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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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6-26 | 조회수6,927 | 추천수1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하느님 영광 드러내는 구원자가 나셨으니
- 알브레히트 뒤러 작 ‘동방박사의 경배’, 1504년, 우피치 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
12월 25일은 예수 성탄 대축일입니다. 이날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합니다. 12월 25일이 원래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날은 아닙니다. 로마에서 이날은 태양신을 위한 날이었습니다. 동지와 가장 가까운,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때를 태양신을 위한 날도 정한 것은 역설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태양신에게 봉헌된 날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날이 되었고 지금도 우리는 이날을 성탄 대축일로 지냅니다.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마태오와 루카 복음에서 자세하게 전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의 탄생과 함께 동방 박사들의 방문을 이야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의 점성가들로 생각되는 세 명의 박사가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전승에 의하면 이들은 멜키오르, 발타사르, 가스파르로 불립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로 바칩니다. 이러한 동방 박사의 방문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왕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와 함께 예수님의 죽음에서 그에게 붙여진 죄목이 ‘유다인들의 임금 예수’(마태 27,37)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태오 복음은 탄생과 죽음에서 예수님을 ‘임금’으로 나타내는 셈입니다. 특별히 이들의 방문은 시편 72편의 말씀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타르시스와 섬나라 임금들이 예물을 가져오고 세바와 스바의 임금들이 조공을 바치게 하소서”(시편 72,10). 마태오 복음은 이 이후에 헤로데를 피해 예수님과 그의 가족이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만 했고 아기들을 학살한 이후에야 나자렛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의 탄생을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호적 등록과 함께 이야기합니다. 다윗의 후손이었던 요셉은 다윗의 도시라고 불리는 베들레헴에 호적 등록을 하기 위해서 가야만 했고 그곳에서 마리아는 아들을 낳았다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 붐벼 잠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요셉과 마리아는 가축들이 머물던 곳에서 아이를 낳습니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루카 2,7). 마태오와는 달리 루카 복음에서 처음으로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이들은 목동들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 예고를 전했던 천사는 다시 한 번 이 목동들에게 ‘주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립니다.
유일하게 예수님의 탄생과 함께 유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루카 복음서입니다. 예수님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성전에서 주님께 봉헌되고 그곳에서 만난 시메온과 예언자 한나는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전합니다. 그들이 공통되게 전하는 예수님 탄생의 의미는 바로 ‘구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루카 복음은 예수님의 업적을 탄생 때에 이미 전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는 영광입니다”(루카 2,30-32). 이것은 루카 복음의 특징이자 핵심적인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극처럼 예수님의 탄생을 전하는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와는 달리 단순한 표현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요한 복음서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4). 짧은 표현이지만 이 안에는 요한 복음의 신학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곧 하느님이셨던 ‘말씀’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예수님 강생의 신비를 전하는 표현입니다. 또한 이분은 사람들 안에,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안에, 특별히 광야에서 당신의 백성과 함께 걸었던 것처럼 이제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있다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요한 복음은 이렇게 사람들이 그분의 영광을 보게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그분의 영광이 드러난 사건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6월 26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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