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13: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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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8-28 | 조회수7,530 | 추천수1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13)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제자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주시다
- '예수님과 열두 제자', 12세기, 목판에 템페라, 카탈루냐 박물관, 스페인. 출처=가톨릭굿뉴스.
공관 복음 중에서 마태오 복음서는 다른 복음서에 비해 눈에 띄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예루살렘을 향하는 예수님의 여정을 보여 주지만 그 안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모아 놓았다는 점입니다. 마태오 복음 5-7장은 산상 설교를, 10장은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13장은 비유를, 18장은 공동체 안에서 필요한 여러 가르침을, 마지막으로 23-25장은 재림과 심판에 대한 가르침을 모아 놓았습니다. 이런 가르침의 모음집은 마태오 복음을 특징짓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제자들을 먼저 부르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첫 열두 제자를 뽑으신 것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마르 3,14-15).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선택하신 가장 첫 목적은 ‘함께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열두 제자들은 예수님의 삶을 가장 잘 증언해 줄 수 있는 이들인 셈입니다. 이들은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되고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도록 마귀를 쫓아내며 병자를 고쳐 줍니다.
이러한 목적에 맞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명령하신 것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른 자세였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돈이나 여벌 옷이나 신발, 양식도 지니지 말고 단지 지팡이만 허락하셨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마태오와 루카 복음은 지팡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말합니다. 지팡이는 단지 여정의 수고를 덜어주는 도구만이 아니라 들짐승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예수님의 파견이 보여 주는 철저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파견과 함께 제자들에게 주어지는 사명은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를 쫓아내며 병자를 고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활동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제자들의 사명이었습니다. 제자들이 향하는 곳은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모든 이들에게 파견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유독 마태오 복음만이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할 뿐입니다.
이 부분을 통해서도 마태오 복음서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의 독자들은 유다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파견은 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물론 마태오 복음이 유다인들의 구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예수님을 유다인들은 거부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10장에서 제자들의 파견을 이야기하면서 제자들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박해를 당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현실에 대해 말하면서도 하느님 이외에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예수님은 가르치십니다. 또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먼저 예수님을 따르도록 권고하십니다.
파견은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의 관계에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사명을 그대로 실천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파견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살아 계실 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이후 제자들은 지속해서 자신들의 사명을 수행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사명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너희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는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선택되고 함께 생활한 제자들은 이제 자신들이 받은 능력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음을 증거하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그야말로 거저 받은 것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하느님과 예수님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28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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