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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의 세계: 파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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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18 조회수9,148 추천수2

[성경의 세계] 파스카 (1)

 

 

인류의 오랜 명절 중 하나가 유대인의 파스카(Pascha)축제다. 히브리말은 페사흐(Pessah)다. 파스카는 페사흐를 희랍어로 음역한 것. 이후 공적인 용어가 되었다. 신약성경이 희랍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말뜻은 건너뛴다는 뜻이다. 한자는 유월절(逾越節)이다. 넘고(逾) 건너갔다(越)는 의미다. 3500년 전에 있은 이집트 탈출을 가리킨다. 탈출 전날 밤 야훼께선 이집트인 맏아들을 모두 죽이셨다. 히브리인은 양의 피를 대문에 발라 재앙을 피했다. 양의 피가 묻은 집은 천사가 들어가지 않고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파스카는 이 사건에서 유래된 말이다. 영어는 패스오버(Passover)다.

 

파스카는 유대력으로 니산(Nissan) 달 14일 저녁부터 시작된다(레위 23,5). 히브리인은 해가 지면 바로 다음 날이 시작된다고 여겼다. 따라서 14일 저녁은 15일의 시작인 셈이다. 이후 유대인은 니산 달을 새해 첫 달로 삼는다. 파스카 달을 새해 시작으로 삼은 것이다. 유대력은 음력이다. 1년은 12달 354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3년마다 윤달을 넣어 헷갈리지 않게 했다. 성경에는 아빕(Abib) 달에 파스카를 지내라는 구절도 있다(탈출 13,4). 니산은 바빌론 달력에서 유래된 말이고 아빕은 농사철 용어로 봄을 가리킨다.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는 봄의 언덕이란 뜻이다.

 

파스카 축제는 7일간 이어졌고 핵심은 니산 달 14일 만찬이었다. 율법의 규범에 맞춰 시행했다. 축제 양은 니산 10일에 골라뒀다가 14일 밤에 잡았다. 고기를 굽기 전 문에 피 바르는 의식을 했다. 그리곤 이집트 탈출 때처럼 지팡이를 잡은 채 식사했다. 처음 파스카 지내던 모습을 재현했던 것이다. 다음날부터 일주일간은 누룩 없는 빵을 먹었다. 무교절(無酵節)이다. 원래는 풍작을 기원하는 농경사회 금욕관습이었다. 파스카와 같은 시기에 시작되면서 통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쓴 나물과 누룩 없는 빵을 먹는 행위가 이집트 노예생활을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파스카 음식을 드셨다. 최후만찬이다(마르 14,12). 예수님 십자가상 죽음이 니산 달 15일임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오늘날 대부분의 유대인은 파스카 첫날과 마지막 날은 일하지 않고 휴일로 지낸다. 유대인 기업체와 학교 역시 그날은 쉬고 있다. [2017년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성경의 세계] 파스카 (2)

 

 

파스카 축제는 춘분 뒤 만월 전날부터 7일간이다. 춘분은 양력 3월 21일경이다. 그런데 보름달(만월)이 뜨는 것은 음력으로 따진다. 양력과 음력이 혼용되다 보니 파스카 날짜는 매년 바뀔 수밖에 없다. 유대인은 파스카 축제가 있는 달을 한해 출발로 삼았다. 니산(Nisan) 달이다. 니산은 움직인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춘분 후 첫 보름달이 뜰 때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었다. 니산 15일이다. 그런데 유대인은 해가 지면 바로 다음 날 시작으로 여겼다. 해가 지면 달이 뜨기 때문이다. 따라서 니산 14일 저녁은 니산 15일 출발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14일 저녁엔 모든 유대인이 파스카 만찬을 먹고 축제를 시작했던 것이다(레위 23,5).

공관복음에는 예수님께서 파스카 만찬을 드신 기록이 있다(마르 14,12).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십자가상 죽음을 맞이하셨다. 사흘 후 부활하셨기에 날짜 계산이 가능해진다. 춘분 지난 첫 만월에 돌아가시고 이틀 뒤 부활하신 것이다. 그런데 동방교회는 파스카 시작 날인 니산 14일을 축일로 지내자고 했다. 서방교회는 니산 14일 후 첫 주일을 주장했다. 교회사에 등장하는 부활절 논쟁이다.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서방교회 주장이 결정되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춘분을 지내고 만월 다음의 첫 일요일이다. 니케아는 터키 이즈니크(Iznik)의 옛 지명이다.

유대인은 파스카 전날이 되면 집안의 누룩 든 음식을 모두 없앴다. 이후 그들은 누룩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다. 예수님께서도 바리사이파 누룩을 조심하라 당부하셨다(마태 16,11). 축제 동안 누룩 없는 빵을 철저하게 먹었기에 무교절이란 용어가 쓰인 것이다. 무교절(無酵節)의 교(酵)는 누룩을 뜻하는 한자 말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은 서둘러 이집트를 떠났기에 발효되지 못한 빵을 갖고 갔을 것이다. 쓴 나물의 등장은 노예생활을 기억하기 위한 조치다. 성경엔 무교절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있다. 너희는 무교절 축제를 지켜야 한다. 바로 이날 내가 너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탈출 12,17).

예수님께서도 파스카 만찬을 드셨다. 빵과 포도주를 주시며 당신의 살과 피라고 하셨다. 자신을 파스카 희생양으로 선언하신 것이다. 하느님의 어린양이다. 축제 때 돌아가시고 부활하셨기에 파스카는 초대교회에 또 다른 의미를 남겼다. 학자들은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인구를 십만 정도로 추산한다. 파스카 때는 두 배 가까운 사람이 예루살렘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2017년 4월 23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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