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45: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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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4-23 | 조회수5,212 | 추천수0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45)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7) 사도행전의 ‘초기 교회 공동체’ 함께 기도하고 나누며 신앙 실천
- 프라 안젤리코 작 '베드로 성인의 복음 전파', 1433년, 페널에 템페라, 산 마르코 미술관, 피렌체, 이탈리아.
성령 강림과 마티아 사도의 선출 이후 사도행전에서 전하는 특별한 내용 중 하나는 초기 교회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간략하게 요약돼 있는 이 내용은 지금까지도 초기 공동체의 모습을 우리에게 잘 알려주는 소중한 내용입니다.
“사도들의 가르침”은 목격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사도들에 의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중심으로 합니다. 사도행전의 시작에서 전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승천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모든 일(사도 1,1-2)이 사도들이 전하는 가르침의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르침은 사도행전의 여러 설교가 전하는 것처럼 설교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언급되는 것은 “친교”입니다.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친교는 주로 바오로 사도의 편지에서 찾을 수 있는 표현입니다(1코린 1,9; 10,16; 2코린 8,4; 9,13). 이 용어는 그리스도와 ‘함께 몫을 차지한다’ 또는 ‘동참’한다는 뜻으로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이 용어는 기본적으로 관계를 나타냅니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신앙 공동체의 친교는, 다른 이들과는 구분되는 그들의 고유한 생활 방식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빵을 떼어 나누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은 아니지만 성찬례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했던 마지막 만찬을 지칭하고, 예수님의 몸을 나타내는 빵을 떼는 것을 통해 예수님의 죽음을 표현합니다. 초기 교회 공동체는 지금과는 달리 실제로 만찬을 나누면서 이 예식을 거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1코린 11,17-34) 지금도 미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성찬례가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당시에도 이 예식은 신앙인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징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구약성경의 파스카가 아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새로운 파스카를 거행합니다. 이제 유다교와 그리스도교는 예식에서 서로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가톨릭교회의 교리서에서 “기도”는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훌륭한 활동이자 신앙의 표현”으로 표현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신앙인들은 기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남겨주신 기도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에서도 표현되는 것처럼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부른다는 사실입니다.(로마 8,15; 갈라 4,6) 루카복음은 예수님께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기도하셨다는 내용을 전합니다. 이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사도행전은 초기 공동체 역시 기도하는 일에 전념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초기 공동체의 특징적인 생활 방식으로 꼽히는 것은 ‘공동생활과 공동소유’입니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사도 2,44-45) 이 내용은 사도행전 3장 32-35절에서 다시 언급됩니다. 그 후에 전하는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부부의 이야기(사도 5,1-11)는 초기의 신앙인 공동체가 이것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공동소유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삶의 형태로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사도행전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는 초기 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예수님의 부활과 성령 강림을 통한 신앙인들의 체험을 실현해 나갔음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믿음은 다른 사람들과는 구분되는 고유한 생활 방식을 통해 실천으로 옮겨집니다. 이제 삶을 통해 그들의 신앙을 드러내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사도행전이 전하는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도 귀감(龜鑑)이 됩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주셨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4월 23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성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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