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야 그곳으로 가자
- 장석순-
우리 더 나이들어 할일 별로 없을때면
날개젖은 새들이 노래하는 그곳으로 가자.
해지고 어둠이 밀려오는 늦가을 날에는
일찌감치 안방에 드러
낡은 오디오로 흘러간 옛 노래나 감상하자.
눈이 쌓인 계절에도 걱정 근심 내려놓고
화로 불에 군 고구마 구어 먹어 보자.
화려하지 않은
우리의 노후를 즐길수 있는 곳,
꽃 들이 앞을 다투며 피어나는 날에
친구야 우리 그곳으로 가자.
흣트러지게 피어있을 앞산 뒷산에
진달래 꽃 보러가자.
앞 마당에 멍멍이 뛰놀며
개나리 울타리에 병아리때 귀여운 곳
텃밭에 달래 냉이 케어
맛있는 나물 무침 먹을수 있는 그 곳으로 가자.
졸졸졸 시냇물 소리 들릴때
친구야 우리도 들판으로 가자,
들꽃향기 가슴가득 들어오는 그곳,
산새들 노래하고 코스모스 춤추는
그 곳으로 가자.
저녁노을 물들때면 성당에 종소리 따라
발길을 종종 재촉하며 주님의 성전으로 향하던
그곳으로 가자.
일렁이는 금빛물결 눈부신 가을 벌판
그리움에 젖어보자.
출렁이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야심없이
소박하고 단초로운 우리의 노후를
그 곳에서 보내보자.
내 사랑하는 내 친구야
젊은 날의 품었던 용망의 꿈을 버리고
이제 우리 나이들면 너와나 그곳으로 가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사랑만 하면서 남은 세월을 그곳에서 보내보자,
-장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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