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쓰기 느낌 나누기

제목 성경 쓰기 백이레 째... 너무 힘들지만,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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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구현회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9 조회수645 추천수3 반대(0)
성경쓰기를 시작한지 백일이 넘었다. 
 
참으로 우연한 기회라 할 수 있지만 주님의 뜻에 따라 시작한 것 같다. 성서 공부를 하면서 신약부터는 필사를 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나의 악필로 성경을 산만하게 그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성서'라는 검색어로 인터넷을 헤맸지만 '대한성서공회'라는 집에만 들락거리며 '공동번역 성서'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아직까지도 낯선 이름인 '성경'이라는 검색어로 여행하다가 굿뉴스를 찾았고, 그러고도 몇 달을 지나서야 '성경쓰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연한 주님의 뜻'은 더 먼저 일어났다.
 
2009년 1월부터 본당 수녀님이'성경 40주간'이라는 강좌를 계획하면서(2월부터 강의 시작), 열심으로 남성 제자(?)를 모집하였다.
   "스테파노씨, 당신의 대자가 수강 신청을 하였는데, 격려 차원에서 함께 강의에 나와야 해요."
   이런 프로그램에는 대체로 남자들이 드물지만, 대자의 신심을 돕기 위해 참여하라는 수녀님의 권유로 슬며시 승낙하고 말았다.
   주마간산 격으로 진행되었지만 수녀님의 열정적인 강의에 빠져들었다. 불혹이 넘어 세례를 받고 스무 해가 훨씬 넘었지만, 지금까지 성경을 전부 읽지 못했다는 겸연쩍음도 있어, 이번 기회에 성경을 모두 읽어볼 참으로, 잘했다 싶었다.
   강의 중간에 '성경 묵상 나눔'의 시간이 있는데, 수강생들을 몇 그룹으로 나누어, 진도에 맞춰 성경을 미리 읽고 묵상한 것을 적어 가지고 그룹에서 발표하게 한는 시간이다. 성경을 정성들여 읽고 깊이 생각하게 하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다. 그룹장을 맡고 있어 더 열의를 보여야 했다.
 
구약은 어둡고 두렵고 긴 터널이었다.
 
시작은 매우 좋았다. 처음 '창세기','탈출기' 등에서는 그랬다. 
그러나 '레위기'부터는 어렵고 지루하고 힘들었다. 수차례 성경 읽기를 시도하였으나 늘 이 대목에서 포기하곤 하였었다. 마의 수렁인 셈이다. 그래도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룰 거쳤다. 그러면서 하느님에 대한 무서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 민족만을 위한 폐쇄적인 공간이 설정되고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하느님의 또 다른 창조물인 이민족들은 허접 쓰레기로 평가절하되는 비극을 체험해야 했다. 수만의 인간이 쓰러져도 하느님의 법칙은 언제나 냉혹했다. 너그럽고 자애롭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하느님은 계시지 않고 준엄하고 속좁은 하느님만 버티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가나안 어디쯤에 자리잡고 있었다면 지금 우리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살아 남았을까?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무서웠다. 구약을 공부하는 내내 그러했다. 성당을 쉬고 싶다는 마음 약한 생각도 들었다.
 
신약은 새로운 세계였다.
 
가까스로 신약에 들어섰다. 구약과는 전혀 새로운 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빠, 아버지'하고 부르는 하느님만이 계셨다. 나도 문제없이 안길 수 있는 따뜻한 품이었다. 따뜻한 주님었다. 무서운 터널은 이제 다 지나갔다. 
  또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슴 애리도록 무겁고 쓰디쓴 삶을 사셨다. 무화과 나무에 대한 저주를 빼고는 너무도 여리게 그러나 온몸으로 사랑하셨다. 그리하여 당신은 어렵게 우리를 구원하셨다. '감사합니다.' 지금 이순간 이 말씀이 회오리처럼 내 가슴에 맴돌고 있다. 그리고 '믿음과 사랑과 용서' 그 가르침을 뼛속에 새겨본다.
 
바오로 선생님 고맙습니다.
 
'성경 40주간'이 이제 4주간으로 줄어든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인 내가 하느님의 아들일 수 있음을 가장 실감있게 체득하게 하신 분이다. 그분의 행적에서나 서간에서 수없이 말씀하시는 사랑과 용서라는 그 말이 격렬한 감동으로 가슴을 때린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초인적인 선교 여정을 마련하신 성령께서는 아직 나에게 멀리 있는 것 같다. 아니 내 안에 이미 와 계시는데 내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강의의 진도는 '테살로니카' 서간이다. 신약 쓰기도 강의 진도에 맞춰 마칠 예정이다. 아니 마태오 복음은 반절쯤 남겨 두었다.
구약을 쓰면서 어둡고 무서운 생각이 들면 남겨 두었던 복음 말씀을 한 장씩 써가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함이다.
 
'성경쓰기'가 무척 힘들다. 
 
내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성령을 모시겠다는 희망이 있어 열심히 쓰고 있다.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는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쓰기 진도는 지지부진이다. 백일곱 날 동안 25%에 미달하고 있다.    
  1. 타자 속도가 느리다. 나이 들어 익힌 쏨씨라 어쩔수 없다.
  2. 빨강 대신 다른 방법으로 틀린 곳을 표시하게 했으면 좋겠다.오자 탈자 잘못된 띄어쓰기를 찾아내기 힘들다. 이런것들은 붉은 색 글자로 표시된다고 하지만 색맹인 나에게는 모두 흐린 검정이다. 어쩌다 아내가 옆에 있을 때는 얼른 지적해 주지만 대부분 혼자 교정을 해야 하는데 새로 쓰기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 속이 상한다. 
  3. 시력이 점점 약해진다. 당뇨를 오래 겪다 보니 이제는 눈으로 달려든다. 오래 쓰다보면 눈이 피로해져 쉼표와 마침표의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성경 쓰기는 계속할 것이다.
 
성경 쓰기는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다. 주님의 은총을 내 안에서 찾는 시간이다.
눈이 더 흐려지기 전에, 손이 더 둔해지기 전에 '성경쓰기'를 마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빠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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