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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16: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마태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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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24 조회수6,068 추천수1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16)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마태 15,24)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공관 복음서

 

 

복음서에서 읽게 되는 몇몇 이야기들에는 각 복음서가 지니는 특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조상들의 전통에 관한 예수님과 바리사이들의 논쟁(마태 15,1-20; 마르 7,1-23)과 한 여인의 이야기(마태 15,21-28; 마르 7,24-30)입니다. 이 두 이야기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에서는 사건의 흐름으로 볼 때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반면 루카에서는 동일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루카는 손을 씻는 정결례와 관련된 비슷한 내용을 전하지만(루카 11,37-41),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한 복음은 이 내용을 전하지 않습니다.

 

 

공관 복음과 요한 복음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네 복음서의 관계입니다. 우선 요한 복음은 복음서의 구성이나 내용에 있어서 공관 복음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요한 복음이 공관 복음과는 다른 예수님에 대한 전승들을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공관 복음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비슷합니다. 이것은 세 복음서가 예수님에 대한 같은 전승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공관 복음은 두 가지의 자료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두 자료는 ‘마르코 복음서’와 예수님의 말씀만을 모아 놓은 ‘어록집’(Q)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마르코 복음이 마태오나 루카 복음보다 먼저 기록된 복음서이고, 아마도 마르코와 비슷한 시기에 ‘어록집’ 역시 기록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근거가 됩니다. 마태오와 루카 복음은 이 두 출전, 곧 마르코 복음과 어록집을 기반으로 해 자신의 복음서를 기록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록된 복음서는 그들의 특성을 드러냅니다. <위 그림 참조>

 

루카 복음은 조상들의 전통에 관한 이야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이것은 루카 복음이 지향하는 독자들이 유다인들의 전통과는 거리가 먼 또는 그것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던, 이방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마르코는 이 이야기를 전하긴 하지만 식탁에 앉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하는 유다인들의 관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마르 7,3-4). 아마도 마르코 복음은 유다인들과 이방인들 모두를 독자로 삼았을 것입니다. 동일한 내용을 전하는 마태오는 마르코 복음에서 설명하는 정결례에 대한 설명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태오의 독자들은 이미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던 유다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관 복음은 하나의 이야기를 전할 때에도 자신들의 특성을 드러냅니다.

 

한 여인의 딸을 치유하는 이야기 역시 비슷합니다. 루카 복음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방인 출신이었습니다. 마르코는 그녀를 시리아의 여인으로, 마태오는 가나안의 여인으로 기억합니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이 여인은 재치있게 답합니다.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여인에게서 믿음을 보았고 여인의 청을 들어줍니다.

 

- 예수님께서 한 여인의 딸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루카 복음에는 나오지 않는다. 반면 마태오 복음에는 그 여인이 가나안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그림은 루도비코 카라치 작 ‘예수님과 가나안 여자’, 1595~1596년, 브레라 미술관, 이탈리아 밀라노. 출처=굿뉴스 가톨릭 갤러리.


 

마태오 복음의 특성

 

마르코 복음과 비교해서 마태오 복음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마태 15,24). 이 표현 역시 마태오 복음의 특성을 잘 드러냅니다. 마태오는 자신들의 독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처음의 목적이 ‘이스라엘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구약 성경의 전통을 이어 예수님의 구원이 우선적으로 이스라엘, 곧 유다인들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마태오 복음의 이런 시각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이런 예수님을 거부했고, 이제 예수님의 구원은 유다인들만이 아닌 다른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 됐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마태오 복음서의 특징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9월 25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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