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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57: 여러분은 하느님의 이 구원이 다른 민족들에게 보내...(사도 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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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7-16 조회수5,910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57) “여러분은 하느님의 이 구원이 다른 민족들에게 보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들을 것입니다.”(사도 28,28)


편지에 담긴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과 신학

 

 

- 사도행전에서 바오로 사도의 행적을 보여주고 있다면, 13편에 달하는 서간에는 그의 가르침과 신학이 잘 드러나 있다. 발랑탱 드 불로뉴 작 ‘서간을 쓰고 있는 사도 성 바오로’, 16세기 쯤, 캔버스에 유화, 텍사스 블레퍼 재단 소장.

 

 

지금까지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신약성경 각 책의 간단한 신학을 정리하는 것보다 사건의 흐름에 맞게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태오, 마르코, 루카복음의 순서에 따라 간단히 특징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서에서 전하는 예수님의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방법이 좀 더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내용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희망에서였습니다. 

 

사도행전에서 보았듯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 사도들의 활동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열두 제자들의 활동과 이방인의 세계, 특별히 소아시아와 그리스 지방에 복음을 전한 바오로 사도와 그 동료들의 활동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도행전은 오히려 바오로의 복음 선포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 같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역할은 단지 복음 선포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설립한 바오로는 이미 복음을 전한 곳을 다시 방문하기도 하고 또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편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르침을 주고 그들의 신앙이 바른 길을 찾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오로 사도의 편지들은 당시 초대 공동체가 직면해야 했던 문제나 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합니다. 

 

신약성경에서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보내진 편지는 모두 13편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7편의 편지만을 일반적으로 ‘바오로 친서’로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바오로 사도가 직접 쓴 편지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친서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ㆍ둘째 서간,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입니다. 이 일곱 편지를 제외한,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쓰인 6개의 편지는 ‘차명 서간’이라고 부릅니다. 바오로 사도가 직접 쓴 것은 아니고 다른 이들이 바오로라는 이름을 빌려서 편지를 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이러한 구분이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오로 친서이든 차명 서간이든 이 편지들에서 전하는 신학적인 내용은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차명 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이유에서 바오로 사도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바오로의 동료들이나 그의 신학을 이어가는 제자들에 의해 쓰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친서보다는 차명 서간들이 좀 더 후대에 쓰였고 내용적으로도 좀 더 발전된 후대 교회에 대한 권고들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에 담긴 바오로 서간은 편지의 길이에 따른 구분입니다. 서간 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로마서는 가장 먼저 쓰인 편지가 아니라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편지입니다. 바오로 서간의 연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것은 없습니다.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에 언급된 사건들을 통해 대략의 연대를 추정할 뿐입니다. 또한, 편지가 쓰인 순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서간의 순서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ㆍ둘째 서간,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정도입니다.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과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은 사람에 따라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보다 앞선 것으로 보기도 하고 가장 마지막에 쓰인 바오로의 친서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두 편지는 모두 바오로 사도가 옥에 갇혀있을 때 썼다고 본문에서 표현합니다. 하지만 그때가 에페소에서인지, 카이사리아에서인지 로마에서인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세 번에 걸쳐 감옥에 갇혔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도행전이 바오로 사도의 행적을 보여 준다면 그의 가르침과 신학은 서간에 잘 드러납니다. 바오로 서간은 친서부터 시작해서 서간이 기록된 순서에 따라 물론 순서에 대해 다른 주장들도 있을 수 있지만 살펴볼 생각입니다. 낯선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 바오로 사도의 신학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7월 16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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