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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의 세계: 모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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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5-30 조회수11,571 추천수1

[성경의 세계] 모세 이야기 (1)

 

 

탈출기 1장은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임금의 등장으로 시작된다(탈출 1,8). 19왕조의 람세스 2세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기원전 1279년에서 1213년까지 66년간 파라오(왕)로 있었다. 히브리인을 약화시키려 강제노동에 동원시켰고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죽이라 했던 인물이다. 왜 그랬을까? 이집트는 고대사회 곡창지대였다. 나일 강 주변은 비옥한 땅이었고 곡물이 넘쳐났다. 자연스레 인근 국가들은 곡식을 탐내며 침략해왔다. 람세스 2세 때는 히타이트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국경지대에 살았다. 야곱 가족이 파라오에게 하사받은 땅이다(창세 47,6). 나일 강이 퇴적해 삼각주를 이룬 고센지역이었다(창세 47,6) 수도 카이로에서 동쪽 50km 지점으로 이스라엘이 430년간 살았던 땅이다(탈출 12,40). 람세스 2세는 이곳에 피톰과 라메세스 도시를 건설하면서 히브리인을 강제 동원했던 것이다(탈출 1,11). 아무튼 이 지역은 이집트 관문이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방어의 최전방이었다. 이스라엘 세력이 커지자 이집트는 고민한다. 히타이트와 내통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강제노동으로 세력을 약화시켰고 사내가 태어나면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히타이트는 오늘날의 터키와 시리아에 있던 고대국가다. 전차를 앞세워 팔레스티나를 장악했고 람세스 2세와 수차례 전쟁을 치렀다. 기원전 1269년 양국은 휴전했다는 기록이 현재 남아있다. 카데시(Kadesh) 조약이다. 세계최초 평화조약이라 한다. 아브라함은 한때 헤브론에 머문 적이 있다(창세 13,18). 이집트에서 멀지 않은 도시다. 그곳 히타이트 사람에게 은 400세켈을 주고 막펠라 동굴을 샀다는 기록이 창세기에 있다(창세 23,18). 아내 사라를 안장하기 위해서였다. 히타이트 사람들은 이미 이집트 가까이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은 기원전 13세기 중엽으로 보고 있다. 람세스 2세 후계자였던 메르넵타 왕이 세운 전승비(戰勝碑)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비문엔 이스라엘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성경 밖 문헌으론 처음이라 한다. 기록에는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에 정착한 것으로 되어 있다. 메르넵타(Merneptah)는 람세스 2세 아들이다. 즉위 후 팔레스티나에서 히타이트 영향력을 차단시켰고 해양민족이 나일 강으로 침입해오는 것도 격퇴시켰다. 모두 비문에 새겨진 내용이다. 기원전 1229년 비문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근거로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은 기원전 13세기 중엽이란 설이 가능해진 것이다. [2016년 5월 29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청소년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성경의 세계] 모세 이야기 (2)

 

 

구약성경 앞부분 5권을 모세오경이라 한다. 모세의 저작으로 보는 것이다. 오경(五經)은 다섯 경전이란 말이다. 희랍어 펜타테우코스(pentateuchos)의 번역이다. 펜타(penta)는 5를 뜻하고 테우코스(teuchos)는 두루마리를 넣는 항아리를 뜻한다.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다섯 두루마리를 항아리에 넣어 보관한 데서 유래되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대표해 주님과 계약을 맺는다. 시나이 산에서 일어난 사건이다(탈출기 24장). 계약이란 쌍방에 주고받은 약속이다. 주님께선 이집트 탈출을 약속하셨고 이스라엘은 10가지 계명을 지키기로 했다. 이 사실은 구전으로 전해졌고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뒤 문헌화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구약성경 출발이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은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를 사용했다. 바빌론 포로지에서 사용하던 언어였기 때문이다. 히브리어는 전례 때만 사용되었다. 훗날 희랍의 알렉산드로스가 중동을 정복하자 희랍어는 공용어가 된다. 성경은 어쩔 수 없이 희랍어로 기록되었다. 성경 용어가 희랍어인 이유다. 바빌론 유배는 기원전 6세기 사건이다. 기록 역시 기원전 6세기를 넘을 수 없다. 모세오경은 그를 주인공으로 한 후기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유대인은 오경을 간단히 토라(Tora)라 했다. ‘생활 속 교훈’이란 의미다. 사전적 의미도 지시 또는 가르침이다. 토라가 법을 뜻하게 되는 것은 후대의 일이다. 이스라엘은 이(異)민족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다. 율법의 삶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오경은 가르침을 넘어 법 개념으로 정착했던 것이다. 이후 오경은 공적인 율법서가 된다(여호 8,31). 실제로 유대인 율법은 모세오경에만 등장한다.

 

모세란 이름은 파라오의 딸이 지어줬다(탈출 2,10). 물에서 건졌기에 그렇게 불렀다고 성경은 전한다. 학자들 역시 모세란 이름은 히브리어 마샤(건져내다)에서 왔다고 이야기한다. 훗날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만들어낸 이름으로 보는 것이다. 당시 이집트 상류층엔 모세란 이름이 흔했고 아들이란 의미로 쓰였다. 파라오 중에도 투트모세(Thutmose) 또는 아모세(Ahmose) 같은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투트의 아들, 아(Ah)의 아들이란 의미다. 히브리어는 모쉐(Moshe) 영어는 모지스(Moses) 라틴어는 모이세스(Moyses) 희랍어는 모이쉬(Μoysh) 아랍어는 무사(Musa)다. 이슬람교에서도 모세를 알라의 사도이자 예언자로 섬기고 있다. [2016년 6월 5일 연중 제10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성경의 세계] 모세 이야기 (3)

 

 

탈출기는 구약성경 두 번째 책이다. 예전 이름은 출애굽기(出埃及記)다. 이스라엘이 모세 인도로 이집트를 떠나는 과정이 담겨있다. 희랍어 성경(70인역)은 엑서 오도스(exodos)라 했다. 오도스(odos)는 길이고 엑스(ex)는 방향을 가리킨다. 영어는 엑서더스(Exodus)다. 직역하면 ‘길을 따라서’다. 말년의 야곱은 이집트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죽었다. 후손들은 나일 강 델타 지역에서 430년을 살았다고 성경은 전한다(탈출 12,40).

탈출기 첫 부분은 모세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왕궁에서 자랐다. 당시 히브리인 사내아이는 태어나면 죽는 운명이었다. 모세 부모는 아이를 나일 강에 숨겨뒀는데 파라오 딸이 발견해 데려갔던 것이다. 섭리였다. 성경은 모세의 궁중생활에 대해선 전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훗날의 처신을 보면 종교와 군사교육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당시로선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자라면서 자신이 히브리인임을 알았을 것이다. 호기심으로 그들과 접촉했을 것이다. 모세는 120년을 살았고(신명 34,7) 파라오와 대결했을 땐 80세였다.

전승에 의하면 이집트 왕궁에서 40년 머물렀고 미디안의 이트로(Jethro) 집에서 40년 살았으며 이집트를 떠난 뒤엔 40년을 광야에서 지내다 죽었다. 40년마다 인생이 바뀌는 운명이었다. 정말 그랬을까? 고대 근동에서 40은 완벽 숫자였다. 4는 동서남북 온 세상을 뜻했고 10은 9가 채워지는 완전 숫자였다. 둘을 곱한 것이 40이다. 더 이상 완벽한 숫자는 없다고 봤던 것이다. 모세 일생을 40년 주기로 나눈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노아홍수 때 40일간 비가 내렸다(창세 7,12). 내리다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철저하게 내린 비를 가리킨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40년 보낸 것도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완벽하게 헤매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모세는 히브리인을 도와주려다 살인하게 된다. 구타하는 이집트인을 죽인 것이다(탈출 2,12). 사건이 알려지자 미디안으로 피신했다.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의 모세를 40대로 보긴 어렵다. 20대 청년 모세였을 것이다. 아카바 만(Gulf of Aqaba)은 시나이 반도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바다다. 미디안 족은 아카바 만 동쪽 아라비아 땅에 주로 살았다. 일부는 시나이 반도에도 살았다. 모세는 시나이 쪽으로 피신했고 미디안 사제 이트로의 딸을 만나 혼인하게 된다. [2016년 6월 12일 연중 제11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성경의 세계] 모세 이야기 (4)

 

 

미디안 지역으로 피신한 모세는 우물가에서 이트로의 딸들을 만난다(탈출 2,19).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이다. 이후 딸 중의 하나인 치포라와 혼인해 양치기로 변신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주님께서 불러내지 않았다면 그렇게 살다 사라졌을 것이다. 태어나 나일 강에 숨겨졌던 모세였다. 공주의 발견으로 왕궁에 사는 행운아가 되었다. 하지만 동족을 돕다 동족에게 배신당해 미디안에 숨어든 것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삶의 무상을 느꼈을 것이다.

성경은 모세의 장인 이트로를 미디안 사제로 소개한다(탈출 2,16). 그런데 이름이 셋이다. 르루엘(탈출 2,18) 이트로(탈출3,1) 호밥(판관 4,11). 르우엘은 개인 이름이고 이트로는 제사장 칭호로 보고 있다. 호밥은 이트로의 아들 이름이었다(민수 10,29). 당시 아라비아 지도자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이 광야에 머물 때 이트로는 모세를 찾아간다(탈출 18,5). 그의 아내 치포라와 두 아들 게르솜과 엘리에제르를 데리고 갔다. 이트로는 야훼 하느님께 제사를 드린 뒤 성경 무대에서 사라졌다. 모세에겐 잊을 수 없는 은인이었다.

양떼를 지키던 모세는 어느 날 불타는 떨기나무를 본다. 불이 붙었건만 타지 않았다. 자세히 보려 다가가자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백성과 함께 약속의 땅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모세에겐 또다시 삶을 바꾸라는 명령이었다. 그는 망설인다. 동족의 배신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들과의 삶이 두려웠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모세는 저항한다.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 주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신 공적 답변이다. ‘야훼’ 발음으로 읽었던 그 문장이다. 존재한다는 동사와 연관 있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떨기는 관목(灌木)이다. 어디에나 있는 작고 가지 많은 나무다. 흔하디흔한 나무에서 주님은 당신의 신원을 드러내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모세의 세 번째 인생이 시작된다. 파라오와 담판할 때 80세였다고 성경은 전한다(탈출 7,7). 완벽을 뜻하는 40이란 숫자에 맞추려는 표현으로 봐야 할 것이다. 모세는 왕궁에서 40년 살았다. 미디안 생활도 40년이다. 광야생활 역시 40년을 끝내고 선종한다. 여든 살 노인이 아닌 사십 대 중년으로 파라오와 담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야훼의 개입이 열 가지 재앙으로 나타나자 파라오는 서서히 굴복한다. 모세는 백성과 함께 이집트 탈출의 드라마를 시작한다. [2016년 6월 19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남북통일 기원 미사)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성경의 세계] 모세 이야기 (5)

 

 

모세와 파라오 대결에서 마지막 재앙은 이집트인 장자들의 죽음이었다. 짐승의 맏배도 희생되었다. 물론 이스라엘 측에는 사고가 없었다. 어린양의 피를 뿌렸기 때문이다. 문설주에 피가 뿌려진 집은 천사가 지나가도록 되어 있었다(탈출 12,23). 파스카 축제의 출발이다.

파스카(Pascha)는 히브리말 페사흐(Pesah)다. 직역하면 건너뛴다는 뜻이다. 모세의 이집트 탈출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다. 기원전 3세기 히브리 경전(성경)은 희랍어로 번역된다. 70인 역이다. 이곳에서 페사흐는 파스카로 음역되었다. 기원후 5세기 등장하는 라틴말 성경 불가타도 파스카라 했다. 우리말도 파스카다. 유월절(逾越節)로 번역되었다.

파스카는 유대교 축제다. 기독교의 부활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수님께서 파스카 다음날 부활하셨기에 축일이 겹칠 뿐이다. 영어도 부활절은 이스터(Easter)라 하고 파스카는 패스오버(Passover)라 한다. 영국인의 조상 앵글로색슨 족은 봄의 여신을 에오스터(Eostre)라 했다. 이스터는 이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히브리 족은 봄이 되면 가축의 첫 새끼를 제물로 바쳤다. 한해의 무사고를 빌었던 것이다. 파스카 축제는 이 습속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 모세의 이집트탈출이 가미된 것이다. 맏아들이 죽는 재앙에서 유대인은 건너뛰었다. 이렇게 해서 파스카는 가장 큰 축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들은 독특한 예식을 후손들에게 남겼다. 하느님의 직접개입을 깨닫게 했던 것이다. 강대국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지만 민족의 자긍심을 잃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종교교육 때문이었다.

다음은 파스카 축제 순서다. 유대인의 새해가 시작되는 니산달 10일에 어린 숫양을 준비한다(탈출 12,3). 이후 14일 저녁 해질녘에 양을 잡았고 피는 출입구 기둥에 발랐다. 고기는 구워 누룩 없는 빵과 함께 먹었다. 쓴 나물도 곁들였다. 한 주간 내내 그렇게 지냈다. 이 한 주간을 무교절(無酵節)이라 부른다. 교(酵)는 누룩을 뜻하는 한자다. 모세와 함께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인은 장정만 60만이라 했다(탈출 12,37). 식솔까지 따지면 200만이 넘는 숫자다. 이집트 인구 3분의 1이 빠져나간 셈이다. 과장된 숫자로 봐야 할 것이다. 창세기에서 야곱은 70명 남짓 되는 식솔로 이집트 생활을 시작했었다. 모세와 함께 떠난 히브리인은 오천 명에서 1만 명 가까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상당수는 이집트에 남았을 것으로 본다. [2016년 6월 26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성경의 세계] 모세 이야기 (6)

 

 

모세의 이집트 탈출을 허용한 왕은 누구일까? 19왕조 메르넵타(Merneptah)로 보는 설이 지배적이다. 람세스 2세 아들로 기원전 1213년 즉위해 10년간 파라오로 있었다. 이집트를 넘보는 민족은 모두 정벌했다는 비석을 남겼다. 메르넵타 전승비(戰勝碑)다. 비석에는 이스라엘이 언급되어 있다. 성경 밖 자료로는 처음 등장하는 이스라엘이다. 히브리 민족은 기원전 1210년경 국가 형태를 띠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모세는 레위지파로 아므람과 요케벳의 아들이다(탈출 6,20). 형 아론은 3살 많았고(탈출 7,7) 누나 미르얌은 형제보다 나이가 많았다. 아론은 대사제 직분을 받았고 세습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아론의 직계만이 대사제가 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광야생활을 거치면서 국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야훼를 통치자로 모시는 신정국가(神政國家)였다. 종교 행위는 갈수록 중요해졌다. 결정권자인 야훼와 접촉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레위지파가 이 직분을 전담했다. 모세와 아론이 레위지파였기에 당연한 결정이었다. 아론은 모세 대변자로 성경 무대에 등장했다. 모세를 도우며 자신의 역할에 성실했던 인물이다. 미르얌은 최초의 여예언자였고 아론과 함께 2인자의 위치까지 올라갔다. 확실한 지도력을 갖추었던 것이다.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넜을 때 여자들을 모아 손북 치며 춤추고 노래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경에 남겨진 미르얌의 노래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지없이 놓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탈출 15,21). 성 토요일 전례에 등장하는 성경구절이다. 미르얌은 평생 독신으로 지냈고 이스라엘이 카데스의 광야에 머물 때 죽었다(민수 20,1).

모세는 예리코 맞은쪽 느보 산에서 생을 마감한다(신명 33,5). 약속의 땅이 보이는 장소였다. 그토록 갈망했던 곳이었기에 죽기 전에 한 번 보라는 주님의 배려였다. 사망 원인도 무덤도 성경은 전하지 않는다. 고대 근동에서 영웅이 죽으면 숭배사상이 만연했다. 그럴 위험을 사전에 막은 것이다. 후계자는 여호수아로 선정되어 있었다. 레위지파가 아닌 에프라임지파였다. 파격이었다.

모세가 여호수아와 함께 가나안에 갔다면 두 지도자는 충돌했을 것이다. 40년간 광야를 헤맬 때 노예근성을 없앤 모세였다. 이제 남은 과정은 정착과 분배다. 그건 새로운 지도자의 몫이었다. 그 과정에 모세가 끼어들고 간섭했다면 권위는 떨어지고 추한 노인으로 남았을 것이다. 주님께서는 조용히 역사 뒤로 사라지게 하셨던 것이다. 은총이었다. 모세는 서운했겠지만 그에 대한 사랑의 배려였다. [2016년 7월 3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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