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계절 - 이해인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 시간을 알뜰하고
성실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쓸데없이 허비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함께 사는 이들에게 바쁜 것을 핑계삼아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못하고
듣는 일에 소흘하며 건성으로 지나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내가 어쩌다 도움을 청했을 때
냉정하게 거절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남의 흉을 보고
때로는 부풀려서 말하고
사실이 아닌것을 전달하고
그것도 부족해 계속 못마땅한 눈길을 보낸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감사보다는 불평을 더 많이 하고
나의 탓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말을
교묘하게 되풀이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사소한 일로 한 숨쉬며 실망하며
밝은 웃음보다는 우울을 전염시킨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어느새 우리는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용서와 화해를 서둘러야 할 때 입니다.
''난 절대로 용서 못해''
''죽어도 화해 못해''
''한번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라니까
두고 보라지''
어떤 경우에라도 이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모든날들은 용서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고 선물입니다.
죽을만큼 힘들더라도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넓게
시원하게 용서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날개가 없어도 천사가 되는것입니다.
올해는 어떤 선물보다도
''용서하는 마음''을 들고 친지들에게 다가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에 나도 올해는 고운 덕담과 함께
''저의 잘못으로 마음을 상한 점들을
진심으로 용서 청합니다!''라고 쓸 것입니다.
몇년전 어느 독자가 보내 준 빗자루 카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산책길에서 구한 풀로 직접 빗자루를 만들어
고운 실로 끝을 여민 솜씨가
하도 정교하여 보는이들 마다
감탄을 하곤 했지요.
누군가를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미움은 쓸어버리고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고 은혜입은
감사의 기억은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쓸어 담아야겠습니다.
한번뿐인 순간순간을 보석으로 여기면서
끊임없이 화해하고 용서하는
사랑의 용기를 구하면서...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입니다.
기다림의 시기이지요.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지난 한해동안을 정리할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새로운 계명,
사랑의 의무를 성찰할 시기에
회개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구원의 그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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