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8: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마르 1,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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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7-23 | 조회수5,833 | 추천수1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8)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마르 1,24) 기적 행하며 정체성 드러내신 예수
- 두초 디 부오닌세냐(Duccio di Buoninsegna, 1255~1319) 작, ‘카나의 혼인잔치 ’. 출처=가톨릭굿뉴스.
요한 복음은 예수님의 첫 번째 활동을 카나에서 일으킨 기적으로 소개합니다. 하지만 카나의 혼인 잔치는 공관 복음에서는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과 함께 카나에서 있은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습니다.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은 정결례에 쓰이던 물독에 물을 채우도록 하시고 그것이 포도주로 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요한이 전하는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유다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던 정결례에 쓰이던 독이 비어 있었고 그 독에 물을 채우도록 하고 그것을 포도주로 바꾸는 표징을 일으킨 예수님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분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카나의 혼인 잔치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는 표현으로 끝납니다. 결국 예수님의 첫째 표징은 제자들이 믿음을 갖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복음서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공관 복음 역시 예수님의 기적을 공생활의 첫 활동으로 소개합니다. 마르코와 루카 복음은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낸 사건을 가장 먼저 이야기합니다.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시는 예수님을 보고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말합니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4).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사건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군중은 예수님을 권위를 가진 분으로 받아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기적을 통해 예수님의 신원이 군중들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입니다. 제자를 뽑으신 예수님을 가장 먼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더러운 영입니다. 그를 통해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 드러나고 영을 쫓아내는 행위는 그것이 사실임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기적은 단지 그분이 갖는 뛰어난 능력을 소개하는 내용이기보다는 그 능력을 가진 분이 누구이신지를 드러냅니다. 이것은 비단 더러운 영을 쫓아낸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뒤를 따르는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도 잘 설명됩니다. 공관 복음서에서 공통적으로 전하는 시몬의 장모와 많은 병자들 그리고 나병 환자와 중풍 병자를 고친 이야기 역시 기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러한 일을 행하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강조합니다(마태 8,14-9,8; 마르 1,29-2,12; 루카 4,38-5,26).
복음서들이 전하는 예수님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기적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기적 이야기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은 아주 간단하게 표현됩니다. 대신 이러한 사건을 통해 치유받은 이들이 예수님과 나누는 대화나 군중들의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복음서들은 이 기적 이야기들을 통해 악령들과 마귀들은 이미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고 있었음을 말하면서 군중이 그분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받아들이도록 합니다.
일련의 치유 이야기의 마지막에 소개되는 것은 중풍 병자를 고치신 이야기입니다. 병자의 치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예수님께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진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이것을 본 군중들의 입을 통해서도 표현되는 것처럼 죄를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초기의 기적 이야기들은 예수님의 신원을 드러냅니다. 악령과 마귀의 입을 통해, 병을 치유하는 행위를 통해, 그리고 죄를 용서하는 모습을 통해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임을, 더 나아가 그분이 곧 하느님이심을 이야기합니다. 군중은 이러한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예수님을 두려워하며 하느님을 찬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믿음에 이르지 못합니다. 기적에 관한 이야기의 목표는 예수님의 신원을 알리고 그분을 믿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활동 초기에 기적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24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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