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과 함께 한 명산을 오르면서
산은 마치도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과묵한 사람, 늘 진지한 사람, 늘 변함없는 사람,
그래서 편안한 사람, 언제든 찾아가면 늘 거기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
마음이 답답할 때면 붙들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세상살이의 고초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결국 다시금 살아갈 힘과 용기를 안겨주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온 몸으로 말해주는 사람…….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뻘뻘 땀을 흘리며
기를 쓰고 산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는
영, 생명, 영원한 생명에 관련된 말씀을 하시고
우리에게 건네주고 계십니다.
육(肉)에 대비한 영(靈)의 우위성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영적생활이란 어떤 것일까요? 육체가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보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는 생활,
눈에 보이는 것이 결코 다가 아니기에 보이는 것
그 너머의 것을 보고자 노력하는 생활이 아닐까요?
제대로 된 영적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끼고 있었던
색안경을 벗어버리게 됩니다.
고정관념이나 자기중심주의에서 자유롭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토록 기를 쓰고 보아도 볼 수 없었던 천국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영적여정이 시작될 때 그리도 지긋지긋하던 십자가가
사실은 가장 큰 하느님 은총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도 우리를 지루하고 고달프게 만들었던 일상생활이
눈부신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그리도 우리를 성가시게 했던 이웃들이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영적생활의 기쁨에 푹 잠기게 될 때 주변 모든 사물들이
다 스승으로 변할 것입니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꽃잎들,
바람에 서걱거리는 대나무 숲, 출렁이는 금빛 물결,
고요한 호수, 황금빛 석양…….
이 모두는 다 인생의 진리를 말해주는 스승이 될 것입니다.
영적인 눈을 뜨고 새로운 감성으로 다시 읽는 복음서는
오랜 세월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의혹과 불신을 뛰어넘게 해줄 것입니다.
영적인 한 인간이 봉독하는 복음은 다름 아닌 생명의 복음이요
희망의 복음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하산 길에 다시금 힘겨운 다짐을 하나 해보았습니다.
좀 더 멀리 내다보자고, 좀 더 천천히 가자고,
좀 더 크게 생각하자고,
내 일생의 가장 큰 숙제인 ‘나’를 한번 뛰어넘어보자고…….
나를 버리고, 나를 비우고, 나를 떠나고,
그 빈자리에 자비로운
‘주님의 현존’으로 충만하게 채워보자고…….
또 다른 새날이 은총의 선물로
우리 두 팔 가득히 안겨진 축복의 아침입니다.
주님 마음에 드는, 주님께서 기뻐하실
영적으로 충만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양치기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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