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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히브리어 산책: 요드(손과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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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6-18 조회수7,309 추천수0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요드


하느님 손과 팔은 크신 ‘권능’ 상징

 

 

히브리어의 열 번째 알파벳은 요드다.

 

<그림1> 고대 이집트어의 요드. 단 2획으로 팔과 손을 표현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손과 팔’의 글자

 

요드는 형태도 쓰임새도 다양한 글자다. 본디 이 글자는 단 2획으로 손과 팔을 형상화한 고대 이집트 문자에서 유래하였다.<그림1> 글자를 뉘어서 표현했기 때문에 이 글자가 본디 손과 팔을 형상화한 것임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림2>는 이 글자가 얼마나 다양하게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왼쪽의 파란 글자 두 개는 원시나이 문자다. 글자가 눕지 않고 서 있는데, 이렇게 쓰면 공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시 2획으로 손과 팔을 잘 표현하는 글자로서, 좌우가 바뀐 형태도 보인다. 우가릿의 쐐기문자(검은색)는 ‘양손과 양팔’을 표현한 것 같다. 고대 셈어의 요드(파란색)는 2획을 유지하지만 마치 한글의 ‘ㅋ’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 문자는 원시나이 문자를 가로로 길게 늘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림2> 요드의 발전. 요드가 얼마나 다양하게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왼쪽부터 원시나이 문자(파란색), 우가릿의 쐐기문자(검은색), 고대 이스라엘에서 실제 사용했을 원셈어 문자(파란색), 그리스어 계통의 긴 형태(붉은색), 아람어와 현대 히브리어의 짧은 형태(초록색)이다.

 

 

요드는 그리스어 계통과 아람어 계통에서 서로 다르게 발전한다. 그리스어 계통에서는 훨씬 날렵한 모습이 되었는데(붉은색) 세로선이 길어지고 가로선은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손은 없어지고 팔만 길게 남은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2획이 아니라 1획으로 쓸 수 있어 퍽 간편해졌다. 여기에서 라틴 문자의 대문자 I와 소문자 i가 나왔다. 한편 아람어 계통에서는(초록색) 오히려 긴 세로선이 없어지고 짧은 가로선만 남았는데, 마치 팔이 없어지고 손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역시 2획이 아니라 1획으로 간편해졌다. 현대 히브리 문자의 요드가 여기서 나왔다.

 

‘손과 팔’을 형상화한 2획의 글자를 1획으로 단순화시켜서 오늘날까지 쓰는 점은 같지만, 글자를 간편하게 발전시킨 방향이 어족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흥미롭다. 인도-유럽어를 쓰는 그리스인들은 팔만 남겼고, 셈어를 쓰는 아람인들은 손만 남겼다. 하지만 정작 구약성경 시대에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실제로 썼던 글자는 한글의 ‘ㅋ’과도 비슷한 원셈어 문자임에 유의하라.(가운데 파란색) 히브리인들은 이 글자에서 손과 팔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림3> 야드.히브리어로 야드는 손 또는 팔을 의미한다. 쓰임새가 무척 다양한 말이다.

 

 

다양한 의미

 

히브리어로 야드는 ‘손’이라는 뜻도 되고 ‘팔’이라는 뜻도 된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쓰기 때문에 야드를 우리말로 ‘발’로 옮겨야 될 때가 있다. ‘개들의 야드’는 “개들의 발”(시편 22,21)인데, 더 정확히 하자면 ‘앞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손처럼 야드는 쓰임새가 다양한 말이다. 우선 야드는 지역적으로 ‘주변부’를 가리킨다. 그래서 ‘에돔의 야드를 따라간다’는 “에돔 땅을 따라간다”(민수 34,3)는 뜻이고 ‘야뽁 강 야드 전체’는 “야뽁 강 주변 전역”(신명 2,37)이란 뜻이다. 야드에는 ‘비석’이란 뜻도 있다. 압살롬이 세워서 “압살롬의 비석”(2사무 18,18)이라 부르는 것은 ‘압살롬의 야드’이다. 바퀴살을 잡고 있는 “바퀴 축”(1열왕 7,32)은 ‘바퀴의 야드’이다. 남성의 성기를 에둘러 야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야드에는 ‘곱절’이란 뜻도 있다. 

 

벤야민이 받은 ‘다섯 야드’의 몫은 ‘다섯 배’나 많은 몫이었다.(창세 43,34) 야드에는 ‘부대’라는 뜻도 있다.(2열왕 11,7) 히브리어 성경에 1600회 이상 나오는 야드는 이밖에도 관용구나 복합전치사 등에 무척 다양하게 쓰인다.

 

 

권능

 

하느님의 야드, 곧 ‘하느님의 손’이나 ‘하느님의 팔’은 하느님의 크신 권능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야드를 직접 ‘권능’으로 옮기기도 한다. 일찍이 이집트 탈출 때 모세는 파라오에게 “주님의 야드(손)”가 흑사병으로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탈출 9,3) 갈대바다가 파라오의 병거와 기병을 삼키자 “이스라엘은 주님께서 이집트인들에게 행사하신 큰 야드를(큰 권능을) 보았다.”(탈출 14,31) 엘리야도 이사야도 주님의 야드(손)에 붙잡힌 체험을 하였다.(1열왕 18,46; 이사 8,11)

 

유배에서 돌아오는 에즈라를 돌보아 주신 것도 ‘주님의 야드(손길)’였다.(에즈 7,9) 욥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주님의 야드(손)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지혜를 들려준다.(욥기 12,9)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실상 주님의 야드에(손에) 잔이 들려 있으니 / 향료 가득한 거품 이는 술이라네”(시편 75,9)라는 시편을 묵상해도 좋으리라.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6월 18일, 주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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