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묵상]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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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명현숙 | 작성일2008-10-23 | 조회수863 | 추천수1 | 반대(0) |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친구가 일하는 공방에서 토분을 만들어 보았다.
도자기 만드는 것을 배운 적도 없었는데
그저 흙을 손으로 주물러서 만드는 것이었다.
더구나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께서는 훌륭한 기법이나 미적 수준이 있는
작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그저 개인의 독창적인 개성을 요구하시니
오히려 친구는 가끔 난감해 하며 좌절하곤 하였다.
법칙도 아무런 제한도 없이 그저 마음 가는대로 주물러서
만들고 싶은 대로 모양을 빚으면 되니
나는 마냥 신이 나서 이렇게 저렇게 주무르다가 꾹꾹 눌러서 몇 개 만들었다.
아무것도 나를 제한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며칠을 들락거리며 내가 만들어 놓은 것들을 보고 또 보았다.
요기조기 살펴보며 들여다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점차 물기를 잃고 마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마에 넣을 만큼의 토분이 만들어 질 때까지
또 적당이 건조될 때까지의 기다림이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았다.
가마에서 초벌구이를 한 토분들은 다행히 하나도 깨지지 않았다.
한 개는 귀퉁이가 약간 떨어져 나갔지만 그것도 소중했다.
애기 다육이들을 심어 놓으니 앙증맞은 것이 보기에 참 좋았다.
토분을 만들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며 하나 줄께 했던 말들을
지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이쁜 것들을 차마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으니 말이다.
흙으로 당신을 닮은 모상을 만들고 숨을 불어 넣어 사람을 만드신 하느님,
그렇게 빚어 놓으시고 보시면서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조금 깨어졌어도, 상처 투성이어도, 좀 못된 마음을 먹고
날마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며 좌절해도 이쁘게 보아주시지 않으실까?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 그 맛을 조금 알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사랑의 손길로 창조된 세상의 아름다움과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나.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을 깨달은 하루였다.
더불어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바티칸 성지 순례를 갔을 때
휠체어를 탄 나를 도와주던 우리 일행을 보며
감동어린 표정으로 "Beautiful!"을 연발하던 외국인 순례자가 있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뿐이었던 나를 일깨운 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완전함 보다는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하는 그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연약한 나도 당신의 도구로 쓰시길 원하셨다.
내 역할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당신 모습대로 빚어진 나를 보시며 "참 이쁘다" 하신 하느님,
그 마음을 닮아 살아간다면 그 또한 "참 좋~다!"며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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