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히브리어 산책: 타메, 타호르(부정한, 정결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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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6-11 | 조회수8,868 | 추천수0 | |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타메, 타호르 “부정한 것 조심하고 내면 정결케 하라”
‘부정함’을 뜻하는 타메와 ‘정결함’을 뜻하는 타호르는 구약성경의 종교적 태도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낱말이다. 마침 두 낱말이 모두 테트로 시작하니, 한 번에 알아보자.
- 타호르. ‘깨끗한’ 또는 ‘정결한’을 의미한다.
순수하고 깨끗한 상태
타호르는 깨끗하고 순수함을 의미한다. ‘타호르한 금’은 ‘순금’(탈출 25,11)이다. 시편에는 “주님을 경외함은 타호르하니(순수하니) 영원히 이어지고”(시편 19,10)라는 찬미가 있다.
본디 고대 이스라엘인은 깨끗하고 순수하여 하느님께 가까운 ‘타호르한 상태’(정결)와 때가 묻어 더러워졌기에 죄와 가까워진 ‘타호르하지 못한 상태’(부정)를 예민하게 구별하는 종교심을 지녔다. 일찍이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도 짐승을 타호르한 짐승(정결한 짐승)과 타호르하지 못한 짐승(부정한 짐승)으로 나눠 방주에 실었다.(창세 7,2.8 등) 구약성경 가운데 특히 레위기는 상당히 긴 분량을 통해(레위 11-15장) 타호르함을 식별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자상하게 알려준다. 그 규정들에 따르면 타호르한 것은 사람뿐 아니라 짐승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요, 종교적인 의미의 정결뿐 아니라 위생까지 포괄하는 현실적이고 폭넓은 개념이었다.
또한 타호르는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것을 말한다. 하바쿡 예언자는 주님의 “눈이 타호르하시어(맑으시어) 악을 보아 넘기지 못하시고 잘못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시고”(하바 1,13)라고 외쳤다. 욥은 의인이란 “제 길을 굳게 지키고 손이 타호르한(결백한) 이”(욥기 17,9)라고 말했다. 이처럼 ‘타호르하냐 타호르하지 못하냐’는 문제는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기준이었다.
- 자하브 타호르. ‘순수한 금’, 곧 ‘순금’이란 뜻이다. 자하브는 앞에서 다루었다.
깨끗하지 않음
타메는 레위기에 자주 등장하는 낱말로서 본디 제의적으로 부정한 것을 의미한다. 타메는 옷이 때를 타듯 더러워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주로 외부에서 침투하는 것에 빗대어 표현된다. 대개 주검, 질병, 부정한 짐승 등과 접촉하면 타메하게 된다. “어떤 종류의 부정이든 접촉하면 부정하게 되는 사람에게 몸이 닿는 이, 이런 것이나 이런 사람에게 몸이 닿는 이는”(레위 22,5-6) 타메한 사람이다.
만일 타메한 상태에서 타호르한 상태가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타메는 때가 묻은 것이니,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창세 35,10) 고대 이스라엘의 첫 사제들의 임직식 때 모세와 아론이 아론의 아들들에게 맨 처음 한 일도 그들을 물로 씻긴 것이었다.(레위 8,6)
정결과 부정함
- 타메. 정결하지 못한 상태, 곧 ‘부정한’을 뜻한다.
고대 이스라엘의 신학자들은 외부에서 우리 몸에 침투하는 모든 것에 대해 타호르한 것이냐 타메한 것이냐를 따졌다. 신명기 14장에는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의 목록이 나온다.(참고 레위 11,2-23) 세상의 온갖 짐승을 땅과 물과 하늘에 사는 짐승으로 나누고 다시 저마다 타호르한 것과 타메한 것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여섯 범주로 일일이 분류한 다음, 오직 타호르한 짐승만을 먹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왜 구약성경은 타호르와 타메를 그토록 예민하게 규정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하느님 백성은 늘 외부에서 침입할 수 있는 모든 유혹을 조심하고, 언제나 거룩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깨끗하게 씻고, 먹는 것과 몸에 닿는 것을 조심하여,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살라는 가르침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하셨다.
밖이 아니라 내면을
어느 날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의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마르 7,2) 세상 모든 것을 타호르와 타메로 나누어 일일이 따지며 살아온 사람들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그들은 어째서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느냐고 따졌다.(7,5) 예수님은 겉으로 보이는 정결함이 아니라 마음의 정결함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대답하셨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5) 사실 모든 악한 것들이 마음에서 피어나는 것이다.(7,20-23) 그러므로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만졌는지를 따지기 전에, 우선 내 마음과 믿음을 살필지어다. 오늘 복음을 보자.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6월 11일, 주원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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