마카베오 상권 이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카베오 하권 3─8장에서는 마카베오 항쟁이 일어나기 이전에 있었던 대사제직의 타락상을 전합니다. 오니아스가 대사제였던 때에(기원전 187~175) 성전의 관리 책임자였던 시몬은 성전 금고에 엄청난 돈이 있다고 시리아와 페니키아 총독 헬리오도로스에게 고하고, 이 말을 전해 들은 임금은 헬리오도로스를 보내 성전 재물을 탈취하도록 합니다. 사람들은 성소가 모독되는 것을 두려워하였으나, 성전을 침탈하려던 헬리오도로스는 하느님께 징벌을 받아 오히려 회개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임금 앞에서 하느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지켜 주신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하늘에 거처가 있는 그분께서 친히 그곳을 지켜보고 도와주시며, 악한 짓을 하러 그곳에 다가가는 자들을 내리쳐 없애 버리십니다”(2마카 3,39).

 

 

하느님 백성의 죄가 절정에 닿지 않도록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는 성전을 모독하고 성전의 기물들을 빼앗아 갑니다. 마카베오 하권의 저자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 도성에 사는 이들의 죄악 때문에 주님께서 잠시 이곳을 소홀히 하시게 된 것” 때문입니다(5,17). 그렇지 않았더라면 안티오코스 4세도 이전에 성전을 모독하려 했던 이들처럼 벌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 후에 임금은 마카베오기 상권 1장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유다인들에게 율법대로 살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성전을 제우스 신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고난이 닥치게 된 것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의 죄가 절정에 달하지 않도록 그 전에 그들을 교육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엘아자르의 순교와(6,18-31) 한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를(7,1-42) 모범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던 중에 “마카베오가 군대를 조직하자마자 이민족들이 그를 당해 내지 못하게 되었으니, 백성에 대한 주님의 분노가 자비로 바뀐 것이다”(8,5). 그리하여 유다 마카베오는 니카노르와 고르기아스, 티모테오스와 바키데스 등의 군대를 몰아냅니다. 10장에서 마카베오는 성전과 도성을 되찾아 정화하였고, 그 후에도 이두매아 지방의 총독 고르기아스와 유다 지방의 총독 티모테오스 등의 공격을 물리칩니다.

 

마카베오기 하권이 마카베오 집안의 역사 가운데 오직 유다의 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성전을 되찾아 정화했기 때문입니다. 3장 이하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성소의 거룩함과 온 세상이 존중하는 성전의 위엄과 그 불가침성”(3,12), 곧 성전은 헬리오도로스와 같이 오만한 인간이 침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반면 후에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가 성전을 모독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예루살렘의 유다인들이 죄를 지었고 대사제들이 타락했기 때문임을 보여 줍니다. 크게 말한다면 이것 역시 신명기적인 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신 백성이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갈 때 하느님은 성전과 당신 백성을 지켜 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자비를 간청  

 

따라서 성전을 되찾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군사력이 아닙니다. 책의 줄거리를 요약해 놓은 데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개별 본문들을 읽어보면 사이사이에서 저자가 얼마나 “하느님께 간청하는 것”을 되풀이해서 강조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유다 마카베오가 항전을 시작할 때부터, 그와 그의 동지들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억압당하는 이 백성을 굽어보시고, 사악한 사람들에게 더럽혀진 성전을 가엾이 여겨 주십사고 주님께 간청하였다. 또한 파괴되어 거의 무너져 가는 이 도성에 자비를 베푸시고, 죽은 이들의 피가 당신께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어주시며, 무죄한 아기들이 당한 무도한 학살과 당신의 이름이 받은 모독을 기억하시고, 악에 대한 당신의 혐오감을 드러내기를 간청하였다”(2마카 8,2-4). 

 

외세가 예루살렘을 점령하여 율법의 준수와 성전에서 경신례를 거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다인들 사이에서도 야손과 메넬라오스의 악행으로 대사제직이 오염되고 하느님의 진노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을 때, 하느님의 자비를 부르는 것은 마카베오기 하권에 따르면 순교자들의 피입니다. 백성과 성전과 순교자들의 피가 부르짖는 소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부르고, 하느님께서 당신 성전의 거룩함을 지키기 위하여 개입하심으로써 성전 정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여 둔다면, 마카베오기 하권에서 율법에 충실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은 죽은 이들의 부활을 믿었습니다. 마카베오 하권 7장에서는 순교의 맥락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이 명시적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구약 성경의 매우 늦은 시기에 나타난 중요한 발전입니다. 히브리 성경 가운데에서는 죽은 이들의 부활을 명시적으로 말하는 것이 다니엘서 12장뿐인데, 지혜서와 마카베오 하권 등 그리스어로 된 헬레니즘 시대의 책들에서는 이러한 믿음이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3월 27일,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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