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지순례] 예비자들과 함께 한 배티 성지 순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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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명현숙 | 작성일2007-09-15 | 조회수902 | 추천수3 | 반대(0) |
예비자들과 함께 한 성지 순례 2 - 배티 성지 2007. 9. 14(금) 오늘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선발 예식을 앞둔 예비자(금요일 오전반)분들과 배티 성지 순례를 갔습니다. 마침 순교자 성월이었고, 여러 곳에서 많은 교우들이 모여드는 것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먼저 소성당의 순교자 유해를 모셔둔 곳에서 잠깐 조배를 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몇 분의 구역 식구들이 함께 가셨는데, 아는 분이 수술을 하시는데 그 분을 위해서 기도 드리려고, 수능을 앞둔 자녀와, 가정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시는 것을 보고 예비자분들도 가정과 자녀들을 위해서 미사 봉헌을 하셨습니다. 미사 전에 수녀님께서 '최양업 신부의 노래'와 '배티 성지 노래'를 가르쳐 주셨고, 성지 담당 이승용 마태오 신부님께서, 서울 모 본당의 꾸리아팀 150 여 명, 안성에서 여섯 분, 그리고 우리 본당 식구들을 소개해 주시며 반갑게 환영해 주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태풍 '나리'보다 여러분이 먼저 오셨습니다." 미사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는 사람들이 십자가 목걸이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셨습니다. 십자가는 형틀인데, 주님께서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는 것을 배제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냐구요. 십자가를 지니고 다니는 것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고,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겠다는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랍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십자가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치욕스런 도구일 뿐입니다. 성모님, 예수님의 12제자, 초대교회 순교자들, 그 밖의 많은 성인들은 주님을 잘 따르신 신앙의 모범이 되는 분들이십니다. 십자가는 형틀이 아니라 반드시 지고 가야할 것입니다. 그분이야 말로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배티 성지는 네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입니다. 첫째, 배티 성지는 박해시대에 신자마을, 즉 공동체가 잘 형성 된 곳입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이 없는 곳을 택해서 찾아든 곳이 바로 배티입니다. 100년 간의 박해시기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배교 하고 목숨을 건질 것인지 혹은 주님을 증거하며 목숨을 바쳐 순교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했던 것입니다. 둘째, 이곳은 조선 교구 최초의 신학교가 있었던 곳입니다. 1831년에 파리 외방전교회가 우리 나라를 맡았는데, 방인 사제의 양성이 우선 과제였고 매우 중요시 여겼습니다. 그래서 최방제, 최양업, 김대건을 신학생으로 뽑아 가르쳤습니다. 54년 이후에 배론 신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셋째, 최양업 신부님의 사목 중심지로, 또 성당으로 쓰여진 곳이 있습니다. 흙으로 된 두칸 짜리 집, 방 하나는 신부님께서 쓰시고, 하나는 복사가 썼다고 문헌에 전해집니다. 성지에서 약 500m 쯤 떨어진 곳에 새로 지은 작은 집, 그곳에서 사목하셨을 최양업 신부님의 체취를 느껴보아야 겠습니다. 넷째, 이 주변에는 병인 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유명, 무명의 14인묘, 6인묘 등 묘역이 잘 단장되어 있어서 순례자들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두 번째 사제이신 최양업 신부님은 "땀의 순교자" 혹은 "길위의 사도"라고 불려집니다. 신부님의 선교와 순교 열정은 마치 우리 나라의 바오로 사도 같으신 분이십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그늘에 가려진 듯 여겨지나 각자의 몫이 다른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길을 개척하셨고, 최양업 신부님을 통해서 하느님의 일, 성숙한 신앙 공동체로 순교의 준비가 되도록 신앙의 기초를 잘 다졌습니다. 충청, 전라, 경기, 강원, 경상도의 5개도를 관할하시다가 병과 과로로 돌아가셨습니다. 만 40세의 나이였고, 12년간 사목활동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순교하지 않으셨다는 이유로 성인 반열에 들지 못하여서 우리가 지금 시복, 시성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배론 성지에 모셔졌습니다. 마태오 신부님께서 또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여러분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최양업 성인이 고백한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희망을 갖고, 죄사함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마치 사도 바오로를 연상케 합니다. 유다스의 하느님은 구약의 하느님 즉 벌 주시는 하느님이시라면, 베드로는 신약의 하느님을 고백합니다. 목숨을 바친 순교가 전교의 씨앗이 됨을 몸소 증거해 주셨습니다. 우리 삶의 목적지까지 가는데 훌륭한 모범이 되시는 분들이 바로 성인들이시며, 오늘의 나를 살피는 여정이 바로 순례의 목적입니다. 매사를 하느님께 내어 맡기며 살아야겠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서둘러 성지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역시 가마솥에 한 밥이 최고입니다. 다시 성지로 올라와서 십자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금방 식사를 마치고 언덕길을 오르려니 숨이 찼습니다. 그러나 함께 가는 이들이 있으니 결코 힘들지 만은 않았습니다. 우리들 뒤로 레지오 팀별로 기도를 드리며 따라오는 사람들을 보며, 누군가는 앞장서 가야함을 생각했습니다. 성당 터에 복원된 작은 집과 잘 가꾸어진 잔디밭, 십자가의 길, 침목으로 만들어 놓은 계단을 내려오며 순교자의 묘역은 다음에 방문하기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예비자 자매님의 어린 아이가 집에서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흐린 날씨가 오히려 뜨겁지 않아서 순례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태풍 "나리"가 많은 비를 몰고 온다더니 잘 참아 주었습니다. 순례를 마치고 차에 오르니 한 방울씩 비가 뿌리더니 급기야 마구 쏟아집니다. 지난 번 예비자들의 순례 때는 그 전날까지 비가 오더니 당일에는 맑은 날씨를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참으로 멋진 하느님이십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묵주의 기도를 드리며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순례에 동행하여 예비자분들께 좋은 표양이 되신 신자분들도 고맙습니다.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에서 보고 들은 것들, 순례의 깊은 감동이 세례를 준비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선발예식은 9월 30일 교중 미사 중에 있습니다. 예비자분들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해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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