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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의 지도자들: 모세 - 권력과 부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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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30 조회수7,291 추천수1

[성경 속의 지도자들] 모세 - 권력과 부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구약성경의 주인공은 모세라고 할 수 있다. 모세는 많은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닮고 싶은 인물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모세를 떠올리면 힘을 얻을 만하다. 먼저 모세가 억압받는 소수민족인 부모와 헤어진 뒤, 가시밭길 속에서도 지도자로 거듭나는 상황을 지금의 지도자들이 배워야 한다.

 

모세가 억압받는 민족의 억울한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살인자가 되는 것과 자신의 그런 과거를 잊지 않고 실수로 살인한 사람이 피할 수 있는 성읍을 마련해주는 것(신명 19,1-13; 민수 35,9-34 참조)은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목숨을 바친 수많은 선열과 전쟁터에서 나라를 지킨 참전용사를 생각하게 한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뒤, 다시 부모로 상징되는 전통과 뿌리를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심리적 성장에 꼭 필요하다. 어려운 시절이나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잊거나 부정하지 않고 잘 돌보는 태도 또한 자아를 찾아가는 한 사람의 ‘개성화 과정(Individuation Process)’이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기적

 

모세가 유다인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자신의 소명을 파라오가 무시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주님께 묻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자신 없고 의심 많은 모세를 상상해 본다.

 

이런 모세에게 주님께서 먼저 보여주는 기적을 살펴보자. 먼저 모세의 지팡이를 뱀으로 바꾸시는 장면이다. 당시 중동 지방에서는 뱀의 껍질을 제사에 쓰며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 이해했다. 모세가 자신에게 느끼는 부적절감이나 열등감에서 벗어나 새롭게 지도자로 태어나라는 주님의 메시지다.

 

손을 품에 넣으니 나병이 되는 장면은 필요할 때 손을 쓰지 않고 몸속에 감추면 병이 들지만, 밖으로 꺼내 소명을 마치고 다시 품으로 거두어야 병이 낫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도자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발휘하지 않으면 이 또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나일 강의 물을 마른 땅에 옮기면 피가 되는 장면은 있던 곳을 떠나 타지에서 고생하는 모세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운명이기도 하다. 또한 정의롭지 않게 소수 민족을 괴롭히면서 자신들의 세계에 갇혀 있는 이집트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대인들이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과 주위 사람을 괴롭히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보여주시는 이런 기적은 지금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도자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모세의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역시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일강에서 아기를 발견한 이집트 공주는 동족을 죽이는 원수를 보살핀 배신자 역할을 하게 된다.

 

세속의 잣대를 들이대어 이스라엘인의 처지에서 보면 은혜로운 여성이지만, 이집트인의 처지에서 보면 용서할 수 없는 여성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스라엘과 이집트 민족이 요셉의 지도력으로 칠 년 동안 가뭄을 견뎠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이집트인들이 이스라엘 민족을 박해하는 것 자체가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일본인들 가운데 과거사를 반성하고 한국인에게 사죄한다고 해서 그들이 일본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도자는 자기 민족이나 지역을 넘어서 지구 공동체 전체를 정의롭게 만드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지도력에 세상 모든 사람이 열광하는 맥락과 같은 것이다.

 

 

모세가 내린 재앙

 

이제 모세가 내린 아홉 개의 재앙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물이 피가 되는 장면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정의롭지 않은 일을 할 때 결국 생명의 원천이 고갈된다는 교훈이다. 개구리와 등에, 그리고 메뚜기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장면은 실제 환경 재앙을 연상시키지만, 병든 정신이 사회 전체를 오염시키는 집단적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구리나 등에, 그리고 메뚜기는 모두 번식력이 매우 강하고 집단으로 서식하며, 시끄럽고, 죽은 다음에는 정말로 더욱 끔찍하게 썩는다. 이것은 현재의 누리소통망(SNS)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증오와 경멸, 원한을 심어주는 이들, 그리고 매스컴이나 강연 집회 등으로 서로를 반목하고 파괴하도록 부추기는 이들과 비슷하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이런 증오와 반목의 집단정신과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가족이 병에 걸려 죽고 피부병이 번지는 장면은 인간을 보호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 깨지고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최소한의 장치가 고장났다는 뜻이다. 우박과 어둠 또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캄캄한 혼돈으로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빛이 사라지고 우박이 내려오는 것은 성령과 하느님 자비의 자리를 어둠의 무리가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은 국가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동체를 나쁜 곳으로 이끄는 지도자의 행로와 비슷하다.

 

우리는 분노와 원한, 열등감 등으로 나쁜 지도자의 비도덕적인 유혹에 넘어가거나 동조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타인이나 다른 공동체의 잘못 때문이라고 판단하여 끔찍한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치즘, 킬링필드, 난징 대학살 등 역사에 말도 안 되는 대학살과 전쟁은 차고 넘친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주님과 함께 사십 일을 지내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릴 돌판을 받는 시점에, 이를 기다리지 못한 백성이 우상을 만드는 장면을 다시 보자.

 

모세가 산에서 내려오자 그새를 못 참고 백성이 우상을 믿으며 날뛰다 적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장면이다. 이를 보고 모세는 레위 후손들을 시켜 형제든 친구든 이웃이든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이게 한다. 삼천 명의 이스라엘 백성이 희생되는 사건이다(탈출 24-32장).

 

지금 세상에 다른 종교를 믿는다고 대량 살육을 하였다면 사람들은 모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신자가 아닌 사람은 이스라엘 백성을 살리겠다고 죄 없는 이집트인에게 대재앙을 내린 것 또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경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근본주의자가 아니라면, 모세오경을 비롯해 성경에 등장하는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일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자면 모세의 재앙과 징벌을 선악의 이분법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파국으로 치닫는 갈등과 분열을 어떻게 단호히 해결해 나가는지를 배우는 것이 옳다. 특히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모세의 정치적 궤적 가운데 의문이 드는 장면은 미디안의 여자들과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지휘관과 천인 대장들과 백인 대장들을 질책하는 모습이다(민수 31,13-18 참조).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꾀서 주님을 배신하고 염병을 내린 것이 미디안 여자들 때문이라고 한다. 모세의 가부장적 태도가 이 때문에 비난받기도 한다.

 

실제로 모세가 선포한 여자의 재산 상속법이나 지파 안에서 결혼을 장려한 결혼법(민수 36장 참조) 등을 현대에서 실천한다면 동성동본과의 결혼을 금지한 우리나라의 윤리적 전통과도 맞지 않다.

 

 

죽는 날까지 주님의 종으로 헌신한 모세

 

모세는 인간적 약점이 많았지만 사십 년을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과 확신에 찬 추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또한 죽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민족을 위해 발휘한 희생정신은 현대에도 귀감이 되는 지도자이다. 다른 무엇보다 모세는 페르시아와 바빌론, 이집트 등의 무수한 고대의 제왕들과 달리 주님에 대한 경외심과 헌신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권력과 부를 잡으면 마치 자신이 잘해서 얻었거나 자신이 전능하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모세는 자신이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저 주님의 뜻에 따라야 하는 늘 부족한 종이라고 생각했다.

 

주님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 뉘우치는 태도를 지녔기에 지금까지도 유다인들의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 이나미 리드비나 - 심리분석 연구원. 한국 융 연구원 지도 분석가이며 서울대학교 외래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성서를 심리적으로 풀어본 슬픔이 멈추는 시간」, 「성경에서 사람을 만나다」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6년 7월호, 이나미 리드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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