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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15: 광야의 유혹(루카 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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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28 조회수8,840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15) 광야의 유혹(4,1-13)


달콤한 ‘악마의 유혹’ 말씀으로 물리쳐

 

 

- 예리코 북서쪽 유혹산 전경. 

 

 

예수님의 족보를 소개한 후 루카는 바로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신 이야기를 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4,1) 예수님은 이미 성령으로 잉태되신 분이셨습니다.(1,35) 게다가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성령을 받으셨습니다.(3,22) 이렇게 성령으로 가득 차신 분이 이제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십니다. 이 표현은 따라서 예수님께서 앞으로 하시는 활동이 성령에 힘입은 활동임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신 것은 유혹을 받으러 가신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큰일을 앞두고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듯이, 예수님께서도 앞으로 하실 일을 두고 하느님께 기도하시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는 모든 것을 비우고 하느님을 찾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니까요(가톨릭평화신문 5월 7일자, 제 413호 참조). 하지만 광야는 또한 유혹과 시험을 받기 쉬운 곳이기도 합니다. ‘혼자 있는 것을 삼가라’(愼獨)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지내시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 시장하셨습니다. 그 틈을 타서 악마가 유혹을 걸어옵니다.(4,2-3) 유혹자인 악마는 공격할 때 빈틈을 노립니다. 아마 40일 동안 줄기차게 공격하려 했지만 성령으로 가득 차신 예수님에게서 빈틈을 찾을 수 없었을 모릅니다. 그러다가 예수님께서 육체적인 시장기를 느끼시자 악마는 ‘이때다’ 하고 수작을 걸었을 것입니다. 

 

악마가 예수님을 유혹한 미끼는 세 가지입니다. 어쩌면 이 세 가지는 인간이 빠질 수 있는 유혹을 대표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유혹산 중턱의 정교회 수도원 모습.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제공.

 

 

첫 번째 유혹은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단식하는 사람이 가장 빠지기 쉬운 유혹이 먹을거리입니다. 이런 점을 악마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악마의 유혹이 아주 교묘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보시오”라고 유혹합니다. ‘돌을 빵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자존심을 건드려 가면서 하는 유혹입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으로 답변하십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4,4) 이 말씀은 구약성경 신명기 8장 3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한 후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어 불평하자 하느님께서 만나를 내려 먹게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너희가 알게 하시려는 것”(신명 8,3)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두 번째 유혹은 자기를 경배하면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는 것입니다.(4,5-7) 세상의 부귀와 영화와 권세로 예수님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유혹입니다. 예수님께 세상의 권력자가 되라는, 현세의 메시아가 되라는 유혹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는 성경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십니다.(4,8) 이 말씀은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이름으로만 맹세해야 한다”는 구약성경 신명기 6장 13절의 말씀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내신 분이 주 하느님이심을 잊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예수님은 이 말씀으로 당신이 하실 일을 분명히 하시면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현세의 권력과 부귀에 눈이 어두워 악마의 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예수님의 일입니다.

 

세 번째 유혹은 성전 꼭대기에서 이뤄집니다. 악마는 예수님에게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라고 유혹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시켜 구해주시리라는 것입니다.(4,9-11) 그런데 악마의 유혹이 더욱 교묘해집니다. 첫 두 번의 유혹에 대해 예수님께서 성경 말씀으로 물리치시자, 세 번째 유혹에서는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4,10) 하며 성경 말씀을 인용해 유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도 성경에 있다” 하시며 유혹을 물리치십니다.(4,12) 예수님의 이 답변은 역시 신명기 6장 16절에 있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지낼 때 마실 물이 없자 모세에게 불평을 합니다. 그러자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었고 주님께서는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하지요.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을 시험하였다고 해서 그곳 이름을 마싸와 므리바라고 지었습니다.(탈출 17,1-7 참조) 신명기의 해당 구절은 바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하느님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 말씀으로 악마에게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답변하신 것입니다. 

 

루카는 악마가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유혹했지만 다 실패하자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4,13)는 것으로 유혹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악마가 유혹에 실패하고 물러갔다는 것은 성령으로 가득 찬 예수님의 활동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를 가늠하게 해줍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마귀의 세력이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1) 루카는 예수님의 족보를 기록하면서 “아담은 하느님의 아들이다”(3,38)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한 후 이어서 예수님의 유혹에 관해 기술합니다. 이 예수님은 잉태 예고 때나 탄생 때 그리고 세례 때에 드러났듯이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입니다. 인류의 첫 조상이자 하느님의 아들인 아담은 낙원에서 뱀의 유혹에 떨어져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말았습니다.(창세 3장) 이에 비해 하느님의 아들이자 아담의 후손인 예수님은 마귀의 갖은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예수님은 첫 아담과 대비되는 새로운 아담이십니다.

 

2) 이 유혹 기사를 들여다보면 악마의 유혹 강도가 갈수록 세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유혹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나타내는 빵이었다면, 둘째 유혹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넘어서 세상의 온갖 부귀와 영화와 권세를 가리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혹에서는 성경 말씀까지 인용합니다.

 

유혹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신 것처럼, 세례로 성령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도 살아가면서 수시로 유혹을 받습니다. 그 유혹은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의식주에 관한 유혹에서부터 더 많은 부귀와 명예와 권력에 대한 유혹, 심지어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포장한 유혹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하느님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셨듯이, 우리 또한 말씀으로 굳게 무장한다면 마귀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성령으로 가득 차신 예수님처럼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불을 끄지 않고 말씀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 요청됩니다.

 

 

알아둡시다 - 유혹산

 

사해 근처에 있는 성경의 도시 예리코에서 북서쪽으로 3㎞쯤 떨어진 곳에 유혹산이 있다. 유다 광야의 한쪽 끝자락에 있는 유혹산은 해발 350m로,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세 번째로 유혹을 받으신 높은 산을 가리킨다. 하지만 루카복음에서는 ‘산’이라는 표현 없이 그냥 “높은 곳”(4,5)이라고만 표현한다. 루카복음에는 예수님께서 두 번째로 유혹을 받으신 곳으로 나온다. 산중턱 동굴에는 정교회 수도원이 있는데, 이 동굴은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단식하신 곳이라는 전승이 전해온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5월 2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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