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11: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르 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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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8-14 | 조회수7,097 | 추천수1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11)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르 4,9) 예수님의 화법 ‘비유’에 담긴 것은?
- 예수님께서는 항상 씨뿌리는 사람이나 겨자씨와 같이 비유를 들어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림은 브뤼헐 작 ‘씨를 뿌리는 사람이 있는 풍경’ 부분, 1557년, 팀켄 미술관, 미국 샌디에이고.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 가르침 중에서 특징적인 것은 비유를 통한 말씀입니다.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마르 4,34)고 전할 정도로 비유는 예수님께서 군중을 가르치실 때에 많이 사용하신 방법입니다. 여러 비유 중에서 공관 복음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씨앗에 관련된 비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겨자씨’의 비유입니다.
겨자씨의 비유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세상에서 어떤 씨앗보다도 작은 겨자씨가 자라나서 하늘의 새들이 깃들일 만큼 풍성하게 자란다는 내용입니다. 짧은 이 비유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군중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주로 하느님의 나라를 빗대어 가르치는 데 사용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시작됐고 아직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성과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풍요롭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누룩의 비유나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 역시 비슷한 내용을 전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비유는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소재들을 사용해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에 대해 알려줍니다.
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사실 제목처럼 씨 뿌리는 사람이 비유의 중심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씨가 뿌려지는 땅에 관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뿌린 씨는 길, 돌밭, 가시덤불 그리고 좋은 땅에 떨어집니다. 우리의 농사법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이스라엘에서는 흔한 광경입니다. 이렇게 뿌려진 씨는 땅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길에 떨어진 씨는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고 돌밭에 떨어진 씨는 뿌리를 내리고 싹이 돋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는 자라나기는 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하지만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는 제자들에게 따로 알려 주신 해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유에 대해 제자들에게 따로 설명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마르 4,34 참조).
비유가 가르치는 것은 바로 말씀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같은 말씀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길은 말씀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나타냅니다. 루카 복음은 이것을 “믿지 못하여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루카 8,12)이라고 표현합니다. 돌밭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지만 오래 간직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루카 복음은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바위’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가시덤불은 말씀보다 세상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좋은 땅은 말씀을 받아들여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을 나타냅니다.
그 결과에 대해 복음서는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말씀을 통해 얻어지는 풍요함입니다. 직접적으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비유로 소개되지는 않지만, 말씀을 통해 주어지는 놀라운 결실이라는 점에서 겨자씨의 비유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들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시작하고 끝맺습니다. 예수님 또한 비유에 나오는 씨 뿌리는 사람과 비슷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예수님의 비유 중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비유입니다. 마치 이 비유를 듣는 이들이 바로 말씀을 받아들이는 땅처럼 보입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는 표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예수님의 비유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미리 알려줍니다. 더 나아가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국, 비유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전해 주는, 그것을 가르치는 예수님의 특별한 방식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14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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