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묵상] 하느님께 의지하여 두려워하지 않으니(시편 56,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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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명현숙 | 작성일2008-01-26 | 조회수816 | 추천수4 | 반대(0) |
하느님께 의지하여 두려워하지 않으니(시편 56,12)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오해를 사게 되었다. 무심코 한 말이 그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예비자 교리를 받으시는 분이시라 "그렇게 하시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니 이렇게 하시는게 더 나을 거예요"라고 말씀드렸는데 "니가 뭔데......니가 신부야?......왜 나한테...... 너 때문에 성당에 못 가니까 너 나오지 마......." 미안하다고 사과는 드렸는데 그분의 오해가 풀릴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분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분은 예비자이신데 좀 특별해 보이신다. 보통 예비자들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시고 앞부분에 앉으신다. 그런데 그 가까이에는 아무도 앉는 사람이 없다.
평일 미사에 오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탓도 있고 그분이 다른 사람들 곁에 앉지 않으시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분 곁에 앉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주교의 특징처럼 되어버린 무관심. 그것에 대한 불만이 나에게로 불똥이 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모두가 좀더 친절하게 대하고 관심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나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벌써 그분의 첫인상에서 누구도 선뜻 다가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웬지 건드리면 안될 것 같은, 어쩜 다른 사람들이 우려했던 일이기도 하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사람을 좀 가리는 편인데 이틀을 연달아 소리 지르며 호통 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 분을 뵙기가 너무 무서웠다. 그분이 처음에 전화를 걸어서 호통치실 때 내 마음은 "별일아냐, 그분은 그럴 수 있어." 하였으나 내 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3일이나 잠을 못잤다.
다음날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가서 마주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매일 미사를 편 순간 화답송의 말씀이 눈에 띄었다. "나는 하느님께 의지하여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하느님께서 힘이 되어주실텐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그날부터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그분은 신부님께 교리를 받고 계시기에 상담을 청했다. 신부님 말씀은 그건 그분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분을 보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하니, 그건 무서운게 아니라 그분에게 '왜 나한테 그러냐'고 같이 소리질러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억울한 것일 거라고 하셨다. 또 그분의 성향도 말씀해 주셨다.
나는 성인 예비자 교리반 봉사자이며 제대 봉사자이다. 그리고 어떤 잘못된 것들을 볼 때마다 상대를 위한다는 생각에서 신중하게 말씀을 드리곤 했었다. 그러나 상대는 그것에 대해서 항상 고마워하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다. 그 뒤로는 될수록 말하는 것보다 본인이 깨닫도록 기다리거나, 듣기를 원하는 사람, 들을 만한 사람에게만 말을 해주었다.
내 딴에는 조심스럽게 그분께 해드렸던 말씀을 우리반 예비자들께 해드렸으면 고맙다고들 하셨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신부님 덕분에 나는 그분을 탓하지 않고 또한 내 문제로 삼아 고민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하느님께 의지하여 두려워하지 말고 기도할 것! 어떠한 사건이 누구의 문제인지를 잘 볼 것! - 내 문제가 아니면 더 이상 거기에 매달리지 않는다. 봉사자이기 때문에 더욱 겸손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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